꿀 먹으며 꽃가루 옮겨…꽃과 상부상조하는 초식 개구리

박정연 기자 2023. 4. 30.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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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이나 무척추동물이 주식인 개구리는 육식성 동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어떤 개구리는 식물의 열매나 꿀을 맛있게 먹는 초식성 식습관을 가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는 개구리의 한 종류인 브라질나무개구리가 열매와 꽃 속에 담긴 꿀에 대한 기호를 갖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며 "이러한 먹이를 먹는 과정에서 식물의 수분을 도울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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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캄피나스대
식물의 열매나 꿀을 먹는 것으로 확인된 브라질나무개구리. 위키미디어 제공

곤충이나 무척추동물이 주식인 개구리는 육식성 동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어떤 개구리는 식물의 열매나 꿀을 맛있게 먹는 초식성 식습관을 가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열매를 먹는 과정에서 꽃가루를 옮기며 식물의 수분을 돕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이 개구리의 독특한 식습관은 식물의 번식을 돕는다는 설명이다.

30일 과학계에 따르면 카를로스 노구에이라 브라질 캄피나스대 교수 연구팀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연구 결과를 지난달 국제학술지 ‘먹이사슬’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는 개구리의 한 종류인 브라질나무개구리가 열매와 꽃 속에 담긴 꿀에 대한 기호를 갖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며 "이러한 먹이를 먹는 과정에서 식물의 수분을 도울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선 연구에 따르면 브라질나무개구리의 내장에선 식물의 열매, 이파리, 꿀 등이 발견됐다. 학계는 이 개구리가 초식을 즐길 수 있다고 추정했지만 실제로 야생에서 식물을 먹는 모습이 관찰된 적은 없었다.

연구팀은 브라질 동부의 숲에서 야생동물들을 관찰하던 중 두 마리의 브라질나무개구리가 꽃 속에서 꿀을 따는 모습을 우연히 발견했다. 개구리들은 꽃 속에 파묻혀 5~15분간 꿀을 섭취했다. 이 나무개구리들은 붓꽃 등 다양한 꽃의 꿀을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에서는 개구리가 꿀을 따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식물의 수분을 돕는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브라질나무개구리는 꿀을 먹을 때 머리를 꽃 속에 깊게 먹고 엉덩이만 꽃 밖으로 빼놓은 자세를 취한다. 이때 꽃이 흔들리면서 나온 꽃가루는 개구리의 엉덩이와 등에 묻게 된다. 꿀을 다 먹은 개구리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 꽃가루도 자연스럽게 함께 운반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양서류가 식물의 씨앗이나 꽃가루를 옮기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학계 최초로 확인됐다”며 “생태계에는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다양하고 독특한 상호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개구리가 옮긴 꽃가루가 무사히 수분에 성공하는지에 대해선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개구리의 피부에서 분비되는 점액이 꽃가루를 상하게 하지 않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브라질나무개구리가 일반적인 개구리와 달리 식물을 좋아하는 습성에 대해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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