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체벌은 훈육? 어른들의 위선이 학교 폭력 양산해”

이진구기자 2023. 4. 30.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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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서 학교 폭력은 이제 '만연됐다'라는 말이 진부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

최근 '괴롭힘은 어떻게 뇌를 망가뜨리는가(심심)'를 출간한 제니퍼 프레이저(사진)는 본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학교 폭력, 괴롭힘을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들의 문제로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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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퍼 프레이저
한국 사회에서 학교 폭력은 이제 ‘만연됐다’라는 말이 진부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 급기야 최근에는 고위공직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아들의 학교 폭력 문제로 낙마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최근 ‘괴롭힘은 어떻게 뇌를 망가뜨리는가(심심)’를 출간한 제니퍼 프레이저(사진)는 본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학교 폭력, 괴롭힘을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들의 문제로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책은 교사인 그가 아들이 겪은 학교 폭력을 계기로 괴롭힘과 폭언 등이 피해자의 뇌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리기 위해 쓴 일종의 ‘고발서’다.

책 ‘괴롭힘은 어떻게 뇌를 망가뜨리는가(심심 펴냄)’ 표지
―아들은 지금 어떤가.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다행히 아들(몽고메리)은 의지가 강해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학교에 다녔다. 우리 가족은 몽고메리가 어떻게 학대받았는지 알기 위해 그의 친구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피해자를 괴롭히는) 각종 거짓말과 조작에서 이겨내려고 노력했고,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상담과 운동도 병행했다. 아들은 지금 건강하고, 영화계에서 카메라 기사로 일하고 있다.”

―치료 과정에서 힘들었던 점은.
“아들에게 고통을 준 사람은 학대한 교사만이 아니었다. 학교 행정관들과 공무원들에게도 ‘배신 트라우마’를 겪었다. 그들은 이미 1년 전에 학대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막지 않았고, 학부모들에게 알리지도 않았으며 심지어 은폐했다. 특히 피해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식으로 암시하기도 했다.”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더 글로리’는 학교 폭력 피해자가 복수하는 내용이다. 개인적인 복수가 치유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나.
“복수에 대한 열망은 이해하지만, 치유에는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뇌 과학을 공부하면서 안 것은, 누군가를 괴롭히고 가해할 때 자신의 뇌도 해를 입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남을 괴롭혔던 아이들은 자라면서 그로 인한 고통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복수하면 후련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스스로 자신의 뇌에 상처를 주는 게 치료에 도움이 될 수는 없다.”

―왜 학교폭력이 줄지 않고 더 심각해질까.
“어른들 문제로 보지 않고, 아이들 문제로 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늘 어른들의 폭력적인 행태를 보고 자란다. 그런데 정작 아이들에게는 그런 나쁜 행동은 하면 안 된다고 가르친다. 나는 이 위선이 학교폭력, 괴롭힘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또 비록 공개적으로 말하지는 않지만, 훌륭한 인물이 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괴롭힘과 학대를 견디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문제다. 뒷받침할만한 연구는 전혀 없는데도 말이다.”

―어른들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어떤 아이가 친구를 막대기로 때리고 다치게 하면 학교 폭력이다. 그런데 선생님이 하면 훈육이라고 둘러댄다. 잘 가르치기 위해서였다는 식으로. 위선이 보이지 않나? 교사끼리 벌어졌다면 범죄인데 말이다.”

―피해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우리의 뇌는 선천적으로 (상처로부터) 회복할 수 있는 잠재력으로 가득 차 있다. 적절한 노력을 계속한다면, 어떤 괴롭힘을 겪었더라도 우리는 분명히 나아질 수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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