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성취 무너져 허망" 발언 빠져… '문재인입니다' 다큐 어떤 내용?

라제기 2023. 4. 30. 11:3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다큐 '문재인입니다' 전주영화제 첫 공개
평산마을 밭 일구는 인간 문재인 초점
다큐멘터리 '문재인입니다'는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자택에서 일상을 보내는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 모습에 초점을 맞췄다. 엠프로젝트 제공

29일 오후 7시 무렵 전북 전주시 전북대 삼성문화회관은 사람들로 붐볐다.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되는 다큐멘터리영화 ‘문재인입니다’를 보려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일부 관객은 로비에 설치된 대형 영화 포스터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날 상영회는 1,500석 규모의 극장이 거의 다 찼다. '문재인입니다'는 전주영화제 독립영화 제작 지원 프로그램인 '전주시네마프로젝트'에 2021년 12월 선정돼 제작투자금 1억 원을 받아 만들어졌다.

상영에 앞서 이창재 감독과 제작자 김성우 다이스필름 대표는 관객들에게 간단한 인사말을 했다. 이 감독은 “이 영화가 이번 주에 (다) 만들어졌다”며 “제가 1994년에 다큐멘터리를 시작했으니까 올해가 30년 차인데 저한테는 가장 어려웠던 영화”라고 말했다. 그는 “이가 두 개 빠질 정도로 힘들었다”면서 “우리 주연배우(문재인)가 너무 비협조적이어서 (여기) 나오셔서 홍보를 해 주셔야 할 텐데 영화조차 보지 않으셨다”고 말하며 웃었다. 김 대표는 “정식 개봉일이 원래 5월 11일이었는데 이렇게 객석을 꽉 채워 주신 열기 때문에 하루 앞당겨서 10일에 개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다큐멘터리영화 ‘노무현입니다’(2017)로 관객 185만 명을 모았던 이력이 있다. 김 대표는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한 ‘악질경찰’(2019) 등을 제작했다.

다큐멘터리는 퇴임 이후 ‘자연인’이 된 문 전 대통령의 인간적 면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자택 앞마당에 돼지감자와 도라지 등 농작물을 더 경작하려는 문 전 대통령이 꽃을 더 많이 심고 싶은 김정숙 여사와 신경전을 벌이는 대목, 문 전 대통령이 반려견들과 함께 등산로를 산책하는 모습, 직접 삽질하며 밭을 일구는 장면, 스피커를 동원해 구호를 외치는 시위대의 모습 등이 담겼다.

다큐멘터리 '문재인입니다'는 자연을 좋아하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인간적인 면모를 주로 보여주며 문 전 대통령의 정치적 발언은 담겨 있지 않다. 엠프로젝트 제공

지난 14일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 공개돼 논란을 일으킨 발언 등 문 전 대통령의 정치적 언급은 포함되지 않았다. 문 전 대통령은 공개 영상에서 “5년간 이룬 성취(가)… 순식간에 무너지고 과거로 되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한편으로 허망한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영화 상영이 끝난 후 이 감독은 기자들에게 “발언이 문제가 돼 뺀 게 아니라 원래부터 영화에는 넣지 않았다”며 “문 전 대통령은 촬영 내용을 마음대로 사용하라고는 하셨다”고 말했다.

영화는 옛 청와대 참모들, 민주당 인사, 변호사 사무실 직원 등 문 전 대통령 측근과 지인들의 인터뷰로 인간 문재인을 조명하려 한다. “굉장히 착하신 분, 선하신 분이라 대통령 할 만한 사람은 아니라 생각했다”(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 사람 됨됨이에 대한 언급이 다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무리한 방위비분담금 요구에 대한 대처, 미사일 사거리 해제, 일본의 기습적인 수출 규제와 관련한 뒷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선물로 보낸 풍산개 2마리를 문 전 대통령이 국가에 반환하는 모습이 담겨 있기도 한다. 영화는 풍산개가 대통령 기록물에 해당하며 시행령 미비로 기록물 유출이 될 수 있기에 어쩔 수 없이 풍산개를 반환한 것으로 묘사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명박 정부와 대통령 기록물 유출 여부를 두고 대립각을 세웠던 2008년 상황이 반환 결정에 영향을 준 것처럼 암시한다. 문 전 대통령은 풍산개와 이별하며 애틋한 표정을 짓고, 김 여사는 눈물을 보인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발언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과 관련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대통령의 선한 의지가 과도했고, 그 선한 의지는 배신당했다”고 돌아봤다. 박 전 국정원장은 “(검찰총장 임기 준수라는 원칙을) 마지막까지 지키려고 했고, 이 답답함에 정권을 놓쳤다”고 꼬집었다. 도종환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권력을 잡았으면 휘둘러야지… 결국 배신당하고 정권을 빼앗긴 거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윤 총장 임명과 조국 사태와 관련, 영화는 문 전 대통령이 생각에 잠기며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 상영이 끝난 후에는 박수가 쏟아졌다. 몇몇 관객은 기립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이창재 감독과 기념사진을 찍거나 “감사합니다”라며 인사를 건네는 관객이 있기도 했다. ‘문재인입니다’는 10일 동안 실시한 후원금 모집에 3만4,036명이 참여할 정도로 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전주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