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인 문재인’은 무엇으로 사는가…다큐서 정치적 발언은 빠져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 이후 경남 양산에서 지내는 일상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문재인입니다>가 29일 저녁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문재인입니다>는 영화제 쪽이 해마다 세편의 기획을 선정, 제작을 지원하는 전주시네마프로젝트로 제작됐다. 29일 영화를 상영한 덕진구 전북대 삼성문화회관은 1500석 모두 매진됐다.
지난 14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 공개된 장면 중 문 전 대통령이 “5년간 이룬 성취가 순식간에 무너지고 과거로 되돌아갔다” “(여권이) 끊임없이 저를 현실정치 속에 소환하게 되면 결국은 그것이 그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가게 될 것” 등 현 정부에 대해 발언한 비판 장면은 영화에서 빠졌다. 영화가 끝난 직후 만난 이창재 감독은 “해당 장면은 원래 본편에는 넣지 않을 생각이었다”면서 “문 전대통령이 관련해 깊은 이야기를 오래 하셨고 자유롭게 써도 된다고 했지만 파급력 때문에 영화에서는 뺐다”고 말했다. 다큐멘터리스트인 이창재 감독은 <노무현입니다>를 2017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한 바 있다.
영화는 텅 빈 청와대의 곳곳을 비추다가 김의겸 전 대변인, 김상조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등 함께 일했던 이들이 문 전 대통령에 대해 말하는 짧은 회고로 시작한다. 김의겸 전 대변인은 “대통령으로 행복해 보이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직후 영화는 양산 평산마을로 카메라를 옮겨 은퇴 이후 문 전 대통령의 삶을 비춘다. 집 주변에 터를 만들어놓은 땅에 꽃과 나무를 심고 밭을 일구는 장면들, 청와대 생활을 함께 했던 반려견 마루와 토리와 보내는 차분하고 평화로운 생활이 담겼다.
하지만 짧은 평화는 마을 앞에 진을 친 시위대의 마이크에서 쏟아지는 거친 욕들로 언제나 깨지고 만다. 애써 이 소리를 외면하며 일상을 유지하고자 하는 문 대통령과 비서관들의 얼굴이 이따금 굳어진다. 시위대와 유튜버의 문제는 보도를 통해 알려졌지만 영화를 보면 문 전 대통령과 이웃들이 받았던 고통의 크기가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영화는 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의 평범한 일상과 현역 당시 비서관, 장관들의 회고를 교차해 담는다. 관련 비서관들은 주한미군 방위비 협상, 한미 미사일 사거리 지침 해제 등 문재인 정부가 일군 외교적 성과의 과정에서 문 대통령이 보여준 인내심과 원칙주의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 발달장애인 지원,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관심 등 문재인 전 대통령이 보여줬던 약자에 대한 지지도 관련 화면들로 보여준다.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코멘트들도 나온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과 도종환 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등은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극한대립에 치달을 때 측근들이 두 사람 모두 내릴 것을 주장했지만 문 대통령이 검찰총장 임기보장이라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윤 총장에 대한 신뢰를 지키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대통령의 선한 의지가 배신당했다”고 했고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주어진 권력을 제대로 쓰지 못하면서 결국 정권을 놓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는 풍산개 국가반납,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등 정권 교체 이후 논란이 되거나 윤석열 정부가 다시 조사에 나섰던 사건 등에서도 우회적으로 반박한다. 카메라는 문 대통령 내외가 마루, 토리뿐 아니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선물로 보냈던 풍산개 송강·곰이를 돌보며 보내는 시간도 비춘다. 여기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퇴임 직후 이명박 정부가 정치적으로 이용했던 국가기록물 유출 논란 보도들을 겹쳐 보여준다. 특히 영화가 처음 보여주는 곰이·송강이가 평산마을과 이별하던 날 아침의 풍경은 애틋하다.
상영 전 이창재 감독은 관객들에게 인사하면서 “1994년 다큐멘터리를 시작하면서 올해로 30년을 맞았는데 가장 어려웠던 영화였다”며 “작업을 하면서 이가 두개 빠졌다”고 말했다. <문재인입니다>는 5월 10일 극장 개봉한다.
전주/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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