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최삼경 ‘붓, 한 자루의 생’…“붓, 그것은 국가요 생이어라”[신간]
강석봉 기자 2023. 4. 30. 11:07
춘천을 대표하는 이야기꾼 중 하나인 소설가 최삼경이 첫 장편소설 ‘붓, 한 자루의 생’을 펴냈다.
이번 소설은 “조선의 반 고흐, 칠칠이 최북 외전”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천재 화가 중 하나인 최북의 일대기를 그린 소설이다.
소설가 최삼경은 “조선 시대를 대표하는 화가로 흔히 3원-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 오원 장승업-과 3재-겸재 정선, 공재 윤두서, 현재 심사정-를 꼽지만, 우리나라 최초의 전업 화가이며 조선의 반 고흐로 불린 호생관 최북을 빼놓을 수는 없는 일”이라며 이번 소설에 대해 이렇게 부언한다.
“도시괴담처럼 떠도는 최북에 대한 여러 일화들을 접하며 이것들을 재구성해내는 일은 재미있었다. 혹여 잘못된 정보일지도 모르고 작품에 각색을 했을지도 몰라 불안하기도 했지만 조선조에 화가로 지내는 예인들과 하층민들의 삶은 꼭 그려내고 싶었다.”
“북이 자신의 눈을 찌르기까지 그를 떠밀었던 신분적, 예술적 절실함과 광기에 대한 한을 어찌 풀어가야 할지는 쓰면서도 계속 떠오르는 화두였다. 우리 문화의 중흥기로 알고 있던 영·정조 시대가 그 많은 사회 변화를 이루고자 하는 열망과 성장에도 불구하고 기실은 엄혹한 정파 간의 정쟁이 고조된 시기였고, 이때 정권을 잡은 노론의 정치 이념에 따라 이후 조선말의 역사가 어찌 흘러갔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최북에 관한 논문은 많지 않았으나 그가 젊은 시절 만주 쪽을 한 바퀴 여행했다는 이야기를 보고 우리 민족의 시원이랄까, 우리의 국토를 넓혀보고 싶어서 저 샤먼의 태동이라는 바이칼 호수까지 나아갔다. 나름 최북이라는 예술가가 처한 사회적 상황과 예술적 고민을 잘 버무려 멋진 캐릭터를 하나 만들어보고 싶었으나 다시 읽어봐도 욕심뿐이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최북이라는 인물을 소설로 재구성하면서 작가는 조선 시대 화가로 지내는 예인들과 하층민들의 삶을 함께 그려내려 했다는 것이고, 문화의 중흥기로 알고 있던 영정조 시대가 다른 관점에서 보면 조선이 망국, 망조의 길을 걷게 된 시발점이라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는 것이다.
발문을 쓴 화가 이광택은 이번 소설을 한마디로 “생의 벼루에 갈린 휘황한 허무”라 칭하며 이렇게 얘기한다.
“‘사실이 달빛에 물들면 신화가 되고 햇빛에 바래면 역사가 된다’(이병주)고 하듯 일사(逸事)에 가려진 조선의 기인 화가의 삶을 이렇듯 야무진 직조처럼, 십자수처럼 올올이 치밀하게 엮어내 세상에 내놓다니! 역시나 허접한 소원 따위야 저만치 내던진 채 임원(林園)에서 교양을 갖추며 한평생을 마칠 것 같은 풍모의 문사에서나 나올 문장의 솜씨가 아닐 수 없다. 관찰의 미더움과 따뜻한 상상력이, 평정과 여유, 관조와 지혜가 도처에서 빛난다. 시대에 대한 비판적 안목과 따스한 마음씨가 단아한 문장으로 교직되어 있다. 크게 보되 작게 살피고, 작은 것 속에 큰 의미를 담았다.”
“그가 써낸 소설을 읽고 난 뒤 책을 흔들기라도 하면 월용(月容)의 여인이 뜯는 가야금 소리에 실려 오랜 시간이 쟁여놓은 웅숭깊고 아득하면서도 고즈넉한 향기가 날 것 같다. 그것만이 아니다. 소설 안에는 산맥으로서의 이 땅의 역사와 그 골짜기에서 벌레처럼 낮게 엎드려 살아온 뭇 백성들의 다채로운 삶의 결이 깊은 음각으로 새겨져 있다. 암석의 지층처럼 겹겹이 쌓인 조선 시대 민초들의 절망과 눈물로 응달진 고통스러운 상처가 사금파리처럼 엉켜 있다. 삶의 잡스러움, 그 이질적인 것들의 혼효 속에 현실이 있다고 하지 않던가. 그래서인지 소설에서는 왁자한 장바닥의 풍각 소리도 들리는 듯하다.”
“어찌 보면 최북은 예술의 가장 깊은 곳을 본 것 같다. 예술이란 것의 본질이 결코 삶과 유리될 수 없고 삶의 마당에서 역할 하는 것이니까. 그리고 건조한 우리 삶을 촉촉하게 해주는 수분크림 같은 것이니까. 또한 살천스럽고 황량한 세상의 덤불에 걸리고 찢기며 속병 든 한생이었지만 최북은 그 ‘생의 한 철’을 잘 놀고 간 것 같기도 하다. 힘없는 백성들이 너나없이 비인칭 주어로 살던 험악한 시절이었음에도 호생관이야말로 세상의 주인공이 되어 정신만큼은 온전하게 ‘주체’로 깨어 있지 않았던가. 그의 죽음이 푸짐한 함박눈의 축복 아래에서 길마 벗은 황소마냥 편안했던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권력과 폐쇄성으로 꽉 조여진 조선 사회에서 ‘환기통’ 같은 역할을 한 예인이 최북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미 오래전부터 최삼경은 글을 업으로 살아온 사람이다. 비록 호구지책으로 숱한 잡문을 써내야했지만, 그의 마음에는 늘 소설이 자리 잡고 있었고, 홀로 절차탁마한 지도 꽤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호구지책을 벗어버린 그가 펜을 들었다. 밤낮없이 조선의 반 고흐, 칠칠이 최북의 일생을 써내려갔다. 그 사이 몇 개의 계절이 지났다. 1200장의 원고지를 채웠다. ‘붓이 나의 국가였고, 붓이 나의 생이었다’는 문장을 끝으로 마침내 소설 ‘붓, 한 자루의 생’이 세상에 나왔다. 우화등선(羽化登仙), 마침내 그가 껍질을 벗었다. 이번 소설을 통해 화가 최북과 소설가 최삼경이 제대로 조명받기를 소망한다.
소설가 최삼경은?
소설가 최삼경은 강원도 홍천에서 태어났다. 한국작가회의 강원지회 회원으로 소설을 쓰고 있으며, 신문 잡지 등 매체에 현재 인문 사회 역사 문화 관련 칼럼과 에세이 등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헤이 강원도’, ‘그림에 붙잡힌 사람들 1, 2’가 있다.
강석봉 기자 ks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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