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놓고 민폐에 아슬아슬한 불륜까지, 우리 엄정화니까 괜찮아('차정숙')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3. 4. 30.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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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환자분 손목에 상처가 나서 그러는데 수갑을 좀 살짝 헐겁게 해주실 수 있어요?" JTBC 토일드라마 <닥터 차정숙> 에서 차정숙(엄정화)은 살인죄를 저지른 수술을 거부하는 환자가 검사를 하는 동안 수갑을 헐겁게 해달라 교도관에게 부탁한다.

차정숙의 남편 서인호(김병철)는 같은 병원의 최승희(명세빈)와 오랜 불륜 관계였고 최승희의 딸 최은서(소아린) 또한 그들 사이에서 난 딸이라는 뉘앙스를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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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차정숙’, 엄정화 아니면 이런 호감 만들긴 어려웠을 듯

[엔터미디어=정덕현] "이 환자분 손목에 상처가 나서 그러는데 수갑을 좀 살짝 헐겁게 해주실 수 있어요?" JTBC 토일드라마 <닥터 차정숙>에서 차정숙(엄정화)은 살인죄를 저지른 수술을 거부하는 환자가 검사를 하는 동안 수갑을 헐겁게 해달라 교도관에게 부탁한다. 갈등하던 교도관은 결국 수갑을 풀어주고, 그 일은 치매증상을 가진 환자가 병원을 이탈하는 사태로 불거진다.

병원 전체가 발칵 뒤집어지고 윤태식(박철민) 외과과장은 제정신이냐며 죄송하다는 차정숙을 질책한다. "어디서 이런 모자란 레지던트가 굴러 와 가지고 병원 망신을 시켜?" 차정숙 때문에 병원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이것만이 아니다. 그는 쓰러진 오창규 회장(송영창)의 CPR을 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전기충격을 먹고 기절하는 일을 만들기도 했다.

그를 뽑은 임종권(김병춘) 가정의학과 과장은 차정숙을 불러 대놓고 그만두라는 이야기를 꺼낸다. "이 일 계속 할 수 있겠나? 사실 내가 자네 오고부터 걱정이 많아. 자네가 우리 과에 끼치는 민폐야 이 안에서 얼마든지 무마가 가능하지만 파견된 과에 민폐를 끼치는 건 어떻게 손을 쓸 수가 없다고. 그래서 나이 먹은 레지던트는 기피를 하는 거야. 젊은 친구들이 잘못을 하면 실수지만 나이 먹은 사람이 못하면 무능인거야."

임종권 과장의 말은 도를 넘는다. 나이 들었다고 실수가 아닌 무능이라고 하는 건 차별적 발언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그는 차정숙을 '민폐'로 몰아세운다. 물론 드라마가 이렇게 차정숙을 몰아세우는 건 드라마틱한 반전을 위해서다. 결국 오창규 회장이 자신의 아픔을 공감해준 차정숙에게 감복하고 그래서 100억을 병원에 기부하기로 결정하면서 보여줄 반전이 그것이다. 결국 나이 들어 실수도 하고 누군가에게 민폐가 될 수도 있지만, 그 경험치에서 나오는 타인에 대한 깊은 이해가 오히려 능력이 될 수 있다는 걸 드러내는 반전이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민폐'의 느낌을 주는 캐릭터는 시청자들에게 호감을 얻기가 쉽지 않다. 뒤늦게 레지던트 도전을 하고 있는 차정숙을 응원하게 되면서도 그가 어설퍼 만들어내는 민폐들은 그래서 아슬아슬한 면이 있다. 다행스러운 건 이러한 캐릭터의 비호감 요소조차 엄정화라는 배우가 가진 호감이 덮어버리는 힘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닥터 차정숙>에 드리워져 있는 '불륜의 향기' 역시 자칫 시청자들이 보기 불편한 느낌을 줄 수 있다. 차정숙의 남편 서인호(김병철)는 같은 병원의 최승희(명세빈)와 오랜 불륜 관계였고 최승희의 딸 최은서(소아린) 또한 그들 사이에서 난 딸이라는 뉘앙스를 풍긴다. "엄마 세컨드 맞잖아? 날 유부남 자식으로 낳아서 아빠를 아빠로 부르지도 못하게 하냐?"

이들의 불륜에 마치 대응하듯이 차정숙과 그에게 호감을 느끼는 로이 킴(민우혁)의 관계 또한 심상찮다. 차정숙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이지만 로이 킴의 시선은 점점 불륜의 향기를 피워내기 때문이다. 이것 역시 서인호와 최승희의 불륜에 대한 일종의 사이다 대응으로서의 성격이 크지만 너무 익숙한 '불륜 판타지' 클리셰 중 하나다.

<닥터 차정숙>은 이처럼 민폐에 불륜까지 아슬아슬한 코드들이 들어 있다. 그것이 극성을 만들어내는 건 맞지만 자칫 비호감 요소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닥터 차정숙>을 밝게 만드는 건 다름 아닌 엄정화라는 배우가 가진 매력 덕분이다. 이상하게도 응원하고 싶게 만드는 이 배우의 호감이 이 작품이 가진 불안요소들을 상당부분 지워내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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