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도 폭염에 말 죽고…바다 온도 관측 이래 최고
■ 4월인데 40도…폭염에 가뭄까지
폭염이 스페인을 덮쳤다. 26일 남부 세비야는 오후 5시에도 섭씨 40도까지 치솟았고, 27일 코르도바는 38.8도를 기록했다. 관측 이래 4월 최고 기온, 평년보다 10~15도 높은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기상청 대변인은 "완전히 통제 불능 상태"라고 했고, 기후학자 막시밀리아노 에레라는 트위터에 "절대적 극한 상황"이라고도 했다.
전례 없는 폭염에 거리에서 마차를 끌던 말이 탈수 증세로 쓰러졌다가 결국 죽고 말았다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스페인 당국은 학교 수업 시간 조정에 나섰고, 사람들이 승강장에서 오래 기다리지 않도록 대중교통 운행도 늘리기로 했다.
폭염 뿐 아니라 가뭄도 비상이다. 스페인 국토의 27%가 가뭄 '비상' 혹은 '경보' 단계이고, 전국적인 물 비축량은 50% 아래로 떨어졌다. 올리브나무 등이 치명타를 입으면서 올리브유 가격이 지난해보다 60% 이상 폭등했다. 급기야 스페인 당국은 유럽연합(EU)에 긴급 재정 지원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스페인 기상청은 폭염 원인을 아프리카 대륙에서 덥고 건조한 기단이 넘어왔는데, 대기가 순환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 해수 온도 21.1도 최고치…학계 "설명 불가"
전 세계 바다 온도가 '한 달 이상' 지속적으로 전례 없는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기후 위기가 이미 현실화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가 공개한 데이터 잠정치를 토대로, 이달 초 해수면의 평균 온도가 섭씨 21.1도로, 역대 가장 더웠던 2016년 3월의 최고 기록인 섭씨 21.0도를 뛰어넘었다고 보도했다. 바다 온도는 3월부터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해 한 달 넘게 고온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는 1981년 위성·부표 관측 이해 처음 있는 일이라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영국 BBC 방송도 최근 과학저널 지구시스템 과학데이터(ESSD)에 실린 연구를 인용해 비슷한 보도를 내놨다. 지난 15년 동안 지구에 축적된 열이 50% 증가했고 이 중 대부분이 바다 수온을 높이는 효과로 작용했다고 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전 세계 바다 수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특히 북미 동해안의 바다 표층 수온은 1981년~2011년 평균보다 섭씨 13.8도나 더 높았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해양학자 카리나 폰 슈크만 박사는 BBC에 "이같은 급격한 변화가 왜 일어나는지 아직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면서 "기후 변화인지 자연적 변동성인지, 아니면 두개가 합쳐진 효과인지 모르지만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영국 남극조사국의 마이크 메레디스 교수는 "매우 놀랍고, 우려스러운 수준" 이라며 "단기간의 극단적 현상이거나 아니면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의 시작일 수도 있다"고 가디언지에 밝혔다.
■해수 온도 상승, 기후 재난 부른다
과학자들은, 이 해수 온도 상승이 기후 재난의 연쇄 반응을 불러올 수 있다고 분석한다.
1차적으로 해양생물의 폐사를 불러올 수 있고, 태풍이나 허리케인 같은 열대 저기압이 더 강해지고 오래 지속될 수 있다. 온도가 올라갈수록 부피가 커지는 물의 특성상 해수면이 상승하고 빙하가 녹는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 따뜻한 물은 이산화탄소를 그만큼 덜 흡수하기 때문에, 현재 배출되는 탄소의 25%를 가두는 바다가 흡수 능력이 떨어지면서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
올해는 열대 동태평양의 표층 수온이 평년에 비해 높아지는 엘니뇨 현상까지 예고돼 있다. 독일 포츠담 기후 영향 연구소(PIK)의 요제프 루데셔 박사는 "엘니뇨 현상이 발생하면 지구 온도가 0.2~0.25도 더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이 집계한 가장 더웠던 해 10년을 보면 최근 몇 년이 집중적으로 분포돼 있는데, 올해와 내년이 가장 더운 해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폭염은 재난이다.
이병도 기자 (bdle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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