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도 힘준 '첨단학과' 흥행하려면…'의대쏠림' 방지 관건

김정현 기자 2023. 4. 3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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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취업보장' 연·고대 반도체학과도 이탈 심각
"입시 흥행, 경쟁률 보다 이탈 방지에 달려"
대통령도 우수인재 강조…교육부, 대책 고심

[수원=뉴시스] 지난 2020년 8월26일 경기 수원시 아주대학교 병원에 전공의들이 벗은 가운이 놓여져 있다. 당시 수도권 전공의들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 등에 반발하며 집단 휴진에 나선 바 있다. (사진=뉴시스DB). 2023.04.30. photo@newsis.com

[세종·서울=뉴시스]김정현 김경록 기자 = 올해 입시부터 서울 주요 대학의 반도체 등 첨단분야 정원이 대폭 늘어났으나 흥행 여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 많다.

이들 학과는 지난해 대입에서 다른 학과보다 유독 합격자 이탈, 추가합격 규모가 컸는데 대체로 의약학 계열 쏠림 현상 때문이었다는 시각이 강했다. 교육부도 과학 우수인재 이탈 방지책을 고심 중이다.

30일 종로학원의 2023학년도 대입 정시모집 최종 추가합격 현황 분석 결과를 보면, 연세대·고려대·서강대·한양대 반도체 관련 계약학과 4곳의 추가합격자 수는 73명으로 총 모집정원(47명)의 155.3%였다.

이들 계약학과는 졸업 후 삼성전자(연세대), SK하이닉스(고려대·서강대·한양대) 취업이 사실상 보장된다. 당시 학원가에서 파악한 추가모집 회차는 최소 5차였고 전화모집까지 진행했을 수 있다고 전해졌다.

추가합격은 전형 결과 지원자 중 최상위 합격자를 앞서 선발했는데, 합격자가 상위 대학이나 선호 학과를 택하는 등 이유로 등록을 포기하면 빈자리를 마저 채우기 위해 후순위 지원자를 뽑는 것이다.

당시 한양대 반도체공학과의 경우 모집정원(16명) 내 합격자가 모두 이탈한 것은 물론 추가합격자도 연거푸 이탈하며 전형 결과 60등(44명)까지 뽑았다.

연세대 전체 등록 포기율은 38.5%였으나 시스템반도체공학과(130.0%)는 3.4배 높았고, 고려대 반도체공학과(72.7%)는 전체(33.2%) 포기율의 2배였다.

[서울=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6월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반도체 포토마스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3.04.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종로학원이 정시 접수 직전 지난해 12월 예측한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의 수능 국어·수학·탐구 표준점수 기준 합격선은 396점으로, 의예(416점), 치의예(408점), 약학(399점) 다음이었다. 고려대·한양대도 자연계 상위 2~3위로 예상됐다.

학원가는 오는 6월 대입정보포털 '대학어디가'를 통해 대학별 지난해 정시 합격자들의 성적 수준이 공개되기 전까지는 단정하긴 이르지만, 첫 예상보다 커트라인이 하락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서울대 의대 이탈자가 거의 없는 것처럼 합격자 이탈이 없는 것이 입시에서 '흥행'을 말하는 절대적 조건"이라며 "학과를 만들었지만 이공계 고급 인재가 빠져나가는 물꼬를 차단하지는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탈 상당수는 의대, 치대, 한의대, 수의대, 약대 등으로 빠져나갔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6월7일 국무회의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반도체 강의를 듣고 "반도체 산업은 '우수한 인재'를 키워내는 게 핵심"이라고 주문했다. 교육부는 오는 2027년까지 반도체 학부생 규모를 2000명 늘리기로 했다.

이는 지난 27일 공표된 2024학년도 일반대학 첨단분야 정원 조정 결과로 나타났다. 서울대·고려대·연세대(총 298명)를 비롯해 수도권에서 첨단분야 정원 817명이 순증됐다. 비수도권도 1012명 늘었다. 반도체 분야가 654명으로 가장 많았다.

[서울=뉴시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이 치르는 대학 입시에서 서울대 등 수도권 4년제 10곳의 첨단분야 학부 입학정원이 817명 늘어난다. 지방대도 1012명이 늘어나 총 1829명이 추가됐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의대 지원을 고려할 상위권일수록 의약학 계열로 빠져 나가지 않는 첨단학과 합격생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며 "지방대도 의대가 있는 국립대 중심으로 첨단학과 정원이 늘어 의대행을 막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국회 교육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이 분석한 2022학년도 전국 대학 22곳 반도체학과(25개) 신입생 충원율은 평균 89.6%였다. 정원을 전부 채우지 못한 대학 7곳 모두 지방대였다.

이와 관련해 민 의원 등은 지난해 11월 '지역대학 위기 극복방안을 위한 국회 토론회' 보고서에서 "수도권의 반도체 계약학과는 충원율 100%에 30대 1의 경쟁률을 보일 정도로 인기가 있다"고 전했다.

비록 서울 최상위 첨단학과가 경쟁률 측면에서는 흥행하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윤 대통령이 강조한 '우수 인재'가 의대로 이탈하면 지방 국립대 합격자는 수도권으로 쏠리는 악순환이 걱정된다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 27일 2024학년도 대학 첨단분야 정원 조정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과학인재 양성을 위해 의대를 제외한 학과로 우수한 인재가 갈 수 있는 대책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knockro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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