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만에 열리는 영국 대관식…英 찰스3세, 6일 뒤 왕관 쓴다

박양수 2023. 4. 3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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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6일 웨스트민스터 사원서 즉위 8개월만
각국 정상급 인사와 왕족 등 2000여명 초청
1천년 역사 대관식 전통 유지
왕실 현대화와 위기 극복 과제
대관식 앞둔 버킹엄궁 앞 풍경. [EPA 연합뉴스]
영국 찰스 3세 대관식 기념품. [AP=연합뉴스]

오는 5월 6일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영국 찰스 3세 국왕이 정식으로 대관식을 치르고 왕관을 쓴다. 명실상부한 찰스 3세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74세의 찰스 3세 국왕은 이번 대관식에서 왕좌에 앉아 영국과 14개 영연방 왕국의 군주임을 만천하에 알린다.

찰스 3세는 지난해 9월 8일 어머니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서거하면서 자동 즉위했다. 대관식은 즉위 후 8개월 만이다.

영국의 대관식은 1953년 6월 2일 엘리자베스 2세 이후 70년 만이다. 찰스 3세는 4살 때인 1952년 여왕이 즉위하며, 왕위 승계 서열 1위가 됐다. 9살이던 1958년 영국 왕세자(Prince of Wales)로 정식 책봉된 이래로도 65년만이다.

웨스트민스터 사원 대관식은 1066년 윌리엄 1세 이후로 이어진 전통으로, 찰스 3세는 이 곳에서 대관식을 치른 40번째 국왕이 된다.

시대가 흐르며 대관식의 의미와 형식이 달라졌지만 기본 뼈대는 고스란히 지켜진다.

이날 행사는 찰스 3세 부부가 버킹엄궁에서 마차를 타고 와서 오전 11시부터 약 1시간 동안 대관식을 한 뒤 다시 버킹엄궁으로 돌아가는 순서로 진행된다. 이어 국왕 등 왕실 가족들이 발코니에 나와 인사를 하면 마무리된다. 5일엔 버킹엄궁 리셉션, 7일엔 배우 톰 크루즈, 안드레아 보첼리 등이 출연하는 윈저성 콘서트가 있다.

대관식은 종교적인 행사로, 영국 국교회 수장인 캔터베리 대주교가 집전한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영국 언론들은 전통적인 큰 틀은 유지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국 왕실의 역사적인 예식인 대관식에는 각국 정상급 인사와 왕족 등 2000여명이 초청됐다.

미국의 경우 조 바이든 대통령 대신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참석한다. 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영연방인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와 호주의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등이 참석 계획을 밝혔다. 다른 나라 왕족 중에는 스페인, 스웨덴 등의 국왕과 일본 왕세제 등이 참석한다.

영국에선 리시 수낵 총리와 전직 총리 등도 초청받았다.

찰스 3세의 맏손자로 왕위 승계 서열 2위인 9세 조지 왕자는 국왕의 명예시동 역할을 맡았고, 왕실과 결별한 찰스 3세의 둘째 아들 해리 왕자는 가족 없이 혼자 참석한다.

커밀라 왕비의 전남편과 그사이에 얻은 자녀들도 초청받았고, 손자들은 명예시동으로 할머니의 옷자락을 드는 역할을 맡았다.

영국은 대관식을 치르면서 엘리자베스 2세를 지주 삼아 지내온 전후 70년을 뒤로 하고 찰스 3세 시대에 본격 접어든다.

찰스 3세는 즉위 후 왕실 현대화에 시동을 걸었으며, 대관식은 새로운 왕실로 변모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그는 물가 급등 등으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왕실 운영을 효율화하고 세금으로 치르는 대관식 규모도 축소키로 했다. 행사에서 사람들을 만날 땐 여왕에 비해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보통 사람 같은 모습을 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다문화·다종교 사회인 현대 영국의 모습을 반영해 다양성을 강조할 전망이다. 대관식에 다른 종교 성직자들을 초청하고, 국교회뿐 아니라 모든 신앙을 지킨다고 다짐할 것으로 예상된다.

70년 전 백인 일색이던 여왕 대관식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여성, 흑인 등에게도 대관식의 주요 역할을 맡겼다.

커밀라 왕비는 메리 왕비의 왕관을 재사용하고, 인도 식민지 '피눈물'의 상징인 코이누르 다이아몬드는 빼기로 했다.

왕실이 역대 왕들의 노예제 관련 과거에 관한 조사에 역대 처음으로 적극 협력한다는 소식도 대관식을 앞두고 발표했다.

대관식 초청장은 재생 종이로 만들고 성장과 순환을 상징하는 영국 전설 속 존재 '그린맨'을 넣었다. 성유는 동물 친화적으로 제조했다. 찰스 3세는 기후변화와 지속가능성 문제에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다.

왕실 앞에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마지막까지 큰 인기를 누린 여왕이 세상을 떠나자 젊은 층 무관심, 영연방 이탈 움직임, 해리 왕자와의 갈등 등이 수면 위로 치고 올라오고 있다.

10∼20대 상당수는 대관식을 TV로도 볼 생각이 없다고 말한다. 게다가 대관식을 계기로 국가 주요 결정을 국민 대표가 할지, 백성을 거느린 군주가 할지에 관해 따져보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왕실의 위기는 영국의 군주제 체제가 흔들리는 일이다. 왕실이 약해지면 국제사회에서의 영국의 입지 축소도 불가피하다.

영국이 대영제국의 위상은 잃었지만, 인구 25억명, 56개 독립 국가의 자발적 협회인 영연방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던 데는 수장으로서 고리 역할을 한 여왕의 역할이 컸기 때문이다.

찰스 3세는 인기 없는 왕세자였고 다이애나빈과의 복잡한 가정사·정치 개입 논란·사우디 자금 수수 등으로 불안한 시선을 받았지만 일단 국왕이 된 후에는 안정적이란 평을 받고 있다.

커밀라 왕비도 대관식을 계기로 정식으로 '왕비(Queen)' 호칭을 사용키로 하는 등 '불륜녀' 이미지가 많이 희석됐다.

다만, 일각에선 왕실이 커밀라 왕비 이미지를 만드는 데 너무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는 곱지않은 시선도 있다.

찰스 3세는 일반인이라면 은퇴했을 나이에 국왕이라는 역할을 맡았다. 그의 앞에는 왕실 안팎의 위기를 봉합하고 아들인 윌리엄 왕세자와 손자 루이 왕자에게 왕위를 순조롭게 넘겨줄 토대를 닦아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가 놓여 있다는 게 세간의 평가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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