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메의 문단속' 신카이 마코토 감독 "다정한 韓관객들" [인터뷰]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거장으로 꼽히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괄목할만한 성적으로 다시 한국을 찾았다. 자신의 메시지를 따뜻하게 받아준 한국 관객들에게 거듭 감사함을 전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다.
'스즈메의 문단속'이 2023년 개봉작 중 첫 번째 순서로 누적 관객수 500만을 돌파했다. '스즈메의 문단속'(연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우연히 재난을 부르는 문을 열게 된 소녀 '스즈메'가 일본 각지에서 발생하는 재난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문을 닫아가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지난번에 왔을 때 300만명 돌파하면 다시 오겠다고 약속했었다. 이번에 다시 왔을 때 300만명을 금방 돌파하고, 순식간에 400만을 돌파했다. 500만 돌파까지 어떻게 이렇게 많은 분들이 내 작품을 봐주셨는지, 반은 신기하고, 반은 감격하고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직접 꼽은 흥행 이유에 대해 "한국에서 수입, 배급을 해주신 미디어캐슬에서 '너의 이름은'을 넘기기 위해 매우 열심히 노력해 주셨다고 생각한다"고 웃음을 보였다.
이어 "'더 퍼스트 슬램덩크' 덕분이라는 생각도 든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개봉하고 대히트를 했고, 그렇게 일본 애니메이션을 많은 분들이 재밌게 봐주시는 와중에 그다음 개봉한 것이 '스즈메의 문단속'이다. 보다 많은 분들이 다음 작품으로 선택해 주신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이 영화의 이야기 자체가 재해로 인해 상처를 입었던 소녀가 회복해 나간다는 내용이다. 그 부분이 한국의 젊은 분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을 준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며 "근데 결정적인 이유는 잘 모르겠다. '혹시 이게 이유가 아닐까' 생각하시는 게 있다면 말씀해 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제 작품은 봉준호 감독님에 비하면 매우 불완전하다. 등장인물들부터 영화의 퀄리티도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렇게 불안정한 영화를 보고, 한국분들이 자신이 얻을 수 있는 메시지를 발견하고, 마음속으로 받아들여주시는 것을 볼 때 한국 관객분들이 정말 다정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지난 2011년 벌어진 동일본 대지진을 소재로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인간은 아주 오래전부터 일어났던 일들에 대해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만들어서 다음 세대에 전달해 왔다. 애니메이션도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한 미디어"라며 "사회에서 일어났던 큰 재해가 이야기로 전달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저의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만 신카이 감독은 "실제로 일어났던 재해를 이야기로 만들어 엔터테인먼트 화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날 필욕 있다고 생각했다. '스즈메의 문단속'도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뒤 12년 후 만들어졌는데 엔터테인먼트를 만들기 위해선 12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반대로 어떤 재해가 일어나고, 4~5년 밖에 지나지 않았다면 너무 생생하기 때문에 이렇게 무언가를 만들긴 힘들었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실제 재난 사건을 소재로 다룬 만큼, 세심한 접근이 필요했다. 신카이 감독은 "12년 전 일어난 일이지만, 아직도 생생하게 그 상처가 남아있는 분들이 많다. 그렇게 때문에 이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 풀어나가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며 "가령 직접적인 묘사는 너무 많이 보여주지 말기로 했고, 쓰나미가 마을을 덮치는 모습도 묘사하지 않기로 했다. 동일본 대지진 그 자체에 대해선 직접적으로 그리지 않겠다는 걸 영화를 만들 때부터 처음부터 정해놨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주의점은 바로 '재회'였다. 신카이 감독은 "돌아가신 분들을 다시 만나게 되는 이야기로는 만들지 않기로 했다. 사실 스즈메의 엄마도 돌아가신 분이지 않냐. 그런데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에서 돌아가신 분들과 만나게 되는 이야기를 만들 순 있지만, 실제로 그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넣지 않았다"며 "여러 가지 작은 장치들을 고민해서 만들었다. 실제로 일본 영화관에선 상영 전 '이 영화는 지진경보가 울리고 지진에 대해서 그려내고 있다'고 먼저 알려드린다. 혹시나 트라우마가 있으신 분들이 이 내용을 모르고 우연히 보시게 됐다가 상처를 입으실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전작 '너의 이름은'에 이어 '스즈메의 문단속'에서도 여고생 주인공을 앞세웠다. 이에 대해 신카이 감독은 "제가 젊은 세대를 주로 주인공으로 그리는 이유는 애니메이션은 기본적으로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특히 10대 시절은 학교도, 집도 아닌 무언가 다른 세계를 원하고 추구한다. 그것이 제3의 장소로 애니메이션, 만화, 소설 같은 픽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젊은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그려내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신카이 감독은 "제가 앞으로 만들게 될 작품 속 주인공은 성인이 될 수도, 아저씨가 될 수도, 아줌마가 될 수도 있다. 어쩌면 10대가 될지도 모른다"며 "아직 고민 중이지만, 작가는 본인이 성숙해지면 내용도 성숙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년이나 나이가 든 성인이 주인공인 영화나 애니메이션도 많기 때문에 일단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그려져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앞으로 어떤 주인공을 쓰게 될지 고민이 많다"고 털어놨다.
아울러 해외 극장가의 반응도 언급했다. 신카이 감독은 "미국과 유럽에서도 '스즈메의 문단속'이 상영되고 있다. 과거에 제 작품이 미국과 유럽에서 동원했던 관객들보단 훨씬 높은 관객수를 동원하고 있다"며 "그러나 유럽이나 미국에서 아시아만큼이나 큰 히트를 하고 있진 않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일단 미국이나 유럽 등은 제가 만들고 있는 것과 같은 손그림, 핸드드로잉 애니메이션이 아직 시민권을 얻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일반분들이 많이 보러 가는 정도로 널리 퍼져있진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미국과 유럽에서 가장 잘되고 있는 애니메이션은 '슈퍼마리오 브라더스'다. 닌텐도 게임에서 나온 애니메이션인데, '스즈메의 문단속'과는 단위가 다르게 히트하고 있다"며 "중국에서도 '슈퍼마리오 브라더스'가 개봉했지만, '스즈메의 문단속'이 더 위에 있다. 한국에서도 '슈퍼마리오 브라더스'가 개봉했다고 들었는데, 이 영화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다"고 전했다.
끝으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지브리 스튜디오로 정점을 찍은 뒤 다소 약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향후 전망에 대해 "제가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해 전체를 대표하는 입장이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이야기는 아닐 것 가다"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이에 대해 신카이 감독은 "저도 일본 애니메이션이 내리막길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오히려 성장하고 있는 시기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며 "일본의 '주간소년점프' 등 IP 작품들이 원작이 된 애니메이션들이 굉장히 널리 퍼지고 힘을 얻고 있다. 과거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든 회사와, 그걸 배급하기 위해 노력했던 일본의 배급사들이 10~20년가량 노력해 온 것들이 해외로 널리 알려져 지금에서야 결실을 맺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물론 좋은 뉴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은 손그림으로 한 장 한 장 사람이 그리다 보니 굉장히 시대에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며 "그것을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방식을 업데이트해야 하는 것이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의 과제이자 문제"라고 덧붙였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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