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대반격 개시 임박…"준비 부족에도 다른 선택지 없어"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우크라이나가 준비 중인 '봄철 대반격'이 임박한 가운데 이 작전이 1년이 넘은 전쟁의 분수령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를 상대로 한 대반격에 자신감을 보이지만 탄약 부족, 러시아군의 방어태세 구축 등에 고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영국의 러시아 안보 전문가인 마크 갈레오티 교수는 29일(현지시간) 영국 선데이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우크라이나가 대대적인 공격을 할 준비가 안 됐지만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진단했다.
최근 올렉시 레즈니코우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이 대반격과 관련해 "준비가 거의 마무리 단계"라고 공언한 것과 달리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지적한 것이다.
갈레오티 교수는 우크라이나가 봄이나 여름에 대규모 반격에 나설 수밖에 없는 국내 정치적 상황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군사정보국(HUR)의 키릴로 부다노프 국장 등과 같은 강경파 인사들이 협상을 위한 어떤 대화도 막으면서 공세에 나설 것을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한 기밀 문건에 따르면 부다노프 국장은 전쟁 발발 1주년이 되는 올해 2월 24일에 맞춰 대규모 공격을 준비하라고 지시했지만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계획이 보류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갈레오티 교수는 우크라이나 대반격의 가장 큰 장애물로 약한 방공망과 탄약 부족을 꼽았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대반격 작전을 하기에 아직 적절한 방공망이 부족하다"며 "이 점 때문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공군력으로부터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달 중순 소셜미디어에 유출된 미 국방부 기밀문서에도 우크라이나군의 대공미사일 비축량이 고갈돼 서방의 지원이 없다면 5월 하순께엔 최전선을 보호할 방공망이 크게 위축될 것이란 비관적 평가가 담겨 있었다.
또, 갈레오티 교수는 우크라이나가 포탄, 총알, 미사일 등 탄약을 엄청난 속도로 쓰고 있다며 탄약이 없다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무기도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다고 평가했다.
예컨대 우크라이나가 한 달간 소비하는 155㎜ 포탄은 미국의 1년 치 생산량을 넘어서는 규모다.
미국과 유럽 각국의 방위산업체는 작업시간을 연장하고 새 장비를 도입하는 등 생산량 증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당장 큰 성과를 올리지 못하는 모양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면서 미국이 탄약을 채우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미 정부가 군수품 생산업체들에 대한 재정지원을 꾸준히 지속하지 않은 탓에 많은 기업이 문을 닫은 것을 이유로 꼽았다.
그러면서 미 국방부 당국자들은 포탄을 비롯한 군수품을 제조하는 미국 내 업체들의 생산능력 감소 추세를 되돌리는데 최소 5∼6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한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가 서방 국가들로부터 지원받은 군사 장비에 숙달하는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최근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장갑차 1천550여대와 전차 230대를 비롯해 우크라이나에 약속한 장비의 98%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방에서는 우크라이나 지휘관과 일선 병사들이 새로운 무기 체계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갈레오티 교수는 전했다.
그런 가운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에 대비해 이미 방어 태세를 굳힌 모양새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대반격 작전의 최대 목표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우크라이나 남부 일대에 러시아군이 참호와 요새를 구축한 정황이 위성사진으로 포착되기도 했다.
CNN도 이날 위성사진을 토대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부에서 지뢰밭, 참호, 장애물, 그리고 전차를 막을 배수로 등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특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남부 자포리자주의 도시 폴로히에서 참호를 대규모로 만든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CNN은 "러시아가 거의 6개월 동안 정교한 방어 태세를 준비했다"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방어망을 돌파하는 것이 커다란 과제라고 짚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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