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무기 공동조달 계획에 한국 참여 검토 필요" 주벨기에 대사관

주벨기에 대사관이 한-EU 수교 60주년을 맞아 발간한 책자 표지. [출처 주벨기에대사관 홈페이지. 브뤼셀=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무기 확보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한국도 나토 무기 조달 절차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와 주목된다.

30일 주벨기에유럽연합 한국대사관(주나토대표부 겸임)에 따르면 나토 업무를 담당하는 조성욱 참사관은 최근 발간된 '격동하는 세계, 진화하는 EU'라는 제목의 책자에서 이같은 주장을 폈다.

조 참사관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나토 조달청(NSPO)은 부족한 탄환 등을 공동조달로 메꾸려고 시도하고 있고, 앞으로도 규모의 경제와 동맹국 간 상호운용성을 높일 수 있는 효과 때문에 공동구매를 더 촉진할 계획"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나토 조달청 입찰 참여와 관련, "우리 방산 수출의 다변화와 질적인 성장에 기여할 수도 있기 때문에 참여의 실익과 법·제도적인 검토를 포함한 종합적 판단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현재로선 한국이 나토 조달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 방산 수출 확대를 위해선 관련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도 무기 구매와 관련, 지난 26일 군비감독관회의(CNAD)에서 '다국적 조달' 확대를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나토 조달청은 31개국 회원국의 방위력 극대화를 목적으로 임무 수행에 필요한 물자와 장비를 획득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다자적 플랫폼이다.

대상 품목은 탄약·미사일을 비롯해 의료서비스, 유류 공급 등으로 다양한다. 연간 구매액은 43억 유로(약 6조35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나토 조달청 입찰은 기본적으로 31개국 동맹국 소속 방산업체에 입찰 우선권이 부여된다. 한국 방산업체가 참여 기회를 얻으려면 한국 국방부와 나토 조달청 간 별도 기본 협정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나토 기금사업에 기여하는 국가 혹은 나토 주도 작전에 참여하는 국가에 있는 방산업체들이 입찰 참여 자격이 주어진다.

나토가 필요로 하는 무기 및 서비스를 생산할 수 있는 '유일한 회사'이거나 나토와 방산에 관한 기본협정 및 해당 무기 분야에 관한 세부 협정 체결하는 경우에도 참여가 가능하다.

이 책자는 한-EU 수교 60주년을 맞아 EU 및 나토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대사관에서 실제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의 견해와 토론을 바탕으로 작성됐다.

윤순구 대사는 책자에서 "한국의 대EU 관계는 우리의 주도가 많지 않고 수세적이고 대응적이며, 경제통상 분야 중심이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윤대사는 "EU와 한국 간 추구하는 가치와 국가 목표에서 공통된 지향점이 있다"면서 "양측은 지역 안보 문제는 물론 안정적 공급망 확보 및 전략 물자 다변화 등 경제 안보 논의 과정에서 호혜적 협력 영역을 확대해 나갈 수 있는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