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감독' 이병헌의 반전 과거 "돈 없어 고시원 생활" [인터뷰]

정한별 2023. 4. 30.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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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 감독, 박서준·아이유 캐스팅 비화 공개
"대중의 기대감, 기분 좋은 부담스러움"
이병헌 감독이 '드림'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돈이 없던 과거의 이병헌 감독은 고시원에서 생활했다. 힘든 마음에 '부모님 집에 갈까'라는 고민도 했다. 그러나 자신이 느끼게 될 창피함이 두려워 버텨냈고 '천만 감독'이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드림'은 힘든 시간을 거쳐 성장한 이 감독이 의미와 재미를 담아 만든 따뜻한 작품이다.

이병헌 감독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영화 '드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드림'은 개념 없는 전직 축구선수 홍대(박서준)와 열정 없는 PD 소민(아이유)이 집 없는 오합지졸 국대 선수들과 함께 불가능한 꿈에 도전하는 모습을 담았다.


단순한 제목, '드림'

이병헌 감독이 영화 제목 '드림'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드림'에 제대로 된 제목이 없을 무렵 이 영화는 '홈리스 월드컵'이라는 가제를 두고 있었다. 그러나 '홈리스 월드컵'이라는 제목이 편견을 심어줄 수 있을 듯하다는 의견이 나왔고 투자사와 제작사의 관계자, 스태프 등은 제목에 대해 고민했다. 투자사의 의견으로 '드림'이라는 새로운 가제가 생겼는데 이후에도 고민은 이어졌다. 이 감독은 "드림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좋지만 단순하고 너무 착하면서 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 고민해 보자고 했는데 박서준 아이유씨가 캐스팅되고 홍보로 제목이 알려지니까 못 바꾸겠더라"고 설명했다. 물론 현재의 그는 '드림'이라는 제목에 큰 애착을 갖고 있다. 이 감독은 "지금은 좋고 단어가 예뻐 보인다. 영화를 만들어 놓고 보니 어울리는 듯하다"고 이야기했다.

이 감독이 홈리스 월드컵에 관심 갖게 된 계기는 교양 프로그램이었다. TV를 보는 동안 그는 자신이 이러한 경기를 아예 몰랐다는 사실에 미안한 마음을 느꼈다. 실제 있었던 일인 만큼 묵직한 감동도 있었다. 당시 이 감독의 머릿속에는 '대중영화로 재밌게 만들어질 수 있겠다. 그렇다면 우리가 몰랐던 것도 소개해 줄 수 있겠다. 많은 사람들이 많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의미도, 재미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작품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박서준·아이유와의 만남

이병헌 감독이 박서준 아이유의 캐스팅 비화를 들려줬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드림'의 촬영은 쉽지만은 않았다. 비가 많이 와 일주일에 1, 2번 촬영을 진행하기도, 코로나19의 유행 속에서 작업을 중단하기도 했다. 더위도 문제였다. 그럼에도 박서준 아이유 등 배우들의 열정은 '드림'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 감독은 영화 '극한직업', 드라마 '멜로가 체질'을 선보인 후 시나리오를 전달하는데 더욱 수월한 위치가 됐다고 생각한다. 그는 "운이 좋았던 게 서준씨도 가볍게 현장에서 즐길 수 있는 작품들을 찾고 있었다. 이야기의 의미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더라"면서 홍대 역의 캐스팅에 대한 만족감을 내비쳤다.

아이유와 손을 잡게 된 계기는 스태프의 팬심이었다. 이 감독은 "아이유씨가 연기한 소민은 원래 시나리오에서 홍대보다 나이가 많은 캐릭터였다. 게다가 멀티캐스팅이다 보니 스타급 배우들을 생각하진 않고 있었다"고 전했다. 스태프는 아이유를 캐스팅 리스트 최상단에 올려놓고 '팬심에 사진 한 번 넣어봤다'고 했다. 당시의 이 감독은 "사실 나도 팬이지. 미친 척 시나리오를 넣어봐라. 하겠다고 하면 바로 수정해 주겠다"고 말했고 아이유는 일주일 만에 연락을 줬다. "당시의 아이유씨가 여러 배우들이 함께 하고 의미 있으면서 착한 영화를 찾고 있었던 듯하다. 그런 타이밍이 좋았다"는 게 이 감독의 설명이다. 이 감독이 바라본 아이유는 '일을 너무 잘해서 별로 할 말이 없는 배우'였다.


이병헌 감독이 걸어온 가시밭길

이병헌 감독이 과거를 회상했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이 감독은 '극한직업'으로 '최연소 천만 감독'이라는 타이틀까지 차지했다. 때때로 험난한 가시밭길을 걸으며 오른 자리다. 그는 "영화를 시작하기로 결심하고 돈이 없어서 고시원에서 생활했는데 당시 너무 힘들었다. 부모님 집에 갈지 고민했지만 돌아가면 창피할 듯해서 버텼다"고 말했다. 30대의 그는 하루하루를 꽉 채워 일을 했다. '10년만 해보고 아니면 그만두자'는 각오였다. 이 감독은 "쉬지 않고 일을 했다는 것도 누군가 기회를 줬다는 의미 아닌가. 일을 쭉 했다. 목표치를 일찍 초과 달성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지나치게 빠르게 달렸기 때문일까. '극한직업'을 찍고 위기가 찾아왔다. 이 감독은 "특별히 병든 곳은 없는데 엄청나게 쇠약해졌다. 병원에서 확인을 했더니 영양 불균형, 우울감이 있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 일을 통해 변화한 그는 장기적 계획보다는 하루의 행복을 더욱 신경 쓰며 살아가게 됐다.

'드림'은 그간 다양한 시도를 해왔던 이 감독이 정공법에 가깝게 만든 작품이다. 물론 그 안에는 이 감독 특유의 대사의 맛이나 코미디가 녹아 있다. 전작이 큰 인기를 누린 만큼 어깨가 무거워지는 걸 느끼기도 하지만 그는 대중의 기대감이 '기분 좋은 부담스러움'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했다. 이 감독이 더욱 큰 책임감을 느끼는 그가 투자 심사를 받을 때 다른 창작자들보다 앞쪽의 출발선에 서 있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극한직업' '멜로가 체질'로 가산점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 가산점 때문에 밀려난 사람이 있을 거다. 그 사람이 우리 영화를 봤을 때 인정해 줘야 한다는 책임감, 부담감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의미한 성과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책임감 있게 작업하려 애썼다"고 강조했다. 눈빛에는 '드림'에 대한 진정성이 듬뿍 담겨 있었다.

정한별 기자 onestar10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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