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메의 문단속' 감독 "인간 배우에 흥미 없어" [인터뷰]

정한별 2023. 4. 30.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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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메의 문단속'으로 돌아온 신카이 마코토 감독
"동일본 대지진, 날 크게 변화시킨 사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스즈메의 문단속'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미디어캐슬 제공

우리는 살아가며 수없이 많은 사건사고를 접한다. 그중에서도 유독 아프게 느껴지는 일들이 있기 마련이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에게는 동일본 대지진이 그랬다. 직접 피해를 입진 않았지만 큰 충격을 안겼고 그는 이 사건을 생각하며 '스즈메의 문단속'을 만들었다. "인간 배우에게 큰 흥미를 갖고 있지 않다"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애니메이션으로 자신의 감정을 풀어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27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동 노보텔 스위트 앰버서더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우연히 재난을 부르는 문을 열게 된 소녀 '스즈메'가 일본 각지에서 발생하는 재난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문을 닫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에게 동일본 대지진이 갖는 의미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과거를 회상했다. 미디어캐슬 제공

스즈메는 동일본 대지진으로 엄마를 잃은 인물이다. 그의 과거 이야기는 자연재해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만든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자신을 크게 변화시킬만한 사건을 만난다고 생각한다. 내게는 그게 2011년의 동일본 대지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직접적인 피해자는 아니었지만 당시 자신의 내면에서 큰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동안 이후 11년 동안 그 재해를 생각해왔다.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 '스즈메의 문단속' 모두 동일본 대지진을 생각하며 그린 영화들이다"라고 설명했다.

주요 캐릭터 중 하나인 다이진은 자연을 상징한다. 신비로우면서도 종잡을 수 없는 어린아이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그는 고양이로 표현된다. "자연이 변덕스럽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너무 아름답지만 때로는 무서운 모습을 보인다. 쓰나미 같은 것이 그렇다. 스즈메가 싸우는 상대가 자연재해라고 생각했다. 변덕스럽고 예측이 어려운 자연에 어떤 동물이 어울릴지 고민하다가 고양이인 듯해서 그렇게 설정했다"는 게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설명이다.


아이브 노래 듣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아이브의 신곡을 언급했다. 미디어캐슬 제공

'스즈메의 문단속'에는 캐릭터들의 설정에도, 작화에도 놀라울 만큼의 정성이 들어가 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을 향한 열정은 작품을 통해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러나 그의 관심은 몇 가지 분야에만 집중돼 있는 듯하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부끄러운 일이지만 한국 영화든 일본 영화든 미국 영화든 인간 배우에게는 큰 흥미를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 걸그룹 아이브의 신곡 '아이 엠(I AM)'을 날마다 듣고 있지만 정작 멤버들의 이름은 모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이브 멤버분들이 굉장히 예쁘고 파워풀하다고 알고 있다. 곡은 듣지만 사람 이름에 대해서는 둔감하다"고 밝혔다.

인간 배우들을 잘 모르는 그가 '스즈메의 문단속'의 목소리를 연기한 스타들은 어떻게 캐스팅할 수 있었을까.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비밀을 알려드리겠다"면서 무나카타 소타의 목소리를 소화한 가수 겸 배우 마츠무라 호쿠토를 언급했다. 이어 "실사 감독님들이 배우를 많이 만나지 않나. 그분들의 작품에 나온 분들이나 오디션에 나온 분들에 대해 이야기를 듣는다. 마츠무라 호쿠토는 내가 친한 이와이 슌지 감독님 작품에 출연하고 있었다. '굉장히 괜찮은 배우'라고 하시더라. 실제로 봤는데 너무 괜찮아서 캐스팅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스즈메의 문단속'이 이와이 슌지 감독님의 작품보다 먼저 나왔다. 마치 내가 마츠무라 호쿠토의 목소리를 발견한 사람처럼 돼 버려서 감독님께 죄송하다"고 장난스레 말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꿈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스즈메의 문단속'의 인기와 관련해 기쁜 마음을 내비쳤다. 미디어캐슬 제공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한국 애니메이션을 본 적이 거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에 좋은 실사 영화, 드라마가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부산행'과 '엑시트'는 그를 감탄하게 만들었던 한국 작품들이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영상, 연출 면에서도 뛰어났지만 특히 각본이 강력하다고 생각했다. '이렇게까지 강력하다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을 때 히트를 칠 수 있겠다'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즈메의 문단속'이 한국에서 누리고 있는 인기와 관련해 기쁜 마음을 내비쳤다. 이어 "'슬램덩크' '스즈메의 문단속' '명탐정 코 등 일본 애니메이션을 많은 분들이 봐 주시고 매력을 느껴주셔서 행복하다. K팝, 한국 드라마도 그 장르가 인기와 힘을 갖고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이 잘 되고 있어서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언젠가 세계인에게 "아시아의 애니메이션이 대단하다"는 평을 듣길 바란다. "한국에서 앞으로 나올 애니메이션도 기대하고 있다. 아시아 전체가 애니메이션 장르에 있어서 강한 힘을 갖게 된다면 좋을 듯하다"고 말하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에게서는 만화를 대하는 진지한 태도가 느껴졌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 '스즈메의 문단속'은 지난달 8일 개봉했다.

정한별 기자 onestar10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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