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똑같은 감자 아냐?…근본부터 다른 '생감자칩'의 비밀
구현하고 싶은 맛과 식감에 따라 감자 품종 달리해
농산물 특성상 수확 이슈…여름~가을이 감자칩 '제철'
[생활의 발견]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재들을 다룹니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그 뒷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합니다. [생활의 발견]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여러분들은 어느새 인싸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세상의 수많은 감자스낵
세상의 수많은 과자 중 가장 인기있는 과자는 뭘까요. 아마 세 손가락 안에 빠지지 않을 것 중 하나가 '감자칩'일 겁니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스낵 부문 매출 상위 10개 브랜드 중 3개가 감자로 만든 과자일 정도입니다.
감자 과자는 크게 2가지로 나뉩니다. 생감자를 얇게 썰어 그대로 튀긴 생감자칩과 감자가루와 밀가루 등을 섞어 반죽한 뒤 굽거나 튀기는 성형 감자 과자로 나뉘죠. 포카칩이나 허니버터칩은 생감자칩에 속하고, 오감자와 프링글스는 성형 감자 과자입니다.
주요 제과업체들도 저마다 자랑하는 감자칩 브랜드가 몇 개씩 있습니다. 오리온은 국내 1위 감자칩 브랜드인 포카칩을 보유하고 있구요. 이밖에도 스윙칩, 콰삭칩 등의 하위 브랜드도 운영 중입니다.
해태제과는 한 때 광풍을 불러일으키며 포카칩을 추월하기도 했던, '단짠' 과자의 대명사 허니버터칩이 있죠. 농심도 포테토칩과 수미칩, 고메포테토 등 다양한 생감자칩을 만들고 있습니다.
제과업계에서는 감자와 옥수수, 밀을 3대 과자 원료라고 부르는데요. 가루를 주로 쓰는 밀, 옥수수와 달리 감자는 가루로 사용하기보다 생감자를 그대로 쓰는 경우가 많은 만큼 원재료의 특성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제과업체들도 어떤 감자를 사용할 지를 고심하고, 제품 특성에 맞는 감자를 사용합니다. 이번 생활의 발견에서는 우리가 자주 먹는 생감자칩들이 어떤 감자를 사용하는지, 어떤 특성이 있는지 알아보기로 합니다.
생감자칩도 제철이 있다
우선, 생감자칩이 '국내산 생감자'를 쓰는 시즌은 정해져 있습니다. 이르면 5월에서 6월 사이에 시작해 10~11월까지 국내산 생감자를 사용합니다. 이 때가 우리나라의 감자 수확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12월부터 4월까지는 수입산 감자를 사용하는데요. 대부분 미국산이나 호주산 감자입니다. 이 때가 감자칩의 '제철'인 셈입니다.
제조사들도 국내산 햇감자로 생감자칩을 만드는 시즌이 시작되면 보도자료 등을 통해 이를 적극적으로 알립니다. 지난해의 경우 오리온은 6월에서 12월까지 '국내산 햇감자'로 포카칩과 스윙칩을 만든다고 알렸죠.
그럼 수입산 감자로 만든 생감자칩과 국내산 햇감자로 만든 생감자칩 사이에는 맛 차이가 있을까요? 제조사들은 최대한 맛 차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하지만 미묘한 맛의 차이가 있다는 게 정설입니다. 5월에 생산한 감자칩과 6월에 생산한 감자칩을 함께 두고 맛을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겠네요.
감자 품종, 이렇게 많아?
감자 품종에 따른 차이도 눈여겨 볼 만한 부분입니다. 국내에서 재배되는 감자는 약 30여종이 있는데요. 이 중 생감자칩용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품종은 '대서(atlantic)'입니다. 미국에서 온 감자인데요. 이름부터 '대서양'에서 따 왔습니다.
오리온 포카칩과 스윙칩의 경우 국내산 햇감자가 나지 않는 12월에서 4~5월까지 수입산 대서를 사용하고 있고 농심은 포테토칩에 대서 감자를 쓰고 있습니다. 대서 감자는 애초에 감자튀김용으로 개발된 품종입니다. 당분이 적고 전분이 많으며 질감도 단단합니다. 다만 튀기면 갈색 반점이 나타나는 단점이 있습니다. 몸에 해는 없지만 보기엔 좋지 않죠.
그래서 각 제조사들은 저마다 생감자칩용 감자를 찾아 헤맵니다. 가장 빠르게 움직인 건 역시 업계 1위 브랜드인 포카칩을 보유한 오리온이었죠. 오리온은 1988년 국내 최초로 감자연구소를 설립하고 자체개발 신품종인 '두백'을 선보입니다.
두백은 전분 함량이 높고 수분 함량이 낮아 튀김을 할 경우 맛이 뛰어나면서도 대서의 단점인 갈색 반점도 나타나지 않는 신품종입니다. 저장성도 좋아 수확 후 오래 보관해도 품질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다만 생육기간이 길어서 대서나 수미보다 늦은 7월부터 수확할 수 있습니다.
농심의 또다른 감자칩 '수미칩'은 이름처럼 수미 감자(superior)를 사용합니다. 수미감자는 국내 감자 생산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대표 품종인데요. 일반 감자보다 당분이 약 11배나 많아 단맛이 풍부한 게 장점입니다. 생육기간도 100일 정도로 짧습니다.
단점도 있죠. 수미 감자는 수분은 많고 아밀로스 함량은 낮아 으깨지거나 부스러지기 쉬운 품종입니다. 껍질도 얇아 상처도 잘 생깁니다. 상처가 생긴 감자는 튀기면 검은색으로 변해 상품가치가 없습니다. 맛이 뛰어남에도 튀김용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은 이유입니다.
하지만 농심은 수미 감자를 사용할 경우 1년 내내 국내산 감자로 감자칩을 만들 수 있다는 데 주목해 '연속식 저온진공공법'을 개발,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180도의 기름에 튀기는 일반 감자칩과 달리 진공 프라이어를 이용해 120도에서 2번 튀겨내 변색 문제를 해결했다는 설명입니다.
'허니버터칩'의 해태제과는 강원도산 설봉 품종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설봉은 두백과 대서를 개량해 만든 신품종인데요. 병충해에 강한 데다 전분 함량이 높고 단단해 가공용으로 적합하다고 합니다.
거기서 거기인 줄 알았던 감자칩이 브랜드마다 다르고, 계절마다 다르다는 사실. 알고 나니 오늘부터 감자칩을 먹을 때 기분이 달라질 것 같지 않으신가요. 오늘 저녁에는 나의 '최애 감자칩'을 한 봉 뜯어 보는 건 어떨까요. 이전과는 다른 맛을 느끼실 수 있길 바랍니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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