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리튬’ 잡아라! 아프간 1300조 리튬 눈독 들이는 중국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2023. 4. 30.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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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튬 가공 분야 점유율 70% 차지한 중국, 리튬 패권 완성할까
지난해 3월 왕이 당시 중국 외교부장(오른쪽)이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해 아미르 칸 무타키 탈레반 정부 외교장관 대행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중국 외교부 제공]
아프가니스탄(아프간) 가즈니주는 수도 카불에서 남서쪽으로 130㎞ 떨어진 해발 2225m 고원지대에 있다. 이곳은 '제국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아프간 역사가 응축된 장소다. 아프간 최초 이슬람 왕조인 가즈나 왕조가 11세기 초 이곳에 세워졌지만 이후 몽골족, 오스만튀르크 제국, 인도 무굴제국의 지배를 받았다. 1747년 아프간 왕국에 편입된 후로도 비극적인 역사는 이어졌다. 영국-아프간 전쟁 당시 영국 통치를 받았고, 1979년 소련이 침공했을 때는 아프간 무장 조직 무자헤딘의 활동 거점이 됐다. 미국이 2001년 아프간을 점령했을 때 탈레반 역시 이곳을 근거지 삼아 저항했다. 탈레반은 2021년 8월 미군이 철수하자 아프간을 다시 통치하고 있다.

‘핵심 광물의 보고' 아프간

대량의 리튬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아프가니스탄 가즈니주의 다슈트이나와르 염호.[구글 제공]
제국들이 짓밟았던 가즈니주 북서쪽에는 다슈트이나와르(Dasht-i-Nawar)라는 거대한 염호가 있는데, 이곳에는 엄청난 보물이 숨겨져 있다. 바로 1조 달러(약 1300조 원) 규모로 추정되는 리튬이다. 세계 최대 리튬 보유국인 볼리비아의 전체 매장량(전 세계 리튬의 50%)과 맞먹는 수준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아프간은 '핵심 광물의 보고'로 불릴 만큼 주요 광물이 풍부하게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소련 등은 과거부터 이 같은 사실을 알았지만 무자헤딘과 탈레반의 저항으로 아프간을 제대로 개발하지 못했다. 미국 국방부는 1980년대 아프간을 점령한 소련의 광산 전문가들이 작성한 자료를 바탕으로 2004년부터 6년간 리튬 등 각종 광물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곳들을 집중적으로 탐사했다. 조사 결과를 토대로 미국 국방부 탐사팀은 2010년 "아프간이 '리튬의 사우디아라비아'가 될 수도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아프간 광물·석유부가 2019년 발표한 한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간엔 리튬 외에도 다양한 핵심 광물이 매장된 것으로 보인다. '21세기 첨단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리는 희토류가 대표적이다. 희토류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첨단산업은 물론, 레이더와 스텔스 전투기 등 각종 무기 및 장비 제작에 쓰인다. 이외에도 니오브, 몰리브덴, 네오디뮴 등도 140만t 매장됐고 철광석, 구리, 알루미늄, 코발트 등도 여러 지역에 매장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지질조사국 등은 아프간의 핵심 광물 규모가 최대 3조 달러(약 40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중국은 미군 철수를 기회로 삼아 아프간의 핵심 광물을 확보하려고 군침을 흘리고 있다. 아프간 광물·석유부는 4월 13일 중국 기업 고친이 리튬 개발에 100억 달러(약 13조 원)를 투자하겠다는 제안을 해왔다고 밝혔다. 샤하부딘 델라와르 아프간 광물·석유부 장관 대행이 카불에서 고친 대표단과 만나 논의한 결과다. 아프간 광물·석유부는 "중국 기업의 투자가 성사될 경우 12만 개 직접 일자리와 100만 개 간접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친은 이번 개발을 위해 수력발전소를 별도로 짓고 도로도 건설하겠다고 제안했다. 중국은 2021년 8월 탈레반이 재집권한 후 발 빠르게 아프간에 진출했다.

중국이 아프간의 리튬을 독차지하면 '리튬 패권'을 완성할 수 있다. 중국은 호주와 칠레에 이은 세계 3위 리튬 생산국이다. 더욱이 리튬 가공 분야에서는 시장점유율 70%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중국이 각종 첨단 배터리 기반 산업에서 우위를 점하도록 만들었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해 리튬 배터리가 장착된 신에너지차(전기차·하이브리드차·수소차)를 688만7000대 판매해 세계 시장 판매량의 60%를 점유했다.

탈레반과 손잡은 중국

중국은 그동안 아프간에 식량을 지원하는 등 탈레반 정권과 유대를 강화해왔다. 탈레반 재집권 이후 많은 국가가 대사관을 폐쇄했지만 중국은 카불 주재 대사관을 유지했다. 지난해 3월 왕이 당시 중국 외교부장이 아프간을 방문해 탈레반 정권과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탈레반 정권도 서방 제재 등으로 경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자 중국과 협력으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대표적인 협력 사례가 북부 아무다리야강 유역의 원유 개발 프로젝트다. 중국 신장중앙아시아 석유가스사(CAPEIC)는 1월 초 아무다리야강 유역에서 원유를 채굴하는 프로젝트에 3년간 5억4000만 달러(약 7220억 원)를 투자하겠다며 탈레반 정권과 계약했다. 아무다리야강 유역의 원유 매장량은 8700만 배럴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은 아프간의 구리 광산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야금그룹은 2007년 아프간 아이나크 구리 광산에 30억 달러(약 4조 원)를 투자해 개발권을 획득했다. 이 광산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구리가 많이 매장된 곳으로 추정됐지만 전쟁으로 그간 개발이 보류됐다. 중국은 미군이 철수하자 탈레반 정권과 협력하며 광산 개발 재개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아이나크 구리 광산 일대에 고대 불교유적이 있다는 것이다. 국제사회가 이를 보호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지만 중국과 탈레반 정부는 광산 개발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탈레반 정권과 협력을 강화하려는 또 다른 이유는 신장웨이우얼(위구르)자치구의 분리독립을 위해 무장투쟁을 벌여온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ETIM)'을 막기 위해서다. ETIM은 신장위구르 지역에 독립 국가를 세우기 위해 무장투쟁을 해왔다. 중국의 탄압 때문에 신장위구르 지역을 탈출한 청년들도 여기에 합류했는데, 아프간에는 ETIM 병력 3000여 명이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간서 중국인 대상 테러↑

중국이 아프간의 핵심 광물을 확보하더라도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불확실하다. 혼란한 아프간 상황과 미국의 제재 등 내외부 요인으로 광물 개발이 어려운 탓이다. 아프간에는 광물 개발에 필요한 기반 시설이 거의 없고 전력난이 매우 심각하다. 아프간 톨로 뉴스에 따르면 아프간에 필요한 전력은 1600㎿ 규모인데, 30%만 자체 조달할 뿐 나머지는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이란 등 이웃 나라에서 수입하고 있다. 그마저도 충분치 않다. 최근 카불에는 하루 4시간만 전력이 공급돼 각종 산업 시설이 상당 부분 정상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아프간 도로는 대부분 비포장이며 각종 지뢰가 매설돼 있다. 식수와 휘발유 등을 구입할 수 있는 주유소도 없다. 국제 광물 개발 전문가들이 "아프간에서 리튬과 희토류 등 광물을 개발하려면 많은 시간과 투자, 기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아프간 지부 호라산(IS-K)이 중국을 겨냥해 테러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는 사실도 문제다.

1월 11일 중국 대표단이 회의를 할 예정이던 카불의 외교부 청사 인근에서 IS-K가 폭탄을 터뜨려 20명이 숨지고 40명이 다쳤다. IS-K는 지난해 12월 12일 중국 외교관과 기업인이 자주 묵는 카불 한 호텔을 폭탄 테러해 수십 명의 사상자를 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 기업인 5명도 부상했다. IS-K는 중국의 위구르족 탄압을 이유로 아프간에서 활동하는 중국인을 겨냥한 테러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IS-K는 ETIM과 강한 유대를 맺어왔지만 같은 이슬람 수니파인 탈레반과는 관계가 매우 나쁘다.

영국에 본부를 둔 비영리단체 대테러 이슬람신학(ITCT)의 파란 제프리 부국장은 "IS-K가 중국인을 공격하는 이유는 중국공산당의 무신론적 본성, 위구르 무슬림에 대한 탄압, 탈레반 정권과 유대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니샹크 모트와니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연구원도 "중국인을 표적으로 삼는 것은 외국 투자자·외교관·정부의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탈레반의 약속에 의구심을 제기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이 탈레반 정권과의 관계 강화에 나서자 IS-K가 이를 견제하려고 중국인을 대상으로 테러 공격을 벌인 것이다. 경제와 안보를 위해 아프간의 핵심 광물을 확보하려는 중국의 일석이조 전략은 과연 성공할까.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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