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나가는데 전우도 실탄도 없다…힘 못 받는 '마약 뿌리 뽑기'

최지은 기자, 김지성 기자 2023. 4. 3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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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마약 근절 어려운 이유(上)

[편집자주] SNS 등 기술의 발달로 마약 진입장벽이 낮아졌다. 마약을 접하는 나이도 어려지고 있다. 정부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이를 지원할 인력과 예산은 충분하지 않다. 마약청정국에서 마약위험국이 되어버린 한국 사회의 실태를 살펴본다.

[르포]"국경부터 차단"…'마약과의 전쟁' 최일선 인천공항 세관
-화물 수량은 증가하는데 인력은 그대로…"지원 절실"
지난 27일 인천공항본부세관 특송물류센터로 보내진 특송 화물들이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 이동하고 있다. 지난달 2일 관세청이 발표한 '2022년 마약류 밀수입 검거통계 자료'에 따르면 국제우편을 통한 마약류 밀수입이 461건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특송화물이 196건으로 뒤를 이었다. 지난해 적발된 10건 중 8건 이상이 국제우편과 특송화물로 국내에 밀수됐다./사진=최지은 기자


지난 27일 인천공항본부세관 국제우편물류센터 내 세관 검사장. 국제우편물류센터 내 세관 검사장에 들어가자 컨베이어 벨트가 움직이며 내는 기계 소리가 귀를 울렸다. 세관 공무원들은 국내로 밀반입되는 마약류를 적발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1층 한편에 별도로 마련된 작업장에서 세관 공무원 4~5명과 탐지견 '밀리'가 우범 물품 선별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골든레트리버 견종 밀리는 컨베이어 벨트 위를 천천히 걸어 다니며 우편물마다 코를 갖다 대고 냄새를 맡았다.

하늘길을 통해 국내에 들어오는 대부분의 우편·화물은 이곳을 통과해야만 비로소 국내에 반입될 수 있다. 해외에서 들어오는 마약류도 이곳에서 가장 먼저 적발한다. '마약과의 전쟁' 최일선 전장인 셈이다.

채명석 관세행정관은 "국민 건강을 해치는 마약류를 관세 국경 단계에서부터 차단하는 일을 하면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최근 몇년간 코로나19(COVID-19)로 입국장이 봉쇄되자 특별수송, 우편 등 화물을 통한 마약 밀수입이 급증했다. 지난달 2일 관세청이 발표한 '2022년 마약류 밀수입 검거통계 자료'에 따르면 국제우편을 통한 마약류 밀수입이 461건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특송화물이 196건으로 뒤를 이었다. 지난해 적발된 10건 중 8건 이상이 국제우편과 특송화물로 국내에 밀수됐다.

(인천공항=뉴스1) 임세영 기자 = 1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에서 열린 '마약류 밀반입 예방 캠페인'에서 관계자가 마약 탐지견을 이용한 마약류 탐지 시범을 보이고 있다. 2022.8.1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천공항본부세관 국제우편물센터 내 세관 검사장에는 밀리 외에도 4마리의 탐지견이 더 있다. 한 마리당 30분~1시간 정도 마약류 탐지에 나서 5마리가 교대로 일한다. 탐지견과 핸들러가 짝을 지어 탐지 업무에 나선다.

탐지견들은 1년 6개월가량 정기 훈련과 평가를 받은 뒤 실제 업무에 투입된다. 사람보다 100배 정도 뛰어난 후각을 지니고 있어 사람이 맡지 못하는 세밀한 냄새까지 포착할 수 있다.

검사장으로 들어오는 모든 우편·화물은 (X-ray)에 투입해 전문경력관들이 일일이 확인 작업을 거친다. 엑스레이상 음영이 지는 등 이상이 발견된 화물은 스티커를 붙여 별도의 검사장으로 보내진다.

우편물은 크게 4가지로 나뉜다. 특급과 소포, 등기와 통상이다. 등기와 통상은 2kg 이하의 소형 우편물을 말한다. 인천공항본부세관 국제우편물류센터 내 세관 검사장 1층에서는 등기와 통상만 처리한다.

검사장에서는 세관 직원들이 화물을 개봉해 내용물을 살피고 마약류로 의심될 경우 간이 키트를 사용해 시약 검사에 나선다. 탐지봉에 내용물 등을 살짝 묻혀 이온스캐너 속에 넣어 마약류 검사를 하기도 한다. 이온스캐너는 소지품에 묻은 적은 양의 마약을 찾아낼 정도로 정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에서 특별수송으로 보내지는 화물은 특송물류센터로 보내진다. 국제우편물류센터 내 세관 검사장과 마찬가지로 특별수송으로 보내지는 화물도 100% 엑스레이 검사 과정을 거친다. 총 14대의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며 특송 화물을 분류한다.

엑스레이 검사 시 이상이 발견될 경우 별도로 마련된 공간에서 세관 공무원들이 화물을 일일이 열어 직접 검사한다. 개인 간 보내는 화물일수록 마약류 적발 빈도가 높다.

지난 27일 인천공항본부세관 특송물류센터로 보내진 특송 화물들이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 이동하고 있다. 지난달 2일 관세청이 발표한 '2022년 마약류 밀수입 검거통계 자료'에 따르면 국제우편을 통한 마약류 밀수입이 461건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특송화물이 196건으로 뒤를 이었다. 지난해 적발된 10건 중 8건 이상이 국제우편과 특송화물로 국내에 밀수됐다./사진=최지은 기자


국제우편물류센터 내 세관 검사장과 특송물류센터에서 샴푸 통 속에 액상 합성 대마를 은닉한 사례가 최근 적발됐다. 과자나 시리얼 봉지 속 알약 형태의 합성 마약 야바나 MDMA를 섞어 반입해 적발되는 사례도 있었다. 이외에도 각종 향정신성의약품을 영양제나 일반의약품에 섞거나 장난감과 인형 사이 필로폰 등을 숨겨 들여오려다 덜미를 잡히기도 했다.

현장에서 일하는 세관 인력들은 마약류 적발을 위한 인력과 예산 확보가 더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채 관세행정관은 "해외로부터 수입되는 화물의 수량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지만 과거와 비슷한 인력으로 마약류 등 불법 물품의 반입을 차단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인력 확충과 함께 이온스캐너, 라만분광기 등 첨단 장비를 추가로 도입해 반입과정에서부터 마약류를 원천 차단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온스캐너의 경우 국제우편물류센터 내 세관 검사장에는 단 1대만 구비 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우편 검사 업무를 수행하는 조종훈 관세행정관도 "때에 따라 다르지만 많을 땐 하루동안 5~6건씩 적발하는 날도 있다"며 "엑스레이나 과학검색장비가 구비돼 있지만 노후화된 게 많아 이온스캐너 등 과학검색장비가 추가로 도입된다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마약 전쟁' 선포하긴 했는데…턱없이 부족한 '실탄'
-마약 수사 인력·예산 '제자리 걸음'
지난 14일 오후 대구 능인중학교 시청각실에서 열린 ‘청소년 대상 마약 등 약물 오남용 예방 교육 마약나뽀(NOT! FOUR) 프로젝트’에 참석한 학생들이 마약 주의 안내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마약 사범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마약은 중·고등학생 등 청소년들까지 위협하고 있다. 정부는 재차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정작 인력과 예산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약류 범죄가 늘어난 데다 과거보다 범죄 수법이 지능화, 점조직화 하면서 인력과 예산 확대 필요성이 높아졌지만 현실은 수년째 제자리 걸음이다.

29일 경찰청에 따르면 마약 사범 수는 역대 최다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 사범은 1만8395명으로 직전년도 1만6153명보다 14% 가량 증가했다. 올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난 1~2월 적발된 마약 사범은 26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964명보다 32% 넘게 늘었다.

젊은 세대 마약 사범은 폭증세다. 전체 마약 사범 중 10·20대 비중은 2017년 15.8%에서 지난해 34.2%로 5년 만에 2배 이상 늘었다. 19세 이하인 10대 마약 사범은 지난해 481명으로 집계됐다. 5년 전 119명보다 4배, 10년 전 38명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늘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청소년에게도 마약이 널리 유포됐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라며 마약 유통과 판매 조직을 뿌리 뽑으라고 지시했다. 이에 경찰은 대규모 특진 포상을 내걸고 마약범죄 단속에 총력전을 펴기로 했다. 검찰도 빠른 시일내 대검찰청에 마약·조직범죄부를 설치하기로 했다.

문제는 인력과 예산은 수년째 답보 상태라는 점이다. 수사경찰관 3만여명 중 마약 수사 전담 인력은 366명에 불과하다. 2017년 219명, 2018년 258명, 2019년 285명, 2020년 321명, 2021년 345명, 2022년 362명 등 해마다 늘긴 했지만 올해는 지난해 대비 4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치안정책연구소가 2018년에 파악한 마약 수사 전담 적정 인력은 당시 기준 692명이었는데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예산 상황도 수년째 여의치 않다. 재작년 법무부의 검찰 수사지원 예산 중 마약 수사 예산은 48억7000만원이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43억8500만원으로 오히려 5억원 가량 줄었다. 올해는 재작년 수준인 48억6000만원이었다.

경찰 예산도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경찰청은 올해 마약 수사 관련 예산으로 기획재정부에 18억4900만원을 요청했다. 실제 배정된 예산은 31억2000만원이었다. 지난해 19억1000만원보다는 12억원 정도 늘었지만 필요한 예산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기획재정부는 내년도 예산에 마약 예방, 대응능력 강화 등을 고려해 충분한 예산을 책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세수 전망에 빨간불이 들어온 터라 실현 여부는 미지수다. 지난 2월까지 세수 진도율(연간 목표 대비 징수실적)은 13.5%로 2004년 이후 가장 낮았다. 올해 세수가 목표치를 밑돌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김지성 기자 so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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