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병원비 먼저 안 내도 ‘재난적 의료비’ 지원돼야”

고귀한 기자 2023. 4. 30.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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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법 전경. 고귀한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의료비 납부 여부와 무관하게 저소득층을 위한 재난적 의료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광주지법 행정1부(박상현 부장판사)는 A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재난적 의료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30일 밝혔다.

A씨의 어머니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전남대병원에서 뇌경색증 진단을 받고 2년간 치료받다가 2021년 3월 사망했다.

병원 측은 앞서 진료비를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였고 어머니가 사망하자 A씨가 소송을 이어받았다.

A씨는 민사소송 판결 확정 이후 ‘재난적 의료비’가 지급될 수 있도록 신청 기한을 유예해 달라고 공단에 요청했다. 재난적 의료비는 소득수준에 비해 과도한 의료비 지출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국민에게 의료비 일부를 지원해 사회보장을 증진한다는 규정을 근거로 든 것이다.

그러나 공단 측은 실제 납부한 의료비 지출이 없어 ‘의료비 부담 수준 미충족’에 해당한다며 미지급 처분했다.

재판부는 “공단 주장대로 대상자를 실제 의료비를 지출한 경우로 한정한다면 일부라도 낼 여력이 있는 사람은 지원받을 수 있고 그보다 열악한 극빈자는 전혀 지원받지 못하는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정액 이상 의료비를 지출해야 한다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음에도 공단이 법령을 잘못 해석했다”고 판시했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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