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리퍼블릭은행 파산하나...“인수자 없으면 내일 결정”

이상덕 특파원(asiris27@mk.co.kr) 2023. 4. 30.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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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14위 은행 운명의 갈림길
“재무부 연준 직접 구제 방안 논의”
JP모건 등 파산 후 일부 자산매입 유력
파산 시 일시 폐쇄 및 주식은 상장 폐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있는 퍼스트리퍼블릭 뱅크 지점
미국 14위 은행인 퍼스트리퍼블릭 은행(NYS:FRC)의 운명이 오늘 또는 내일 결정된다.

대형 은행이 인수할 경우 구사일생으로 살아날 수 있지만, 입찰이 불발될 경우 연방예금보험공사(Federal Deposit Insurance Corp·FDIC)가 직접 파산관재인을 맡을 예정이다. 파산 절차를 밟는 대목이다.

29일(현지시각) 로이터 블룸버그 월스트리트저널 CNN에 따르면, 연방예금보험공사는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에 대한 입찰 마감일을 30일 일요일(현지 시각)로 결정했다.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연방예금보험공사가 JP모건과 PNC파이낸셜서비스그룹에 최종 입찰일을 일요일로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로이터는 “연방예금보험공사가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의 상황이 악화해 더 이상 민간 부문 구제를 받을 시간이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 FDIC 담당자들이 은행을 직접 구제하려는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산 공포에 휩싸인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은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자산 2126억3900만달러 은행이다. 미국에서 14위 규모다.

하지만 올해 3월 16위 실리콘밸리뱅크와 29위 시그니처뱅크가 잇따라 파산하면서 불똥이 튀었다. 뱅크런 조짐이 보이자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 등 11개 은행이 300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대여했다. 6주간 버틸 수 있는 현금이었다. 또 연방준비은행은 1000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긴급 대여한다고 발표했다. 한숨 돌린 것이다.

기업 고객 비중 63%...정부 대형은행 지원 발표에도 예금 인출
하지만 고객들은 안심하지 못했다. 손실을 염려한 고객들이 예금을 서둘러 찾아갔다.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의 2022년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총예치금 중 63%는 기업 고객 자금이었다. 또 68%가 연방예금보험공사가 보장하는 한도인 25만달러를 초과하는 무보험 예금이었다. 예금을 계속 넣어둘 경우 대규모 손실이 볼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에서 올해 1분기에만 1012억달러(135조7092억원)에 달하는 예금이 인출됐다. 전년 대비 35.5%가 줄어든 것이다. 반면 차입금은 1012억 달러 증가한 1067억 달러에 달했다. 연방준비은행이 1000억달러 대여를 한다고 밝혔는데 이 가운데 712억달러를 이미 차입한 대목이다. 추가 차입 여력이 288억달러 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닐 홀랜드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앞서 실적 발표에서 “3월에 여러 은행이 문을 닫으면서 우리 은행이 전례 없는 예금 유출을 경험했다”고 설명했다.

투자 분석가들은 차입금에 대한 이자 비용이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대출로 벌어들이는 이자 수익보다 이자 비용이 더 클 것이라는 진단이 쏟아졌다. 은행들은 통상 연방준비은행 등에 대한 대출금에 대해 평균 3~4.9% 이자 비용을 지급하는데, 소비자와 기업 대출로 벌어들이는 평균 이자 수익은 3.73%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웰스파고의 제러드 쇼 분석가는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의 순이자마진은 연말이 되면 0에 도달할 수 있다”면서 “이르면 올해 순손실이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산송장이 됐다”고 적었다.

퍼스트리퍼블릭 뱅크 2023년 1분기 재무제표 및 손익계산서
주가는 폭락했다. 3월1일 122.5달러에 달했던 주가는 현재 3.51달러까지 급락했다. 1주새 무려 75.39% 폭락했다. 더욱이 직전일 시간 외 거래에서는 2.33달러까지 밀렸다. 투자자들마저 투매를 한 것이다. 이에 더해 주식을 헐값에 빌려 매도한 뒤 다시 더 낮은 가격에 매수해 되돌려 주는 공매도 세력이 득세했다.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의 공매도 세력이 올해 들어 12억달러에 달하는 이익을 거뒀다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사태가 긴박하다고 판단하고 27일(목요일) 중재에 나섰다. 주가가 1달러대로 곤두박질치는 것이 시간 문제였기 때문이다.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고객에게 계속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전략적 사항에 대해선 여러 당사자와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방예금보험공사 인수 뒤 자산 매각 가능성
현재 미국 정부는 매각을 타진하는 동시에 파산에 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연방예금보험공사가 파산관재인을 맡아 자산을 강제 매각할 방침이다. 실리콘밸리뱅크와 같은 파산 절차를 밟는 수순이다. 현재 관건은 대형 은행의 결심이다. JP모건과 PNC파이낸셜서비스그룹이 인수에 관심이 있고, 뱅크오브아메리카 역시 후보군으로 언급되고 있다.

다만 이들은 연방예금보험공사가 파산관재인을 맡은 뒤 인수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더 낮은 가격에 필요한 일부 자산만 인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CNN은 “실리콘밸리 뱅크 사례처럼 연방예금보험공사가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을 인수한 뒤 자산을 매각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은 이들 은행에 자산 인수를 요청하면서도 시장가보다 높은 가격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 은행의 시가총액은 주가 폭락에 6억5300만달러(8756억원)에 불과하다.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이 파산 절차를 밟으면 은행은 현지시각 월요일부터 일시 폐지되고 주식 역시 같은 시각 상장 폐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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