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누가 보냐고요?”...옷 하나로 엄마들 마음 훔친 20대 MD[인터뷰]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byd@mk.co.kr) 2023. 4. 30.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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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홈쇼핑 박경영 글로벌패션팀 MD
롯데홈쇼핑 박경영 글로벌패션팀MD
억소리 나게 잘 팔려도, ‘홈쇼핑 옷이 거기서 거기지’란 생각이 아예 없었다고는 말 못하겠다. 그를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5년차 상품기획자(MD)가 ‘일’을 냈다. 그가 속한 롯데홈쇼핑 패션개발부문은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데렉 램을 들여오기 위해 1년의 설득 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기어이 들여왔다. ‘데렉램 10크로스비(Derek Lam 10 Crosby)’란 컨템포러리 브랜드로 3040 세대가 주 타깃이다.

처음엔 반신반의했다. 홈쇼핑을 잘 안보는 타깃의 브랜드인데다, 원피스 한 벌 가격이 10만원대로 업계에서는 상당히 고가 상품 축에 들어서다. 그런데 4회 방송만에 60억원어치를 팔았다. 올해 말까지 350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가 다구성에서 고가 1~2종의 구성으로, 홈쇼핑 방송의 성공 방정식을 새로 쓴 롯데홈쇼핑 박경영(28·사진)MD. 그를 26일 롯데홈쇼핑 본사에서 만나봤다.

이날 박 MD는 “홈쇼핑 옷이 거기서 거기란 말을 가장 듣기 싫다(웃음)”고 당당히 밝혔다. 그런 점에서 데렉램 10크로스비는 소비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고 평가했다.

“첫 방송부터 시청자들 사이 반응이 참 좋았어요. 그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게 ‘홈쇼핑에서 못 보던 옷’이라거나 ‘프린트가 독특하다’라거나 그래서 ‘입어보고 싶다’ 등의 관심과 칭찬이었죠.”

실제로 데렉 램은 패션계의 오스카상으로 꼽히는 ‘CFDA(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 어워즈’ 수상자다. 뉴욕 패션을 재정립한 디자이너로 각광받는다. 뉴욕 매장에서는 원피스 한 벌에 70만원이 넘지만, 롯데홈쇼핑은 이를 10만원대로 확 낮춰 판매 중이다.

박 MD는 중고등학생시절부터 집 앞에 택배 상자가 쌓여 있는 게 익숙했다. 어머니가 홈쇼핑 헤비 유저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궁금증이 생겼다. ‘도대체 무슨 옷이길래 한번에 1만세트씩 팔리는거야?’

그의 궁금증은 대학생 시절 홈쇼핑 업체에서 인턴 경험으로 이어졌다. 일할수록 재밌었다. 대학에서 경영학과를 졸업한 이후 본격적으로 홈쇼핑 상품기획 쪽에 발을 딛게 된 이유다.

“홈쇼핑을 누가 보나고요? 저희 어머니요(웃음). 홈쇼핑 방송의 주시청자인 5060 주부들의 마음을 훔치려면, ‘한끗의 포인트’가 필요해요.”

그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한층 젊어 보이고자하는 욕구에 주목했다.

“주말마다 중장년층의 트렌드 파악을 위해 백화점을 정말 많이 돌아다녀요. 드라마도 즐겨보고요. 그런데 지금의 4060세대는 기존 중장년층과는 확실히 다른 트렌디한 스타일을 자랑하시죠.”

올 봄 유행하는 ‘청청패션’부터 기존 홈쇼핑방송에서는 볼 수 없었던 화려하지만 촌스럽지 않은 패턴의 옷들이 데렉램 10 크로스비에는 있었다. 이를 국내 중장년층들이 원하는 ‘한 끗의 포인트’라고 생각한 박 MD는 매달렸다.

“데렉램에게 국내 홈쇼핑 시장이 결코 저가 시장이 아님을 설득하는게 관건이었는데, 이걸 일단 해냈고요. 미국 뉴저지 출신 배우인 ‘수현’씨를 모델로 내세운 것도 시청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어요. 브랜드 특유의 세련미와 트렌디한 감성을 잘 표현해줬으니까요.”

그는 이미 400억원이란 매출을 달성한 ‘조르쥬레쉬’라는 여성 브랜드 운영을 맡고 있다. 뉴욕 디자이너 브랜드 ‘안나수이’ 가을겨울 시즌 론칭에 이어 ‘데렉 램 10 크로스비’까지 맡게 됐다. 심지어 브랜드 론칭부터 운영까지 총괄을 하는데, 부담은 없을까.

“부담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매일 출근하면 매출 확인부터 해보는걸요. 하지만 다행히 내부적으로 지지를 받으며 힘을 얻고 있습니다.”

‘차별화된 상품이면 비싸더라도 산다’는 소비자들의 구매 공식을 확인한 롯데홈쇼핑은 이번 시즌 데렉램 10크로스비에 심혈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저희 어머니야말로 가장 엄격한 홈쇼핑 소비자라고 할 수 있어요. 제가 기획한 상품이 영 별로일 때면 하시는 말씀이 있는데요. 한 마디로 ‘내 취향은 아니다’라고 하세요(웃음). 어머니들 취향을 저격할 때까지 열심히 뛰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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