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온이라는 ‘정상적’ 인물이 불러올 나비효과 [노원명 에세이]
박광온 의원은 1957년생으로 586이 아니고, 운동권 경력을 내세운 적도 없고, 돌출 언행으로 큰 논란을 빚은 적이 없다. 국회의원 3선을 했으니 적과 허물이 생기지 않았을 리 없지만 그 당의 평균치를 생각하면 ‘비정상적’으로 말끔해 보인다. 원내대표 경선에 나온 다른 3명 후보(홍익표, 김두관, 박범계)와 비교하면 특히 그렇다.
DJ정부 시절에 여당을 출입했던 이유로 나는 지금 더불어민주당의 20여년 전 뿌리에 대한 기억이 있다. 그때는 박광온 같은 사람이 당의 주류였다. 호남 출신에, 실력 있고, 말이 통하고, 대의에 민감하지만 사람에는 너그러운 신사들이 그 당에 많았다. 김원기 박상천 한화갑 임채정 같은 사람들이 떠오른다. 그때 정치는 지금 같지 않았다. 그때 민주당은 온건했고 지금은 난폭하다. 그때는 유연했고 지금은 교조적이다. 그때는 애국심이 느껴졌고 지금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때는 여당이었고 지금은 야당이라서? 같은 여당이었던 DJ의 민주당과 문재인의 민주당을 견주면 도저히 같은 줄기를 공유하는 정당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범과 삵 정도의 차이가 있다.
민주당은 86이 권력의 중심으로 떠오른 노무현 시절부터 이상해지기 시작해 문재인 시절엔 그 훌륭한 DNA를 다 잃어버렸다. 삵이 범과 같은 고양이과에 속할 뿐 전혀 다른 동물인 것처럼 말이다. 정치팬덤도 기괴해졌다. 노사모와 대깨문, 개딸로 이어지는 흐름의 요체는 무엇인가. 나는 갈수록 뚜렷해지는 광기를 느낀다. 진보 팬덤 정치의 원조는 DJ라고 할 수 있는데 DJ를 지지했던 팬덤은 애국적 민주주의자들이었다. 그들과 개딸 사이에 무슨 친연성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후학이 용렬하다’는 말이 있지만 최근의 민주당은 용렬한 정도가 아니다. 씨 자체가 달라진 느낌이다.
민주당의 DNA 변이를 초래한 86들, 그 중에서도 간판격인 송영길이 돈봉투 의혹 사건으로 당에 위기를 불러왔다. 그 와중에 비교적 온건하고 정상에 가까운 인물이 원내대표에 당선된 것은 의미하는 바가 있다. 궁즉통, 작용과 반작용. 모순이 너무 크면 새로운 길이 열리는 법이다. 민주당이 정상성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를 해 본다.
한편 민주당이 정상에 가까워지면 국민의힘의 비정상성은 더욱 도드라질 것이다. 몰가치한 이익집단으로서 국민의힘의 부박함과 무능함은 민주당이 조금만 정상화되어도 생존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 1년 ‘정상화 이니셔티브’를 어느 당이 먼저 가져가느냐를 관심 있게 지켜봐 왔다. 국민의힘이 정당 개혁부터 손대고 거기서 발생한 동력으로 노동·연금 등 사회개혁으로 나가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했지만 국민의힘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매우 구태의연한 권력투쟁을 하는 정당이 사회를 개혁한다고 하니 믿음을 주기 어렵다. 어쨌든 박광온 원내대표 체제 출범이 민주당 변화로 이어진다면 정상화 이니셔티브는 야당이 쥐게 되는 것이다. 국민 입장에선 어느 쪽이라도 먼저 정신 차려서 나머지 한쪽의 변화를 끌어내는 게 바람직하다. 민주당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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