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수, ‘위대한 개츠비’ 들고 브로드웨이 3전 4기 도전…한국 뮤지컬 새 역사 쓸까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오리지널 IP(지식재산권) 3개 이상을 제작해 기업 가치 10억 달러를 달성하고자 합니다.”
신춘수(55) 오디컴퍼니 대표 겸 프로듀서가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스튜디오159에서 열린 비전 및 글로벌 신작 발표회에서 밝힌 목표다. ‘글로벌’과 ‘오리지널’을 키워드로 오랫동안 전 세계 무대에 올려질 수 있는 뮤지컬 작품들을 만들어 기업 가치를 1조원대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RUG는 ‘오페라의 유령’ ‘사운드 오브 뮤직’ ‘캣츠’ 등, 디즈니 시어트리컬 그룹은 ‘라이언킹’과 ‘알라딘’ 등 전 세계에서 어마어마한 수익을 거둬들인 흥행작들을 보유하고 있다.
공연제작자·극장주 협회인 브로드웨이 리그의 한국 최초 정회원이기도 한 신 대표는 꾸준히 브로드웨이 무대에 도전했지만 쓰라린 기억이 많다. 2009년 처음 도전장을 낸 뮤지컬 ‘드림걸즈’는 브로드웨이 입성에 실패했고, 이후 ‘할러 이프 야 히어 미(Holler If Ya Hear Me·내 목소리가 들리면 소리쳐)’와 ‘닥터 지바고’는 브로드웨이에 진출했지만 조기에 막을 내렸다. 회사가 휘청일 만큼 엄청난 손해를 봤다. 값비싼 수업료를 치른 셈이다.
그는 “당시 마음이 급하고 경험이 부족해 작품을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 뼈 아픈 실패를 토대로 현지 워크숍과 트라이아웃 공연 등 모든 과정을 충실히 밟으며 자신감이 생겼다. (브로드웨이에서 해 볼 만하다는) 확신과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신 대표가 3전4기 도전을 위해 첫 번째로 꺼내 든 회심의 카드는 ‘위대한 개츠비’다. 미국 작가 F. 스콧 피츠제럴드(1896∼1940)가 1925년 발표한 동명 소설이 원작이며, 1920년대 풍요로웠던 뉴욕을 배경으로 아메리칸드림의 허상을 다룬다. 브루노 마스를 연상시키는 신나는 음악에 재즈와 현대적 팝이 어우러진 뮤지컬로 재탄생한다. 2020년 3월 미국에서 작가진을 구성해 지난해 리딩과 워크숍을 마쳤다. 오는 10월 뉴욕 인근 뉴저지주의 페이퍼밀 플레이하우스에서 트라이아웃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내년 6월쯤 브로드웨이에 입성하는 게 목표다.
신 대표는 “사람을 타락시키는 돈과 권력과 관련해 현 시대에도 유효한 이야기라 꼭 만들고 싶었다”며 “미국에서 이 작품을 한다는 건 의미가 크다. 도전적인 선택이지만 그 가치를 증명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위대한 개츠비’ 저작권이 2021년 풀리면서 미국 현지 자본과 제작진도 뮤지컬을 준비하고 있는 것에 대해 그는 “상대팀이 막강하지만 저희가 더 좋은 작품으로 시장을 선점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국 최초로 오페라 공연 연출 및 주인공을 맡은 테너이자 의사였던 이인선(1906∼1960)의 삶에 영감받은 뮤지컬 ‘일 테노레’는 오는 12월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선보인 뒤 해외에 소개할 예정이다. 193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한국 최초 오페라를 꿈꾸는 ‘이선’과 독립운동가 ‘진연’, 진연을 짝사랑하는 ‘수한’까지 비극적인 시대에 꿈을 향해 달려가는 청춘의 이야기를 그린다. 오페라 아리아를 뮤지컬적으로 창작해 웅장하고 클래식한 사운드로 들려줄 계획이다.
신 대표는 “‘위대한 개츠비’와 ‘일 테노레’ 모두 꿈과 목표를 향한 인간의 이야기”라며 “이런 서사에 보편성과 예술성을 확보하면 정말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작품이 될 것”이라며 내다봤다.
오디컴퍼니는 이 밖에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 간 세기의 대결을 다룬 ‘피렌체의 빛’과 쥘 베른(1828∼1905) 소설 ‘해저 2만리’를 모티브로 한 ‘캡틴 니모’, 영화 원작의 ‘어거스트 러쉬’, 소설 ‘폭풍의 언덕’을 소재로 한 ‘워더링 하이츠’, 셰익스피어 연극 ‘리처드 3세’에서 영감 받은 ‘나는 리처드가 아니다’를 준비하고 있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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