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외국인 총수...한미 재계 가이드된 이재용
[편집자주] 한국 기업을 대표하는 재계 '총'수들의 한주의 현장 활동을 '총'정리하고, 그들의 행보('총총'걸음)에 담긴 의미를 해석해 한국 기업들이 나아갈 길을 점검하는 코너입니다.
지난 한주 국내 재계 총수들은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간 한미정상회담을 측면 지원하는데 힘을 쏟았다.
또 스포트라이트가 최대한 대통령에게 집중될 수 있도록 방미 기간 중 각 그룹별 개별적 이벤트는 줄이고, 현장에서 미국 재계 관계자들을 윤 대통령에게 소개하는 데 열중했다.
이를 위해 재계 총수들은 윤 대통령보다 하루나 이틀 먼저 미국으로 출국했고, 귀국은 윤 대통령보다 늦게 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24일 서울공항에서 대통령 전용기를 이용해 미국 워싱턴 DC로 떠났지만 재계 총수들은 이보다 앞서 22일과 23일에 전용기나 전세기로 미국으로 출국했다. 사전에 현지에 도착해 미국 내 재계 인사들과 다양한 현안 조율을 위한 시간을 갖기 위해서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대통령에 앞서 지지난 주말에 출국해 현지로 함께 출국한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부회장과 현장점검에 나섰다. 이 회장은 이어 지난 25일 워싱턴DC 미국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선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사실상 행사 '가이드(?)' 역할을 했다.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시작 전 윤 대통령이 현장에 도착하자, 재계 총수들은 각 그룹이 미국 내에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기업의 CEO들을 대통령에게 소개했다.
최태원 SK 회장(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윤 대통령에게 "테라파워"라며 크리스 레베스크 테라파워 회장을 소개했고, 그 옆에 있던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다른 기업 CEO를 소개하자 중간에 이재용 회장이 가세해 구글과 퀄컴, 램리서치 회장 등 미국 내 재계 최고경영자를 연이어 소개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테라파워는 SK 그룹과 소형원자로(SMR)의 실증과 상용 개발에 협력키로 한 회사로 최 회장이 소개를 맡은 듯보였다.
이 회장은 윤 대통령에게 히로시 록하이머 구글 수석부사장을 소개하면서 "구글에서 안드로이드를...(책임지는)"이라고 얘기했다.
이어 이 회장은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 포럼 '한국의 밤'에서 윤 대통령과 만난 적이 있는 퀄컴 크리스티아노 아몬 회장을 소개할 때는 "다보스에서...퀄컴"이라고 안내했고 윤 대통령은 다시 만난 아몬 회장과 반갑게 악수했다.
연이어 티모시 아처 램리서치 회장을 윤 대통령에게 소개할 때는 이 회장은 두 사람 사이에 서서 "반도체 설비 회사로 한국에 연구소도 있는 기업"이라고 말하곤 자신의 역할이 끝난 듯 자리에서 잠시 뒤로 물러섰다.
이 회장은 그 외에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백신으로 전세계에 큰 역할을 한 모더나의 누바르 아페얀 이사회 의장도 대통령에게 소개하는 등 폭넓은 글로벌 인맥을 과시했다. 이 회장이 자신의 역할을 끝낸 후엔 김동관 한화 부회장이나 조원태 한진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도 차례로 윤 대통령과 인사하면서 자신들과 사업 관계에 있는 미국 기업인들을 소개했다.
이번 방미 기간 중 눈에 띈 총수는 이 회장 외에도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있다.
정 회장은 27일(현지 시각) 워싱턴DC 미 연방하원 본회의장에서 윤 대통령의 미 의회 연설을 직접 참관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보통 기업인들이 대통령을 수행하는 해외 행사에 갈 경우 재계 행사가 없으면 대부분 총수들은 호텔방에서 대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혹시 다른 변수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대기상태라는 것.
이번 상하 양원의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의 경우 기업인 초청행사가 아니어서 이 자리에는 국내 기업인들은 거의 없었다. 정 회장은 사전에 방청신청을 해 장재훈 현대차 사장과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COO(최고운영책임자)와 함께 대통령 연설을 2층 방청석 현장에서 봤고 그 모습이 카메라에 잡혀 주목받았다.
현대차는 이번 윤 대통령의 미국 방문 중에 SK온과 합작해 미국 조지아주 바토 카운티에 총 50억달러(약 6조5000억원) 규모의 장을 짓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구광모 LG 회장은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미국의 글로벌 CEO들과 '첫인사'를 나누는데 신경 썼다. 특히 구 회장은 4대 그룹 총수 중 상대적으로 젊어서인지 미국 및 국내 기업인들에게 연신 명함을 돌리고 여러차례 90도로 인사하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우선 DL(대림) 그룹의 총수가 이준용 DL 명예회장에서 이해욱 회장(이준용의 장남)으로 바뀌었다. 연속 지정집단(74개) 중 올해 동일인이 변경된 집단은 DL(대림)이 유일하다.
LX 그룹은 LG그룹에서 5개 회사를 떼어내 계열분리한 지 2년 만에 자산총액 11조원, 재계서열 44위의 대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렸다. 구본준 LX그룹 회장이 한국유리공업 등 인수합병(M&A)으로 덩치를 키운 결과다.
신동빈 회장이 이끄는 롯데는 5대 그룹에서 밀려났다. 자산 상위 5대 그룹은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포스코 순으로 바뀌었다. 2010년부터 5위를 지켰던 롯데는 포스코에 밀려 자산 기준 재계 6위로 한계단 내려앉았다.
이우현 OCI 부회장은 5월 2일 출범하는 OCI 홀딩스 회장에 올랐다. 이 회장은 지난 25일 서울 중구 본사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OCI 홀딩스 회장에 선임됐다. 이 회장은 동양제철화학(OCI) 창업자인 고 이회림 회장의 손자로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OCI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된 지 5년 만에 회장 직함을 달았다.
그는 같은 날 국적이 미국임에도 불구하고 총수가 있는 72개 기업집단 중 유일한 외국인 동일인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법상 외국인 동일인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미국 국적을 가진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과 달리 총수로 지정됨에 따라 향후 외국인 동일인 지정 관련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 의장의 경우 외국인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쿠팡 본사가 미국에 있는데다가 국내에 김의장의 개인회사나 친족 회사가 없어 사익편취 규제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동일인 지정을 거부해 현재는 총수로 지정돼 있지 않은 상태다.
한편, 현역 재계 총수 중 최고령으로 꼽히는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83세)은 지난 24일 캄보디아 훈센 총리로부터 캄보디아 왕국 최고 훈장인 국가 유공 훈장(Medal of National Merit)을 수상했다. 이 훈장은 캄보디아 정부가 주는 최상위 훈장으로 캄보디아의 국가 발전에 큰 역할을 한 인물에게 주어진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hunt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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