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경남농업] ⑩ 안 먹어본 사람이 없을 '밀양 고추'

이정훈 2023. 4. 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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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고추 재배면적·생산량 전국 1위…'시원·깔끔·매운향' 일품
햇볕 잘 드는 밀양…'맛나향 고추' 브랜드로 전국에 팔려 나가
싱싱한 밀양 맛나향 고추 [촬영 이정훈 기자]

[※ 편집자 주 = 우리나라 농업은 농업인구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 등에 직면하면서 지역을 불문하고 녹록지 않은 실정입니다. 경남에서도 농업인력과 경지면적이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지만, 신선 농산물의 수출 실적은 국내 최상위권에 속하는 등 농업을 육성하기 위한 지자체와 농협, 농가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농가를 살리고 지역을 대표하는 주요 작물을 소개하고, 재도약을 준비하는 농업 현장의 모습을 매주 한 차례 소개합니다.]

'맛나향 고추의 고장' 밀양 [촬영 이정훈 기자]

(밀양=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시원하고 깔끔한 매운맛'

경남 밀양시 농민들이 밀양 고추를 자랑할 때 즐겨 쓰는 말이다.

지난 26일 오후 밀양시 무안면 무안농협 산지 선별장.

트럭이 수시로 들어와 풋고추가 한가득 담긴 포대를 내려놓은 후 선별장을 빠져나간다.

무안면 농민들이 오전에 딴 싱싱한 고추들이다.

선별장에서는 지역 주민들이 기계로 먼저 골라낸 고추를 포장하느라 쉴 틈 없이 손을 놀린다.

최정삼 무안농협 차장은 "산지 선별장 전체가 고추 한 품종만을 종일 처리한다"고 말했다.

전국 시설고추(비닐하우스 등 시설에서 생산한 고추) 생산 면적, 생산량 1위 지자체가 경남 밀양시다.

2021년 기준 시설면적 533㏊에서 고추 3만5천118t을 생산했다.

밀양 시설고추는 '맛나향고추'란 브랜드를 달고 전국으로 팔려 나간다.

밀양시에서도 무안면에서 시설고추가 제일 많이 난다.

무안면은 임진왜란 때 승병을 이끌고 평양성 탈환, 일본에 포로로 잡혀간 동포 소환 등 많은 업적을 남긴 고승 사명대사가 태어난 곳, 나라에 어려움이 있을 때 땀을 흘리는 표충비가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밀양 무안농협 산지 선별장 고추 선별 [촬영 이정훈 기자]

사명대사, 표충비 못지 않게 유명한 무안면 특산물이 고추다.

무안면 주민들은 '무안면을 대한민국 매운맛의 메카, 맛나향고추의 고장'이라 소개한다.

무안면 들녘 비닐하우스 대부분이 고추 재배용 시설이다.

다른 지역에선 고추를 주로 노지에 재배한다.

6∼7월 풋고추를 먼저 수확하고 고추가 빨갛게 익는 10월까지 고춧가루용 고추를 딴다.

밀양시 농민들은 노지 고추가 나오지 않는 겨울·봄에 출하하고자 가온(加溫)을 한 시설에서 고추를 키운다.

전국 고깃집, 횟집, 국밥집에서 쌈 채소로 나오는 풋고추 상당수가 밀양산이다.

최정삼 차장은 "겨울철 풋고추 중 1/3가량은 밀양산 고추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9월에 심은 고추 모종에서 이듬해 6월까지 고추를 수확할 수 있다.

밀양시에서 나는 고추품종은 다양하다.

일명 '땡초' 불리며 매운맛으로 유명한 청양부터, 매운맛은 덜하지만 아삭함으로 유명한 모닝, 녹광 등 풋고추 품종을 많이 재배한다.

밀양 무안농협 산지 선별장 고추 선별 [촬영 이정훈 기자]

최 차장은 무안농협이 1년에 고추 판매만으로 750억원 매출을 올린다고 자랑했다.

밀양시가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으로 정한 특산물에도 고추는 빠지지 않는다.

무안면을 비롯한 밀양시가 시설고추 전국 1위인 비결은 뭘까.

김수현 밀양시농업기술센터 6차 산업과 주무관은 밀양시 기후가 시설고추 재배에 적합하다고 소개했다.

열대지역이 원산인 고추는 빛에 예민한 작물이다.

빛이 많이 쬘수록 생산량이 많아지고 품질이 좋아진다.

빽빽할 밀(密), 볕 양(陽)이란 지명에서 보듯 밀양은 예로부터 햇빛이 잘 들기로 유명한 동네다.

가온(加溫) 시설 안에서 풍부한 햇빛을 받고 자라는 밀양 고추가 더 맛있고 향이 좋은 이유다.

호남지역은 가끔 겨울에 예상치 못한 폭설이 내려 시설하우스가 주저앉는 피해를 본다.

잘익은 밀양 맛나향 고추 [촬영 이정훈 기자]

밀양은 눈이 잘 내리지 않아 시설이 파손될 염려가 적어 고추 재배에 큰 도움을 준다.

김영환 밀양무안맛나향고추작목회장은 "같은 고추 품종이라도 기후가 좋고 농민들 재배 기술까지 뛰어나면서 향이 진하고 시원한 매운맛이 난다"며 "다른 곳에서 재배한 고추와 확실한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그는 "전국에서 최고 품질 고추를 재배한다는 자부심이 크다"고 덧붙였다.

밀양 시설고추는 농가소득 창출뿐 아니라 어려운 지역 고용에도 숨통을 틔워 준다.

고추 수확 외에 선별·포장에 일손이 많이 필요하다.

최정삼 차장은 "수확은 물론, 선별·포장에도 일손이 많이 필요하다"며 "수확 철 고용 창출 효과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밀양 맛나향고추 소포장 [촬영 이정훈 기자]

sea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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