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법안 4개 발의됐지만…여야 막론 약사·의사 의원들 반대

차현아 기자 2023. 4. 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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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비대면 진료, 다시 시계 제로④

[편집자주] 코로나19 대유행 3년, 한시적 허용으로 숨통이 트인 듯 했던 비대면 진료의 시계가 다시 흐려진다. 국회에서의 법제화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한 가운데 법제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당정이 합의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조차 아직 구체적 안이 마련되지 않았다. 비대면 진료의 핵심 이해관계자인 의료계와 플랫폼 업계 등의 시각차 때문이다. 지난 3년, 이미 전 국민의 30%가 비대면 진료의 편리함을 맛봤고 일찌감치 비대면 진료를 법제화한 주요국들과의 비대면 진료 기술 격차가 갈수록 벌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기서 다시 멈출수는 없다.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충돌 지점들을 살펴보고 균형잡힌 법제화 방향을 모색해본다.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정춘숙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3.4.2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의사와 환자 간 비대면 진료 허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비대면 진료법)에 대한 국회 논의가 결국 불발됐다. 여야를 막론하고 의료계 출신 의원들이 대거 반대했기 때문이다. 결국 다음 달 감염병 위기 단계가 심각에서 경계로 내려가 비대면 진료의 법적 근거가 사라지면 정부도 시범사업으로 비대면 진료를 일단 이어갈 전망이다.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의료 제도 논의를 앞두고 국회가 이해관계에 급급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2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복지위)는 제1법안심사소위원회(소위)를 열었다. 이날 안건에는 비대면 진료와 관련된 의료법 개정안 5건이 상정됐으나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회의 도중 심사에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며 해당 안건을 논의 순번 맨 뒤로 배정한 뒤 다른 법안부터 심사하다 그대로 회의를 끝냈다. 한 복지위 관계자는 "의원들 간 법안에 대해 합의도 안 된 상태에서는 논의해봤자 의미가 없다는 취지였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대면 진료법의 국회 논의는 이날로 벌써 두 번째 어그러졌다.

현재 국회에는 강병원·최혜영·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법안이 발의돼있다. 네 개 법안은 재진 환자를 대상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내용이다. 여기에 지난 4일 초진 환자로 대상을 넓히는 내용을 담은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의 안까지 발의돼있다.


이들 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복지위의 소위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의료계 출신 의원들이 중심이 돼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서다. 첫 논의 자리였던 지난 달 21일 소위에서는 약사 출신의 전혜숙·서영석 의원과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 등이 반발했다.

약사 출신 의원들은 약물 오남용과 배달 비용만 늘려 결국 플랫폼 사업자들 배불리기에 불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혜숙 의원은 당시 소위에서 "정확하지 않은 화면을 통해 환자를 진료하게 하는 것은 국민 건강에 큰 위해를 주는 것"이라고 했다. 또 "배달 앱 같은 플랫폼을 활성화해도 소상공인이 돈 번 게 없다. 배달 비용은 누구에게 (부담)할 것인가"라고 했다. 서영석 의원 역시 "플랫폼의 문제, 그리고 전자 처방을 어떻게 공적으로 만들어 낼 것인지 아무 것도 검토하지 않고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얘기하고 있다"며 "의료 영리화로 가기 위한 어떤 디딤돌로 보이기도 한다"고 했다.

의사 출신인 신현영 의원 역시 거들었다. 제대로 된 진료 없이 약물만 처방하면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단순 전문의약품을 처방하는 수단으로서 온라인 플랫폼이 많이 활용됐다"고 했다. 이어 "(비대면 진료를 해본 의사들은) 뭔가 이상 소견이 있으면 병원에 오라고 단서를 붙인다. 만약 환자가 의사의 권고를 이행하지 않아 생기는 의료사고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고 했다.

비대면 의료를 입법을 통해 끊김없이 이어가기는 어렵게 된 만큼 정부도 바로 시범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복지위 등에 따르면 향후 시범사업은 현재까지 국회와 정부, 의료계 간 공감대를 이룬 수준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대체로 △재진 환자 △의원급 의료기관 △의료 서비스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 등에 한정하는 방안이다. 여기에 의료기관이 비대면 의료만 전담해서는 안 되며, 플랫폼 업체 관리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 부대 조건으로 담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안전한 의료 환경과 제도를 만들어야 하는 입법부로서 국회가 책임을 방기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또 다른 복지위 관계자는 "시범사업도 국회에서 적용 범위와 대상 등을 충분히 논의한 뒤 시행해야 한다"면서도 "지금 상태로는 국회에서 생산적인 논의가 더 진전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차현아 기자 chach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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