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성·토성이 주변의 위성을 주무른다고?
지진이 산사태 유발 가능성
태양계에서 가장 큰 행성들인 목성과 토성 주변을 도는 위성에서 산사태가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덩치가 큰 행성이 가진 강력한 중력이 행성 주변을 도는 위성을 쥐어짜면서 지진을 일으키고, 이 때문에 높은 산이 수시로 무너져 지형이 평탄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애리조나대 연구진은 최근 목성과 토성 주위를 도는 위성들의 표면에 대한 분석 결과를 국제학술지 ‘이카루스’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태양계에서 질량이 1·2번째인 목성과 토성을 도는 위성에 주목했다. 거대한 중력을 가진 이 행성들에 딸린 위성들에서는 다른 행성의 위성과는 달리 높은 산이 어떤 힘 때문에 뭉개져 얕은 골짜기를 이룬 듯한 지형들이 관찰된다. 이런 현상은 목성 위성 유로파와 가니메데, 토성 위성 엔셀라두스에서 두드러졌다.
처음에 과학계는 이런 ‘이상한’ 지형이 지표면에 흘러나온 액체 때문에 생겼다고 여겼다. 유로파나 가니메데, 엔셀라두스는 지하에 큰 바다가 있는 것으로 과학계는 보고 있다. 목성과 토성의 강한 중력이 이 위성들을 주무르고, 이 때문에 위성 내부의 얼음이 마찰을 일으켜 물이 된 것이다. 이렇게 생긴 물이 어떤 이유로 인해 지상으로 새어 나와 강처럼 흘렀다는 가설이다. 이런 현상이 남긴 결과가 골짜기처럼 보였다는 추정이다.
하지만 이 위성들의 평균 온도는 영하 160~200도이다. 엄청나게 춥다. 물이 액체 상태로 지상에 나온다고 해도 꽁꽁 얼어버려 오랜 시간 흐르기 어렵다. 이 때문에 이런 특이한 지형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미스터리였다.
연구진은 목성과 토성의 강한 중력으로 인해 생긴 지각 변화, 즉 지진이 열쇠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진은 유로파와 가니메데, 엔셀라두스의 지표면 사진을 컴퓨터로 분석했다. 그리고 지표면에서 규모 4.0~7.9의 지진이 일어났다는 가정을 했다.
그러자 위성 표면 여기저기에 널려 있는 수많은 파편들이 퍼즐이 맞춰지듯 주변 지형과 딱 들어맞는 곳이 다수 관찰됐다. 거대 행성의 중력이 일으킨 지진이 산사태를 유발했을 공산이 크다는 뜻이다.
연구진에 속한 NASA 제트추진연구소의 로버트 파팔라도 박사는 NASA 공식 발표자료를 통해 “위성에서 일어나는 지진이 얼마나 강력할 수 있는지 이번 연구를 통해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향후 이 위성들에서 생기는 지진에 대한 연구는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우주국(ESA)이 이달 발사한 우주 탐사선 ‘주스’가 2031년 목성 궤도에 도착한 뒤 유로파와 가니메데 등을 관찰한다. NASA는 내년에 우주 탐사선 ‘유로파 클리퍼’를 발사한다. 유로파 클리퍼는 목성 궤도에 2030년 도착한 뒤 유로파를 집중 탐구할 예정이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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