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에 붉은 미소짓는 金 복주머니꽃 ‘금낭화’[정충신의 꽃·나무 카페]

정충신 기자 2023. 4. 30.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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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카페에 '섬진강 편지'를 내보내는 김인호 시인의 '선암사 금낭화'다.

금낭화( 錦囊花)는 한복에 달았던 복주머니 모양과 비슷하고 꽃가루 색이 황금색이어서 금주머니 꽃이란 뜻이다.

세뱃돈을 넣는 복주머니처럼 생겼다 하여 '금 주머니 꽃'에서 금낭화가 유래했다고도 한다.

재야 민주화 운동가에서 남도의 사계절 풍경과 꽃을 담아내는 사진가·시인이 된 나상기 시인은 시'금낭화'에서 금낭화를 붉은 미소 짓는 오월의 꽃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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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충신의 꽃·나무 카페
세뱃돈 넣는 복주머니, 주렁주렁 연등 닮은 금낭화
등모란,덩굴 모란, 며느리주머니 별칭…서양은‘블리딩 하트’
가느다란 줄기 끝에 연등, 복주머니처럼 주렁주렁 달린 화사한 오월의 꽃 금낭화. 서울 서대문구 안산의 너와집 뜰에 5월이면 활짝 핀다. 2021년 5월2일 촬영

글·사진 = 정충신 선임기자

<이제껏 알지 못하던 우리가/이렇듯 서로를 부르며 만날 수 있다니//이 봄날 다 가 너 꽃잎 떨구더라도/내 마음속에 늘 환히 피어 있으리니//어디 멀리 떠나 다시 너를 찾지 못할지라도/내 마음 속에 늘 이렇듯 피어 있으리니// 내 가진 것 다 잃더라도/너는 내 맘에 남아 있을 것이리니//주렁주렁 연등 내 건 듯한 금낭화 곁만 맴도는/아, 사랑에 마악 눈뜨던/스무 살 적 마음의 한나절이여!>

다음 카페에 ‘섬진강 편지’를 내보내는 김인호 시인의 ‘선암사 금낭화’다. 절 입구 계곡의 승선교와 강선루로 잘 알려진, 옛 사찰의 정취를 그대로 간직한 전남 순천 태고종 사찰 선암사 돌틈 사이에 핀, 곱디고운 금낭화를 보노라면 풋풋한 첫사랑이 떠오를 것만 같다.

사찰 정원에 많이 심었고, 꽃이 예뻐 관상용으로 가정이나 도심 정원에도 자주 볼 수 있다. 금낭화( 錦囊花)는 한복에 달았던 복주머니 모양과 비슷하고 꽃가루 색이 황금색이어서 금주머니 꽃이란 뜻이다. 세뱃돈을 넣는 복주머니처럼 생겼다 하여 ‘금 주머니 꽃’에서 금낭화가 유래했다고도 한다.

서울 서대문구 안산 너와집 앞 금낭화. 2021년 5월2일 촬영

양귀비목 현호색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꽃은 4월에 피기도 하지만 주로 5∼6월에 담홍색으로 핀다. 등처럼 휘어지고 모란처럼 꽃이 아름다워 ‘등모란’ ‘덩굴 모란’이라 부르기도 한다.

옛 여인들이 치마 속에 넣고 다니던 주머니와 모양이 비슷해 ‘며느리주머니’‘며늘치’라 부르기도 한다. 영어명은 ‘블리딩 하트(Bleeding heart)’. 꽃 모양이 피를 흘리는 듯한 하트 모양이라 데서 유래했다.

흥미로운 것은, 신라 부부총 출토 금귀고리(국보 90호)와 백제 무릉왕릉에서 출토된 무릉왕비 금귀고리(국보 157호) 등 등삼국시대와 가야시대 출토된 왕릉 귀고리와 많이 닮은 모습이다.귀고리 아래쪽 하트 모양과 위쪽 두 줄로 매달린 하트 모양 장식들이 금낭화와 흡사해 금낭화를 본뜬 것이라는 설도 있긴 하다. 학계의 연구와 관심이 필요하다.

금낭화는 중국이 원산지로 알려졌으나 설악산 봉정암과 지리산, 천마산, 경기 가평 등에서 자생지가 발견돼 토종식물이란 견해가 우세하다. 진한 분홍빛(핑크색) 이 많으며 흰 금낭화는 중국에서 온 귀화식물로 알려져 있다. 한국 토종 금낭화는 진한 분홍빛 꽃을 피우며 줄기 또한 자주빛 색상을 띠고 흰색 금낭화의 줄기는 연두색·녹색이 특징이다.

<누가/숲속 바다에/릴낚시 하나 보다//실바람 간들 불자/흔들리는 분홍찌//

한때는/너의 손길도/이처럼 떨렸단다>

박미자 시인은 ‘금낭화’에서 ‘분홍찌’라는 시어를 썼다. 가느다란 줄기 끝에 복주머니, 귀고리가 전깃줄에 일렬로 선 참새처럼 주렁주렁 달린 모습이 바람이 불면 릴낚시 찌처럼 흔들흔들거리는 모습을 재미있게 묘사했다.

금낭화 꽃말은 ‘당신을 따르겠어요’다. 아름다운 꽃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에서 ‘겸손과 순종’을 의미하는 꽃말이 탄생한 듯하다.

서울 도심 정원에서도 금낭화가 자주 눈에 띈다.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에서 청계천 방향 빌딩 앞 정원에 올해 일찍 핀 금낭화. 4월14일 촬영

<무등을 넘어 오른 아침 햇살에/진분홍 금낭화 일어나/붉은 가슴안고/당신을 따르겠습니다//세월지나 오는 시간속에/분홍빛 애틋한 미소로/기다리는 애절한 마음/오월의 그리움이 가득 걸렸네//여명지나 오르는 햇살에/한없는 기다림을 붙들고/

바람 사이에 기대어/붉은 미소짓는 그대 금낭화//어느새 햇살은 산 위로 오르고/떨리는 가슴 보고픈 마음에/오월의 피투성이 그리운 사람/당신만을 사랑합니다>

재야 민주화 운동가에서 남도의 사계절 풍경과 꽃을 담아내는 사진가·시인이 된 나상기 시인은 시‘금낭화’에서 금낭화를 붉은 미소 짓는 오월의 꽃이라 했다. 시인은 가느다란 줄기 끝에 주렁주렁 달린 붉은 금낭화를 일컬어 ‘오월의 그리움이 가득 걸렸다’고 노래했다.

일본에서는 식물 전체를 탈항증(脫肛症·창자 점막 또는 곧창자 벽이 항문으로 빠지는 증상)에 쓰며, 한방에서 ‘하포목단근(荷包牧丹根)’이라며 약재로 쓴다. 어린 잎은 나물이나 된장국을 끓여 먹기도 하며, 꽃을 그늘에 말려 꽃차로 마시기도한다.봄에 어린 잎을 채취하여 삶아서 나물로 쓴다. 한방에서 전초를 채취하여 말린 것을 금낭(錦囊)이라고 하며, 피를 잘 고르고 소종(消腫)의 효능이 있어 타박상·종기 등의 치료에 쓴다.

며느리밥풀꽃과 모양이 비슷해 며느리밥풀꽃 전설이 금낭화 전설로 잘못 알려지기도 한다. 며느리밥풀꽃과 금낭화는 전혀 다른 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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