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강백호 형을 만나서…" 148km 에이스의 113구 투혼은 어떻게 완성됐나

윤욱재 기자 2023. 4. 30.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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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삼성은 28일 수원 KT전을 연장 접전 끝에 10-9로 이겼지만 상처도 컸다.

김태훈은 삼성에 오자마자 연투를 하면서 1승 1세이브를 따냈고 원태인은 김태훈의 휴식일에 113구를 던지면서 7이닝을 봉쇄하며 에이스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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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태인 ⓒ삼성 라이온즈

[스포티비뉴스=수원, 윤욱재 기자] "네가 이닝을 끝내라"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삼성은 28일 수원 KT전을 연장 접전 끝에 10-9로 이겼지만 상처도 컸다. 8-0으로 앞서다 8회말 대거 8실점을 하면서 8-8 동점을 허용한 장면은 코칭스태프의 '뒷목'을 잡게 했다.

그래서 29일 수원 KT전에 선발투수로 등판한 '토종 에이스' 원태인의 어깨는 더욱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6회까지 2점으로 막은 원태인은 7회말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1사 후 조용호에 볼넷을 허용했지만 홍현빈을 2루수 땅볼 아웃으로 잡으면서 2아웃을 만든 원태인. 이때 정현욱 투수코치가 마운드를 방문했다. 원태인을 교체하기 위해서였을까. 아니었다. 정현욱 코치는 원태인에게 "바꿀 생각 없다. 점수를 주든 안 주든 상관 없다. 네가 이닝을 끝내라"고 '운명'을 맡겼다.

원태인은 앤서니 알포드와 박병호의 애매한 타구가 모두 내야 안타로 이어지면서 2사 만루 위기에 몰렸고 마침 4회말 우월 솔로홈런을 맞았던 강백호와 다시 한번 승부를 펼쳐야 했다.

원태인의 선택은 직구였다. 이날 최고 구속 148km까지 나온 직구는 호투의 원동력이었다. 강백호에게 던진 1~2구가 모두 볼이 되면서 볼카운트가 몰렸지만 원태인은 주저하지 않고 또 직구를 던졌다. 볼카운트는 2B 2S에서 원태인은 143km 바깥쪽 직구로 승부수를 던졌고 강백호의 타구는 1루수 땅볼로 이어지면서 만루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경기 후 원태인은 "깔끔하게 끝내고 싶었는데 아쉬운 볼넷도 나왔고 애매한 내야 안타 2개도 나오면서 쉽지 않은 이닝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또 하필 그 상황에 (강)백호 형을 만나서 '재밌는 광경이 펼쳐지는구나'라는 생각을 했고 투구수가 많았는데 믿어주신 감독님과 코치님께 믿음을 더 안겨드리고 싶어서 더 집중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라고 7회 만루 위기를 돌아봤다.

마운드를 방문한 정현욱 코치의 한마디 또한 원태인에게 자신감을 불어 넣는 계기가 됐다. "코치님께서 자신감을 심어주셔서 나도 더 자신감을 얻고 이닝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라는 것이 원태인의 말이다.

삼성은 원태인의 113구 역투로 2-2 동점을 유지했고 8회초 대타로 나온 이성규의 결승타에 힘입어 3-2 승리를 거두면서 폭풍 같은 4연승을 질주했다. 시즌 전적도 11승 12패로 5할 승률에 가까워졌다.

한편 원태인은 최근 트레이드로 삼성을 떠난 이원석을 두고 "내가 입단했을 때부터 (이)원석이 형이 정말 많은 것을 챙겨주셨고 또 좋은 말씀도 엄청 많이 해주셔서 언제나 의지할 수 있었던 선배였는데 트레이드로 떠나서 아쉬운 마음이 큰 것 같다"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삼성은 불펜 보강을 위해 이원석을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했고 마무리와 필승조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우완투수 김태훈이 가세하면서 순위 도약의 기틀을 마련했다. 김태훈은 삼성에 오자마자 연투를 하면서 1승 1세이브를 따냈고 원태인은 김태훈의 휴식일에 113구를 던지면서 7이닝을 봉쇄하며 에이스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이렇듯 삼성의 4연승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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