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뭐든 가만두지 않아” 음식 재창조하는 K-파워 [식탐]
[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뭐든 가만두지 않는다. 서양 음식에 뜻밖의 토핑들을 모두 올려놓고, 갖은 속재료를 흘러넘치도록 끼어넣으며, 겉에는 설탕과 소스까지 팍팍 뿌린다. 한국인만의 독특한 재창조 능력이 발휘되는 순간들이다. 신기하게도 이러한 ‘수난’을 겪으며 변형된 음식들은 최근 본고장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인의 타고난 열정은 일뿐만 아니라 음식에서도 이어진다. ‘먹방(먹는 방송)’이란 단어를 세계에 알릴만큼, 한국인은 누가봐도 먹는 일에 ‘진심’이다.
창의성이 뛰어난 민족답게, 음식에서도 타고난 손재주와 응용력이 나타난다. 물 건너온 서양 음식도 한국식으로 변형시켜 새롭게 만든다. 모두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총출동된다.
이규민 경희대 외식경영학과 교수는 “외국인들이 한국의 특징을 말할 때, ‘다이나믹 코리아(Dynamic Korea!, 역동적인 한국)’이란 얘기를 많이 하는데, 우리 먹거리에서도 이러한 성향이 나타난다. 한국에서 외국 음식이 재해석되거나 재창조되는 경우가 다른 문화권보다 더욱 역동적으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한국식 피자의 경우 불고기부터 블루베리, 김치까지 해마다 새로운 토핑들이 올려지기 바쁘다. 피자 치즈보다 토핑이 주인공처럼 느껴질 정도다. 피자 자부심이 높은 이탈리아인이 보면 화를 낼지도 모를 비주얼이다.
2020년 미국 스포츠 채널 ESPN이 한국프로야구 개막전을 미 전역에 생중계할 당시에는 경기장 내 한국의 피자 광고판이 노출되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현지 야구팬들은 트위터를 통해 “이 경기에서 가장 먼저 본게 피자 광고다”, “네 가지 토핑이 장식된 저 피자를 아침에 일어나서도 잊을 수 없다” 등의 반응을 쏟아냈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K-치킨도 대표 사례다. 치킨과 매콤달콤한 고추 양념과의 만남은 외국인들도 엄지를 치켜세우는 ‘꿀조합’이다. 물론 한국인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이 외에도 간장, 마늘, K-로제 등 다양한 소스를 개발해 치킨을 버무린다. 기존의 서양소스도 변형시킨다. ‘K-로제’는 로제소스에 토마토 대신 고추장을 넣은 한국식 로제로, 떡볶이, 라면, 버거, 치킨 등으로 사용이 번지는 중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사례가 디저트 분야에서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국의 우수한 제빵 기술 덕분에 서양식 빵들이 한국인의 손을 거쳐 ‘K-디저트’로 전파되고 있는 것이다. 그대로 빵을 만드는 관습적 제빵이 아니라 창의적으로 다시 만들어진 디저트들이다. 국내를 넘어 일본 등으로 확산된 ‘뚱카롱’과 ‘크로플’이 그 예이다. 뚱카롱은 마카롱에 필링을 가득채워 ‘뚱뚱하게’ 만든 것을 말한다.
갖은 토핑을 비롯해 뚱카롱처럼 속재료를 가득 넣는 것이 한국식 제빵 특징 중의 하나다. 실제로 유럽과 미국에서 먹는 빵들은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는 한국과 달리 단순한 맛과 기본 형태의 빵들이 많다.
한국인은 크루아상도 가만두지 않았다. 이를 와플팬에 넣고 납짝하게 굽기 시작한 것이 ‘크로플’의 탄생이다. 크로플에 누룽지나 붕어빵도 사용하며 종류는 더 다양해지고 있다. 한국에서 일단 한 번 유행이 되면 모두가 이를 해체하고 새롭게 만드는 특성이 강하다. 최근 유행한 약과 역시 만두 약과, 페스츄리 약과 , 약과 아포가토 등으로 변형되는 중이다.
미국에서 건너온 핫도그도 화려하게 달라졌다. 안에 치즈를 넣고, 겉에는 케첩과 머스터드 소스를 바른 모자라 설탕까지 가득 뿌린다. 식감의 재미를 위해 자른 감자를 더덕더덕 붙이기도 한다. ‘코리안 콘도그(Korean Corndog)’로 불리는 한국식 핫도그의 재탄생이다. 바삭, 달콤, 고소함이 모두 들어간 맛에 외국인의 호응도 커지고 있다. 코리안 콘도그는 원조국인 미국에 역수출하는 대표 간식중 하나며, 최근에는 유럽이나 베트남, 일본 등의 아시아 지역에서도 인기가 높다.
이규민 교수는 “다행히 ‘케이푸드(K-Food)’라는 표현에는 우리가 재창조한 먹거리를 아우르고 있다”며 “전통 한식은 아니지만 이러한 K-푸드의 인기는 다양성과 창의성을 가진 우리 먹거리의 경쟁력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gorgeo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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