댕댕이 입양하러 갔는데···악랄한 '신종펫숍'이었다 [지구용]

김도연 기자 2023. 4. 30.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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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사 없는 보호소' 내세워 파양 돕고 품종 동물 매매해 수익
사지 않고 입양하려는 시민 선의 악용···진짜 보호소와 구별법은
[서울경제]

반려동물을 입양했지만 개인 사정으로, 가족들의 반대로 파양을 원하는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맡긴다. 안락사 없이 맡기는, 즉 죄책감 없이 파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비용은 무려 600만원. 이 ‘유기동물 보호소’는 다른 한 편으로는 어린 품종 강아지, 고양이들을 판매한다. ‘유기동물 보호소’라는 이름에 유기동물을 입양하러 찾아 온 사람들에게 팔기 위한 어린 생명들이다. 말로는 ‘입양’이라고 하지만 수십, 수백만원의 ‘책임비(입양한 동물을 평생 반려하겠다는 의미로 임시 보호자에게 지불하는 돈, 보통 3만~10만원대)’를 내고 데려와야 한다. 이처럼 유기동물 보호소라는 이름 아래 실제로는 펫숍으로 운영되는 ‘신종 펫숍’이 성행하고 있다.

유기견 입양하러 갔다가···사왔습니다

얼마 전 서울경제신문이 찾아간 신종 펫숍은 입양 희망자로 가장한 기자들을 친절히 맞이했다. 서울시에 위치한 A신종 펫숍의 ‘쇼룸’에는 투명한 유리장 안에 어린 품종 강아지들이 전시돼 있었다. 정작 유기동물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유기동물들이 어떤 공간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최대한 노출하지 않기 위한 목적인 듯, 방문객이 있을 때 몇 마리만 ‘쇼룸’으로 불러들였다. 허스키, 푸들을 포함한 약 7마리의 유기동물들은 펫숍 동물들과 철저히 분리된 3평 남짓한 방 안에 오밀조밀 모여있었다. 경기도 이천시의 B신종펫숍도 비슷했다. 유기동물들은 펫숍 동물과 분리되어 있었고, 거의 움직일 수 없을 만큼 비좁은 이동장에 갇혀있었다.

신종펫숍 방문객들은 이들은 주로 유기동물을 입양하려는 이들이지만, 정작 신종펫숍 관계자들은 “현재 보호 중인 성견들은 행동교정이 필요해 입양이 어려운 상태”라며 대신 어린 품종견을 권한다. 유기동물을 입양하러 간 예비 반려인이라도 어린 동물을 안겨주면 생각이 바뀌기 십상이다. 게다가 ‘유기동물 보호소’라는 이미지 때문에 수십, 수백만원의 다소 비싼 책임비도 기꺼이 지불하는 경우가 많다.

왜 단순한 펫숍과 다른, 이러한 영업 형태를 가진 걸까. 신종펫숍은 반려동물을 파양하려는 반려인 수요로부터 출발했다. 파양하고 싶지만 그냥 버릴 수는 없는 이들에게 돈을 받고 ‘파양해주는’ 것이다. B 신종펫숍에서 반려견을 파양한 적이 있다는 C씨는 “파양비 600만원 가운데 100만원은 현장에서 즉시 지불했고, 나머지 500만원은 20개월에 걸쳐 할부를 끊었다”며 “나중에 내면 안 되냐고 물었더니 도망가는 사람이 많아서 안 된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 “보호소·펫숍 병행 말도 안돼”

신종펫숍은 ‘안락사 없는 보호소’라고 내세워 이러한 수익을 벌지만, 정작 파양된 동물들을 입양보낼 곳을 찾기는 어렵다. 주로 성견, 성묘들이라 입양희망자가 흔치 않은 탓이다. 파양된 동물들을 관리하는 데도 돈이 들기 때문에, 신종펫숍들은 여기서 또 하나의 수익모델을 추가했다. 유기동물을 입양하러 온 이들에게 비싼 품종 동물을 ‘파는’ 것이다. 이러한 어린 품종 동물들은 물론 열악한 환경의 번식장, 경매장을 거쳐 팔려온 동물들이다.

동물권행동 카라의 고현선 활동가는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요새 굉장히 보편적이기 때문에 많은 시민분들이 동물을 사면 안 되고 입양을 해야 된다는 건 잘 알고 있다”며 1차적인 피해는 이러한 시민들이 입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유기동물을 입양하려는 이들의 선의를 신종펫숍이 악용하는 셈이다.

“동물 보호소를 운영하기 위해 펫숍을 병행하는 것”이라는 신종펫숍 관계자들의 주장과 관련, 전문가들은 ‘말이 안 된다’고 일축했다. 설채현 동물 행동 전문 수의사는 “유기견 보호소를 운영하는 이유가 동물 매매를 막기 위해서인데, 이율배반적인 이야기”라며 “제가 동물들을 치료하고 싶어서 동물병원을 운영하는데 운영이 어렵기 때문에 아이들을 일부러 아프게 하겠다는 것과 똑같은 말”이라고 지적했다. 동물보호단체인 팅커벨프로젝트의 황동열 대표도 “펫숍을 병행해서 보호소를 운영한다는 건 ‘장사꾼’이라는 말”라고 덧붙였다.

※신종펫숍에 대한 보다 자세한 이야기, 신종펫숍을 구분하는 법은 영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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