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 '대교약졸' 경지…세련되면서도 담백한 품위
기사내용 요약
두 신곡 '필링 오브 유'·'라' 호평
"콜드플레이·K팝 보이그룹 노래 같아"
희망의 연대 강조한 김이나 작사가 세계관과도 맞물려
'필링 오브 유' 뮤비 작업한 추수 감독과도 시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필링 오브 유(Feeling Of You)'는 청량하고 아련한 콜드플레이 분위기다."
"'라'는 K팝 아이돌 그룹 노래 같다."
'가왕' 조용필(73)이 최근 발매한 EP '로드 투 트웬티-프렐류드 투(Road to 20-Prelude 2)'에 실린 두 신곡 '필링 오브 유(Feeling Of You)'와 '라'가 호평을 듣고 있다.
팝 록인 '필링 오브 유'는 산뜻한 8비트 리듬과 신스 사운드의 다양함 그리고 말쑥한 코러스가 세련됐다. 브릿팝 밴드 '콜드플레이' 음악이 떠오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용필이 외국 작곡가들과 함께 작곡에 참여했다. 밴드 '위대한 탄생' 리더인 기타리스트 최희선과 키보디스트 최태완 두 멤버의 연주도 경쾌하다. 특히 노쇠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조용필의 담백한 목소리가 신스 팝 록에 잘 어울린다. 무엇보다 목소리가 가공되지 않았다.
외국 작곡가들이 대거 참여한 '라'는 조용필이 처음 도전한 프로그레시브 하우스 장르인데 또 넓어진 그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확인할 수 있다. 강렬한 신스 베이스와 비트, FX 효과 등은 최근 유행한 K팝 분위기를 떠올리게 한다. 젊은 세대에선 신곡을 낸 그룹 '엔시티(NCT)' 유닛 '도재정'이 불러도 어울리는 감각적인 곡이라 반응하고 있다.
조용필의 노래는 이렇게 장르도 세련됐는데, 만듦새도 우아하다. 그가 젊은 유행을 잘 쫓아간다는 건 오해다. 조용필은 그 자체로 트렌디하다. 최신 사운드와 경향을 단지 흉내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텃밭에 뿌리 채 심어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힘이 있다. 그가 얼마나 많은 공부를 하고 연구를 했는지 방증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세련된 장인 사운드'다. 올해 데뷔 55주년을 맞은 노장 가수의 경이로움이다. 동명 영화로 유명한 소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제목을 빌려 '조용필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말도 나온다.
조용필의 트렌디함이 더 높게 평가 받는 건 화려한 기교가 아닌 담백함으로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이건 대교약졸(大巧若拙)로 요약 가능하다. 독일 베를린 기반의 뮤직비디오 스튜디오인 프린세스 컴퓨터의 VR아티스트 겸 시각예술가인 추수(TZUSOO) 작가의 평을 빌려온 것이다. 독일 슈튜트가르트 국제 애니메이션 필름 페스티벌에서 베스트 뮤직비디오 상을 수상하기도 한 그녀는 릴체리, 림킴, 쎄이(SAAY), 박지우 등 주로 젊은 감각의 뮤지션들과 뮤직비디오 작업을 했다. 이번에 '필링 오브 유' 뮤직비디오 감독을 맡았다.
추수 감독이 인용한 대교약졸은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말로 매우 공교한 솜씨는 오히려 서투른 것 같이 보인다는 뜻인데, 그 서투름은 익숙하지 못한다는 뜻이 아니다. '아이처럼 순수하다'로 해석해야 한다. 일례로 '대교약졸'에 가장 잘 어울리는 아티스트는 "어린아이처럼 그리는 법을 알기 위해 평생을 바쳤다"고 말하는 스페인 태생의 전설적인 화가 파블로 피카소다. 결국 인위적인 기교를 버리고 순수함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는 의미다. 추수 감독도 조용필과 그의 노래에서 이런 어린 아이 같음을 봐 동화 같은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다.
이번 두 신곡의 작사는 모두 김이나 작사가가 지었다. 김 작사가는 앞서 지난해 11월 공개된 싱글 '로드 투 트웬티-프렐류드 1' 수록곡 '세렝게티처럼' '찰나'도 작사했다. 앞선 두 싱글이 이번 조용필의 EP에도 실렸으니 이번 음반에 실린 네 곡 모두 김 작사가가 지은 셈이다.
"우린 이렇게 함께 있지 / 미랜 끝없이 펼쳐 있어, 포 유(for you) / 더 필링 오브 유(The feeling of you) / 어둠 이겨낸 새벽으로 / 비를 밀어낸 하늘 위로, 포 유(for you) / 도 필링 오브 유(The feeling of you)'로 '마무리되는 '필링 오브 유'는 뭉근한 희망가다.
"지금, 우리 / 서로 다른 길을 걷는 우린 / 저마다의 시간들 / 멀리 있는 어딘가를 향해 / 다른 누구보다 너를 믿고 / 다시 이 세상을 움직여 / 마치 처음 시작 한 것처럼 / 너의 발걸음을 가볍게"라고 얘기하는 '라'도 서로의 길을 응원하면서도 연대하는 법을 노래한다.
이 두 곡의 태도가 인상적인 건 교훈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도 교조적이거나 가르치려는 어조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건 거목임에도 겸손한 조용필의 태도와 김 작사가의 신중한 작법이 맞물린 결과다.
특히 사람과 사람 간의 거대한 우주를 새로 만드는 순간을 노래한 '찰나', 무한의 기회가 펼쳐진 세상을 거침없이 살아가는 이들을 향한 응원의 메시지 '세렝게티처럼'과 함께 하나의 세계관을 형성한다. 그건 사람 그리고 서로에 대한 응원의 소중함을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게 아닌, 함께 만들어갈 수 있다는 연대의 장이다.
뛰어난 노랫말은 은유의 문으로 들어가 현실의 문으로 나오는데, 다양한 사유를 기교로 자랑하지 않고 담백하게 뽑아내는 게 김 작사가의 감각이다. 그건 더 깊은 경지로 들어가게 되면 오히려 궁극의 미니멀한 문으로 나올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는 조용필의 세계관과 접점을 이룬다.
이렇게 여전히 청신한 노래의 언어를 아우르고 구사하는 조용필의 모습은 추수 감독이 연출한 '필링 오브 유' 뮤직비디오에도 잘 녹아 있다.
통통 튀는 원색적인 색감이 돋보이는 애니메이션이다. 조용필의 대표곡 '킬리만자로의 표범'과 '못찾겠다 꾀꼬리'에 영향을 받아 한국 전통 민화 '작호도'에 나오는 호랑이와 까치의 디자인을 활용했다. 조용필의 시그니처인 기타·안경 등 그와 비슷한 생김새의 아바타 캐릭터도 등장한다. 뮤직비디오는 이렇게 세 캐릭터가 함께 여행하는 과정을 그린다.
추수 감독은 음원 플랫폼 멜론에 공개된 '필링 오브 유' 코멘터리 영상에서 조용필의 아바타에 대해 "굉장히 오랜 시간 활동한 사진들을 보면서 시대에 구애 받지 않은 모습을 캐릭터로 만들었다"면서 "주로 색 있는 안경을 쓰시고 기타를 자유자재로 연주하시는 모습이 섹시하기 때문에 그 모습을 담아내기 위해 디자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뮤직비디오 속 또 다른 두 메인 캐릭터에 대해서는 "까치는 한국에서 좋은 소식을 가져오는 상징이 있고 호랑이는 산신령"이라면서 "둘이 함께 하면 안 좋은 기운을 밀어낸다는 민화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조용필 선생님의 히트곡인 '킬리만자로의 표범'과 '못찾겠다 꾀꼬리'에서 굉장히 재밌는 연결성을 만들어 민화로 디자인하 것"이라고 부연했다.
뮤직비디오 속 숨겨진 디테일로는 까치가 혼자 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음에도 호랑이 머리 위에서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있다. 힘겨운 여정을 함께 하고 있다는 걸 녹여내고자 했다고 추수 감독은 전했다. 아울러 앞에서 언급한 '대교약졸'은 직선적인 서양 사상과 다른 동양의 순회사상이기도 하다며 뮤직비디오 배경을 동양의 산수화 느낌인 무릉도원으로 표현한 이유라고 전했다.
MZ세대에서 인기가 많은 추수 감독에게도 이번 조용필과 작업은 새로웠다. "노래가 너무 좋아 스스로도 음악과 동화됐다. 독일에서 음악을 하는 다른 친구들과 함께 들었는데 나이대와 어떤 종류의 음악을 하는 가수인지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신선하고 좋다는 얘기가 많이 나왔다. 저 역시 그 도전 정신과 승부사적인 기질에 반했다"는 것이다. "자신이 가진 강점에 안주하지 않고 새롭고 어려운 일에 도전하는 아티스트적인 태도에 존경을 표한다. 이번 작업은 개인적인 삶에도 힘과 용기를 줬다"고 전했다.
조용필의 젊은 도전 정신은 오프라인에서도 느낄 수 있다. 오는 5월13일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과 같은 달 27일 대구 스타디움 주경기장에서 여는 '2023 조용필&위대한 탄생'에서 이번 신곡을 공개한다. EP 피지컬 음반은 공연 시작일부터 전국 온·오프라인 음반 매장과 콘서트 현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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