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슬림화·전기차 부피 줄일 수 있었던 이유 알고보니

백유진 2023. 4. 30.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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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따라잡기]
초슬림·고화질 TV 가능케 한 자성부품 '넥슬림'의 비결
/그래픽=비즈워치

지난 24일 LG이노텍으로부터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어요. 미국 최고 권위의 발명상인 '에디슨 어워즈'에서 동상을 수상했습니다. 

에디슨 어워즈는 발명가 에디슨의 혁신가 정신을 기리기 위해 열리는 시상식입니다.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서는 국내 기업에는 좋은 레퍼런스가 된다고 해요. 미국 전역 각 산업 분야의 경영진·학자로 구성된 3000명의 심사위원이 약 7개월에 걸쳐 엄격한 심사를 진행, 매년 16개 분야에서 각각 금·은·동 수상작을 선정해요.

올해 LG이노텍은 초박형 자성부품인 '넥슬림'을 출품해 상용 기술 분야에서 동상을 수상했어요. 어떤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제품이기에 발명상을 받을 수 있었을까요.

자성소재 '페라이트'란

자성부품은 자동차, 전자기기, 가전제품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는데요.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전력 변환 장치에서 전력 손실을 최소화해 에너지 변환 효율을 높여주는 역할을 해요. 전압을 바꾸거나 전류 파동으로 발생하는 불필요한 신호를 제거하는 데 쓰이기도 한다네요.

이러한 자성부품의 주소재는 자성소재예요. 자기, 즉 자석과 같은 성질을 지닌 물체가 쇠붙이 등을 끌어당기는 성질을 가진 소재죠. 자성소재는 연자성 소재와 경자성 소재로 나뉘는데요. 연자성은 자기장이 발생할 때만 자성을 가졌다가, 자기장이 사라지면 소실돼요. 이에 비해 경자성은 자성을 가지면 사라지지 않아요. 

각 소재의 특성을 반영해 연자성은 교류 전자파에 의한 에너지 손실을 최소로 할 필요가 있을 때 사용하는데요. 이런 저손실 소재를 활용해 부품설계를 최적화하면 제품의 소형화와 함께 에너지 효율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당연히 기기의 수명도 늘어나고요.

연자성 소재 중에서도 '페라이트'는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자성이 우수해 여러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소재예요. 페라이트는 녹슨 철가루, 즉 산화된 철 성분으로 만드는데요. 녹슨 철가루는 부도체, 즉 전기가 통하지 않는 성질을 띠고 있어요. 열이나 전기를 잘 전달하지 않는 거죠.

LG이노텍의 넥슬림의 비결도 이 페라이트라고 하는데요. LG이노텍은 페라이트 자성소재(X-2)를 독자적으로 개발해 넥슬림에 적용했어요. 일반 자성소재 대비 에너지 손실은 최대 40% 줄이고, 파워 밀도는 3배 높아진 것이 특징이죠.

LG이노텍 고효율 자성소재 페라이트 X-2./사진=LG이노텍 제공

에디슨 발명상 수상 비결

LG이노텍이 지난 2020년 넥슬림을 처음 상용화하면서, TV 시장에는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났어요. 전체 두께가 15~19.9mm에 불과한 초슬림 TV 개발이 가능해진 것인데요. 

2018년부터 고화질·초슬림 TV가 시장에서 인기를 끌 것으로 예측되면서, TV 제조 업체들은 제품 디자인 설계에 난항을 겪었어요. 소비자들이 원하는 수준의 대화면·고화질 TV 사양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자성부품을 기존 대비 3배 이상 늘려야 했기 때문이죠. 기술적으로 고화질의 화면을 크게 만들면서 TV 두께를 줄이는 것은 불가능했어요. 기존 자성부품은 TV 전체 두께의 절반을 차지했거든요.

LG이노텍은 이런 업계 트렌드를 반영해 발 빠르게 초박형 자성부품 개발에 돌입, 꾸준히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어요. 2020년 처음 공개한 넥슬림의 두께는 9.9mm였는데요. 작년에는 두께를 7mm까지 슬림화했다고 해요. 그 덕분에 TV용 파워모듈 두께를 7.2~9.9mm 수준으로 얇게 만들 수 있게 됐죠.

/사진=LG이노텍 뉴스룸

나아가 LG이노텍은 넥슬림 개발과정에서 확보한 자성부품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지난해 3세대 페라이트 자성소재(X-3) 개발에도 성공했어요. 넥슬림에 적용됐던 X-2보다도 에너지 손실을 최대 30% 더 줄일 수 있다고 해요.

특히 페라이트는 차량용 DC-DC 컨버터, 차량용 배터리 충전기 등에 주로 사용되는데요. X-3를 사용하면 타사 소재에 비해 차량 부품의 크기를 최대 30% 줄일 수 있어요. 전력밀도를 31% 높인 덕분인데요. 전력밀도는 지정된 공간에서 처리할 수 있는 전력을 측정한 수치를 말해요. X-3가 전기차에 적용될 경우 차량부품 소형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랍니다.

[테크따라잡기]는 한 주간 산업계 뉴스 속에 숨어 있는 기술을 쉽게 풀어드리는 비즈워치 산업부의 주말 뉴스 코너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기술, 빠르게 잡아 드리겠습니다. [편집자]

백유진 (by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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