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진 허용두고 전세계도 갈렸다… 플랫폼 vs 의료계 피터지는 이유

박미주 기자, 최태범 기자 2023. 4. 30.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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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비대면 진료, 다시 시계 제로②

[편집자주] 코로나19 대유행 3년, 한시적 허용으로 숨통이 트인 듯 했던 비대면 진료의 시계가 다시 흐려진다. 국회에서의 법제화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한 가운데 법제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당정이 합의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조차 아직 구체적 안이 마련되지 않았다. 비대면 진료의 핵심 이해관계자인 의료계와 플랫폼 업계 등의 시각차 때문이다. 지난 3년, 이미 전 국민의 30%가 비대면 진료의 편리함을 맛봤고 일찌감치 비대면 진료를 법제화한 주요국들과의 비대면 진료 기술 격차가 갈수록 벌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기서 다시 멈출수는 없다.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충돌 지점들을 살펴보고 균형잡힌 법제화 방향을 모색해본다.

비대면 진료의 제도화 과정에서 초진 허용 여부를 두고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의료계는 재진까지만 비대면 진료를 허용해야 한다고 보는 반면 플랫폼업계는 초진까지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료 안전성'과 '의료 접근성'이 충돌하며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위한 관련 법안은 국회 문턱도 넘지 못하고 있다.

30일 국회에 따르면 최근 열린 보건복지위 법안소위에 비대면 진료를 초진부터 허용하는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안과 재진부터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 4건(강병원·최혜영·이종성·신현영 의원안)이 상정됐지만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복지위 여당 간사인 강기윤 의원은 "여러 우려가 있는 만큼 급하게 진행할 필요는 없다"며 "충분히 내용이 정리된 이후에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초·재진 허용 여부까지 쟁점이 확대되며 법안 논의가 중단된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한시적으로 초진까지 비대면 진료가 허용된 뒤 생태계 핵심으로 떠오른 플랫폼 업계는 앞으로도 초진까지 비대면 진료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내 2000여개 스타트업 단체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산하 원격의료산업협의회(원산협)는 "비대면 진료 이용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초진 환자의 비율은 플랫폼 신규 가입자의 첫 진료 기준 99%로 집계된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국 가운데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고, 미국·일본·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캐나다 등 주요 7개국(G7) 중 이탈리아를 제외한 6개국이 초진을 허용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청·장년층은 경제활동이 활발하고 지역 간 이동이 잦으며 육아 등으로 내원이 곤란한 경우가 다수고, 환자가 30일 이내에 갔던 병원 중 △동일 질병 △동일 병원 △동일 의사로 선택권을 제한하면 사실상 비대면 진료 이용이 불가하다"고 지적했다.

비대면 진료 이용의 초진 비율이 18.5%라는 보건복지부의 통계에 대해는 "초진·재진별, 연령별, 질환별 누적 이용 건수를 단순 집계한 결과로 다각적인 분석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재진 환자 중심 비대면 진료 제도의 근거로 활용하기도 불충분하다"고 봤다. 또 "재진 제한 시 사실상 병원이 환자를 선택하는 과거로 회귀한다"며 "의료 소비자는 본인이 필요할 때 원하는 병원에서 최상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선택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산협은 지난 21일 10만명이 참여한 '비대면 진료 지키기 대국민 서명운동' 결과를 대통령실에 전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의료계 반발이 거세다.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등 보건의약 5개 단체는 원산협의 비대면 진료 초진 허용 요구에 공동성명서를 내고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보건의약 5단체는 "국민이 안전하게 효과적인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것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면서 "비대면 진료가 전통적인 대면 진료와 비교해 동등한 수준의 효과와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고, 비대면 초진은 국민이 안전하게 진료를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반박했다.

또 "비대면 진료를 사업 모델로 하는 업체가 난립하며 심한 경쟁 속에서 부적절한 의료 광고들이 난무하고 부적절한 의약품의 처방과 배송의 문제들이 드러났다"면서 "(플랫폼 업계가) 비대면 초진이라는 부적절한 방향성을 가지고 수익을 창출하려 하는 잘못된 판단과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플랫폼업계가 주요 7개국 대부분이 비대면 초진을 허용한다고 주장한데 대해서도 일부 국가만 허용하고 있다고 맞섰다. 보건의약 5개 단체는 "우리나라와 같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한시적으로 초진을 허용하기도 했으나 이후 초진 불가방침을 적용하고 있다"며 "일부 장애인과 노인을 위한 미국의 메디케이드 외에는 초진의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국가는 의료접근성이 매우 나쁜 영국과 캐나다를 제외하고는 없다"고 했다.

일각에선 예외적 초진 허용부터 추진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을 내놓기도 하지만 논의 과정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미주 기자 beyond@mt.co.kr, 최태범 기자 bum_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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