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 백과사전] 첫 국산 라디오 '금성사 A-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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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우리 기술로 만든 국산 라디오 1호는 금성사(현재의 LG전자)가 지난 1959년 세상에 내놓은 '금성 라디오 A-501'이다.
국가등록문화재 제559-2호로 지정된 이 라디오는 당시 서른 일곱 살의 젊은 엔지니어 김해수(1923~2005년)가 설계하고 만들었다.
금성 라디오 A-501은 '노동의 새벽'을 발표한 '얼굴없는 노동자 시인' 박노해와도 연관이 있다.
아니, 더 정확하게는 A-501을 만든 '전자산업의 역군' 김해수와 관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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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우리 기술로 만든 국산 라디오 1호는 금성사(현재의 LG전자)가 지난 1959년 세상에 내놓은 '금성 라디오 A-501'이다. 국가등록문화재 제559-2호로 지정된 이 라디오는 당시 서른 일곱 살의 젊은 엔지니어 김해수(1923~2005년)가 설계하고 만들었다. 외제 밀수 라디오에 밀려 생산 초기엔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이 라디오에는 몇 가지 에피소드가 있다. 하나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얽힌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얼굴 없는 노동자 시인' 박노해와의 인연이다.
엔지니어 김해수와 그의 딸 김진주가 지난 2007년 내놓은 '아버지의 라듸오'(느린걸음 펴냄)라는 책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1961년 5·16군사혁명이 일어난 그해 초가을 무렵)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부산 연지동 금성사 라디오 공장) 마당으로 미끄러져 들어오더니, 그 차에서 세 사람의 군인이 먼저 내리고 곧 이어서 군복 차림에 선글라스를 낀 키 작은 장교가 한 사람 내렸다."(160쪽)
책에 등장하는 '뜻밖의 손님'이 바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었던 그가 금성 라디오 공장을 다녀간 뒤 '밀수품 근절에 관한 최고회의 포고령'이 발표됐고, 곧이어 공보부 주관으로 '전국 농어촌에 라디오 보내기 운동'이 전개됐다. 그때부터 잠자고 있던 국산 라디오가 날개 돋친듯 팔리기 시작했고, 그해 연말 금성 라디오 A-501의 판매고는 100만대를 훌쩍 넘어섰다. 한국 전자산업 진흥이라는 대의명분과 함께 군사혁명의 정당성을 널리 홍보하기 위한 국가재건최고회의의 요구가 맞아 떨어졌던 셈이다.
금성 라디오 A-501은 '노동의 새벽'을 발표한 '얼굴없는 노동자 시인' 박노해와도 연관이 있다. 아니, 더 정확하게는 A-501을 만든 '전자산업의 역군' 김해수와 관련이 있다. 엔지니어 김해수가 쓰고 그의 외동딸이자 박노해의 아내인 김진주가 엮은 '아버지의 라듸오'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내 딸과 사위가 감옥에 있는 동안 나는 거실 한가운데 영광스럽게 걸어두었던 박정희 대통령의 '산업포장'을 거두어 서랍 속에 고이 모셔두기로 했다. 모든 것이 변화하는 20세기 말에는 그 상장의 의미도 빛이 바래고 말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234쪽)
한국 전자산업의 맨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금성 라디오 A-501은 지난 2013년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이 라디오는 전국을 통틀어 대여섯대 정도가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중 2대가 문화재 반열에 오른 것이다. 하나는 경기도 이천 LG인화원에 있고, 다른 하나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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