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투자하고 더 채용한다'…세계 車업계 'SDV 전환' 각축전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올 상반기 국내 출시 예정인 기아의 두 번째 전용 전기차 EV9은 차량 구매 이후에도 정비소 등을 찾아 차를 뜯어고치는 일 없이 차량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
EV9 전용 '기아 커넥트 스토어' 서비스를 이용하면 차량 밖에서 원격으로 주차·출차하는 기능을 추가하거나 차량 전면부 그릴에 표출되는 디지털 패턴을 취향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런 기능은 스마트폰에서 애플리케이션(앱)을 새로 내려받아 설치하듯 소프트웨어(SW)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커넥트 스토어에는 새로운 기능이 계속 추가될 예정이며, 차량 소유자가 기간을 정해 두고 필요한 기능을 원하는 기간만큼만 '구독형'으로 쓸 수도 있다.
'미래 모빌리티 시장 선점'…글로벌 업체들 앞다퉈 'SDV 투자'
30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자동차업계가 전기차를 중심으로 한 미래 모빌리티 시장 선점을 놓고 각축전을 벌이는 가운데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미래차의 핵심 개념인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로 전환에 한발이라도 앞서고자 투자와 연구·개발을 아끼지 않고 있다.
자동차에 대한 종전 개념은 차체, 엔진 등 하드웨어를 중심으로 두고 그 위에 소프트웨어를 '얹는' 수준이었다.
반면 테슬라가 문을 연 SDV는 소프트웨어를 수시로 업데이트해 성능을 개선하고 결함을 바로잡으며, 앱을 설치하듯 새로운 기능도 추가하는 스마트폰과 같은 모습으로 진화한다.
SDV 전환을 위해서는 무선 업데이트(OTA)를 통해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통합제어 플랫폼과 소프트웨어, 각종 차량 서비스 제공을 위한 생태계 구축, 수많은 커넥티드카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규 서비스 개발, 자율주행 기술 개발 등이 필수여서 주요 완성차업체들이 앞다퉈 투자를 늘리는 추세다.
GM '레벨5 자율주행', 폭스바겐 '40조원 투자', 벤츠 'SW 개발 승부수'
업계에 따르면 제너럴모터스(GM)는 2016년 자율주행 스타트업 크루즈를 인수하며 자율주행 기술 상용화에 빠르게 접근하고 있다. 크루즈는 2020년 목적지 도착과 주차까지 운전자가 필요 없는 자율주행 '레벨5' 수준의 로보택시 '오리진'을 선보였다.
GM은 지난해 차량 데이터 관련 스타트업인 영국 위조에 투자했다. 위조는 커넥티드카 데이터를 수집해 자체 클라우드 플랫폼에서 분석한 뒤 완성차 제조사와 고객에게 정보를 제공한다.
폭스바겐은 2020년 소프트웨어 자회사 카리아드를 설립해 2026년까지 직원을 1만명 충원하고 300억유로(약 40조원)를 투자한다. 카리아드는 차량 운영체제(OS) 'VW.OS'를 개발해 폭스바겐의 모든 차량을 동일한 소프트웨어와 클라우드로 연결하고 데이터를 축적해 운전자에게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메르세데스-벤츠도 소프트웨어 개발에 승부를 건 업체 중 하나다.
'시간이 흐를수록 와인 맛이 좋아지듯 차량도 구매 이후 시간이 지나면 향상된다'는 비유를 제시한 벤츠는 SDV 경쟁력 확보의 핵심 중 하나인 차량 소프트웨어 전용 운영체제 'MB.OS'를 개발해 2025년께부터 신차에 탑재할 예정이다. 아울러 2025년까지 연구·개발 예산의 25%를 소프트웨어 분야에 투입한다.
'뒤질새라'…BMW·도요타·볼보 등도 'SW 역량' 확보
전동화 시대에 다소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는 도요타도 글로벌 업계의 SDV 전환 흐름에 뒤처지지 않고자 소프트웨어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도요타는 2018년 소프트웨어 부문 자회사 우븐플래닛홀딩스를 설립해 2025년 실제 활용을 목표로 차량용 소프트웨어 '아린'을 독자 개발하고 있다. 과거 차량 부품의 '범용성'으로 유명했던 도요타는 차량 제작사나 차종과 무관하게 아린을 탑재한 차량이라면 같은 기능을 구현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노이에 클라세'(Neue Klasse·뉴 클래스)라는 이름으로 차세대 전동화·디지털화 차량을 개발하는 BMW그룹도 지난해 도요타와 함께 자율주행 상용차 서비스 업체 메이 모빌리티에 투자했고, 올해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사 오토브레인에도 투자하며 소프트웨어 역량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볼보는 폴란드에 소프트웨어 개발센터를 세울 예정이며, 포드는 자율주행 전문 자회사 라티튜드 AI를 설립했다. 스텔란티스는 자율주행 스타트업 AI모티브를 인수해 자율주행 통합 소프트웨어를 공급받을 예정이며, 재규어랜드로버는 5년간 150억파운드(약 25조원)를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전동화 전환에 투입한다.
현대차그룹 "완벽한 SDV 제작 역량으로 글로벌 경쟁"
현대차그룹도 2025년까지 모든 차량을 무선으로 기능이 업데이트되는 SDV로 바꾼다는 목표를 세우고 투자와 기술인력 확보에 전사적 역량을 동원하고 있다.
앞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1월 신년사에서 "연구개발을 비롯한 회사 전반 시스템을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완벽한 SDV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해 글로벌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있다"며 SDV 전환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자율주행 스타트업 포티투닷(42dot)을 인수해 SDV 전환을 선도할 글로벌 소프트웨어센터의 구심점 역할을 맡겼다.
올해는 ICT본부 전 부문에서 세자릿수 규모로 소프트웨어 개발자 등 IT 분야 경력직 상시 채용을 시작했고, 그와 별도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자율주행 등 분야의 소프트웨어 개발 경력자도 연중 수시로 채용하는 등 인력 확보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운전자의 체감 가치가 엔진 성능, 인테리어 등 차량 하드웨어 스펙에 따라 결정됐다면 이제는 소프트웨어가 자동차 성능은 물론 감성, 브랜드 정체성까지 규정하는 시대"라며 "SDV 경쟁에서 뒤처지면 이를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 등 경쟁에서도 밀린다"고 말했다.
pul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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