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허락없이 내 사진을 SNS에...'잊힐 권리'가 불러온 논쟁
정부가 만 24세 이하 아동·청소년이 만 18세 미만일 때 인터넷에 올린 게시물 중 스스로 지울 수 없는 게시물을 대신 지워주는 '잊힐 권리'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이와 관련, 정부가 부모를 포함한 제 3자 게시물까지 잊힐 권리를 확대한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셰어런팅(Sharenting)' 이슈가 재점화하고 있다. 부모의 자녀사진 공유를 어디까지 허용해야하느냐는 것이 논점이다. 프랑스 등 일부 국가에서는 자녀가 동의하지 않는 사진게재시 벌금 등 처분을 내리고 있는데 국내에서도 관련 논의가 본격화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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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어런팅이란 공유(Share)와 육아(Parenting)의 합성어로 특히 자녀의 사진을 무분별하게 SNS에 공유하는 행위가 핵심이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사진 기반 소셜미디어의 발달과 함께 빠르게 확산됐다. 지난 2021년 세이브더칠드런이 0~11세 자녀를 둔 부모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84%가 자녀의 사진이나 영상을 주기적으로 소셜미디어에 올린다고 답했다.
셰어린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이들은 아이의 인권과 사생활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반적인 사진이라면 그나마 괜찮지만 우스꽝스러운 모습이나 용변보는 모습, 발가벗은 모습 등 향후 아이가 성인이 됐을 때 모욕감이나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사진까지 귀엽다고 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취지다. 지난해 5월 배우 이시영 씨는 아들의 알몸 사진을 그대로 소셜미디어에 올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해외에서는 이런 사진들이 범죄의 타깃이 될수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현행법 상 제3자가 인터넷에 올린 게시물로 피해를 입은 경우 형법상 명예훼손죄를 적용해 구제한다. 하지만 셰어런팅처럼 부모가 올린 게시물로 입은 피해를 명예훼손으로 구제받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명예훼손죄의 성립 요건 중 명예를 훼손할 악의가 부모에게 있다고 입증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아동·청소년 개인정보보호법(가칭) 제정에 나섰다. 개인정보위는 이 법에서 부모를 제3자 중 '양육자' 항목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부모가 올린 게시물로 피해를 입고 있지만 부모가 사망했거나 연락이 끊기는 등 삭제 요청이 불가능한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서다.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부모도 이론상 제3자에 해당되기 때문에 삭제 요청 대상에 포함된다"며 "현재 삭제 요청 대상 범위에 대한 논의는 거의 진행이 됐고 초상권이나 표현의 자유 등 타법에서 보호하고 있는 권리와 어느 정도 수준으로 맞출 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같은 조치가 과도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보주체의 관점에서 부모를 제3자로 보는 것이나 국민 정서 상 자식을 직접 낳고 기르는 입장에서 남이라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표현의 자유 이슈를 거론하며 부모가 올린 자식 사진까지 국가가 관여하긴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한 변호사는 "제3자가 인터넷에 올린 게시물에 대해 삭제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 등 헌법상 일반 권리를 얼마나 제한할 지와도 연관이 있어 세심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며 "되도록이면 법을 만들어 규제한다기 보다는 셰어런팅 문제에 대한 국민의 인식 제고를 통해 의도치 않은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막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했다.
개인정보위 측은 "피해를 구제받을 권리를 법적으로 명시하는데 초점을 맞춘 것이지 국가가 뭐든지 삭제해 준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개인정보위는 향후 국민 인식 개선을 위해 무분별한 셰어런팅 방지 캠페인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간담회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이와관련, 세이브더칠드런은 소셜미디어에 자녀 사진을 올릴 때 △아이의 미래에 대해 한 번 더 신중하게 생각하기 △아이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싫다'고 말할 기회 주기 △소셜미디어 기업이 개인정보를 어떻게 이용하는지 확인하기 △아이의 개인정보가 새고 있지 않은지 주기적으로 검색하기 △올린 게시물은 주기적으로 삭제하기 △아이가 자주 가는 곳이 드러나지 않도록 조심하기 등을 권했다.
이정현 기자 goroni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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