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별로 안 빠진 것 같은데요…” 푸이그는 예고편, 외인타자 잔혹사가 뭐예요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살 별로 안 빠진 것 같은데요.”
키움 고형욱 단장이 최근 전화통화서 슬며시 웃었다. 외국인타자 에디슨 러셀(29)이 다이어트를 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정작 살이 빠진 것 같지 않다는 팩폭(?)이었다. 러셀의 몸무게는 본인만 알 것이다. 기자가 봐도 미국 애리조나 스코츠데일 스프링캠프 취재 당시의 모습과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다.
몸무게가 뭐가 중요한가. 야구를 잘 하는 게 중요하다. 시즌 초반 러셀의 생산력은 마치 2022시즌의 이정후를 보는 듯하다. 20경기서 75타수 26안타 타율 0.347 2홈런 23타점 9득점 OPS 0.895 득점권타율은 무려 0.640.
타점 1위, 득점권타율 1위, 타율 7위, 장타율 8위(0.493), OPS 8위다. 찬스에서 엄청난 생산력을 보여주면서, 시즌 초반 이정후의 부진을 완벽하게 메운다. 이정후도 최근 5경기 연속안타로 점점 힘을 내고 있다. 여기에 이형종과 이원석까지 힘을 내면 키움도 중심타선의 힘은 그렇게 처지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선수에 대한 직관력이 남다른 고형욱 단장의 선택이 또 한번 통할 조짐이다. 물론 스카우트 팀이 따로 있지만, 외국인선수 선발의 최종 결단은 고형욱 단장이 내린다. 실제 러셀 재영입 당시 멕시코리그에서 분명히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며, 이번엔 3년 전과 다를 것이라고 확신했다.
타구의 질도 좋아졌고, 벌크업에 성공하면서 힘도 좋아졌다. 다이어트라는 말이 나왔지만, 사실 살을 뺀다는 개념보다 최적의 몸 상태를 유지한다는 의미가 강하다. 홍원기 감독도 러셀의 자기관리에 대해선 전혀 터치하지 않는다.
고형욱 단장은 “결국 선수가 자신의 몸을 이길 수 있는 게 중요하다. 너무 체중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부상만 조심하면 된다. 이젠 멘탈이 바뀌었다 보니, 괜찮을 것이다”라고 했다. 결국 변화의 완성은 멘탈이라는 얘기다.
러셀이 2020시즌에 처절하게 실패했던 건, 시즌 도중 대체 외국인선수로 갑자기 입단하면서 심적 부담이 의외로 컸다는 게 키움의 내부적인 분석이다. 2주 자가격리로 컨디션을 올리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스코츠데일에서 키움 선수들과 함께 몸을 만들었다.
고 단장은 “예전에는 많이 쫓겼잖아요. 영입하면서 스프링캠프부터 참가하면, 심적으로 안정될 것이라고 봤다. 이 정도로 해주는 건 충분히 예상한 부분”이라고 했다. 익숙한 루틴을 통해 밀도 높게 시즌을 준비하면서, 자연스럽게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러셀은 올 시즌 4월에 가장 뜨거운 타자 중 한 명이다. 실책도 1개에 불과하다. 물론 지금의 좋은 흐름이 장기레이스에서 계속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몸도 기술도 마음도 바뀐 게 확실하니, 3년 전처럼 ‘폭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게 고형욱 단장의 확신이다. 키움의 외국인타자 잔혹사는, 올해 정말 끝날 가능성이 보인다. 2022년 야시엘 푸이그의 후반기 대활약은 예고편이었다. 키움은 러셀이 1년 내내 KBO리그를 폭격하길 바란다.
[러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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