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이 판친다]'수십억' CFD 반대매매 청구서, 어떻게 '깡통계좌' 되나

최대 2.5배 레버리지 CFD, 4억원 투자해서 7억4000만원 마이너스 될 수도
개인투자자 '파산'할 경우 손실은 증권사가 떠안아…"잔여 주식 매도에 주력"

(키움증권 홈페이지)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차액결제거래(CFD)의 핵심은 '플러스·마이너스'만 신경쓰면 된다는 것이다. 거래는 증권사가 하고, 고객은 이익이 나면 돈을 가지고, 손실이 나면 돈을 내면 된다. 증권사가 굳이 위험한 거래를 도와주는 것은 '수수료' 때문이다. 그리고 전문투자자를 유치해 더 많은 상품으로 유도할 수도 있다.

예를들어 CFD를 이용하면 1000만원짜리 주식을 400만원의 보증금만 내고 살 수 있다. 만약 주가가 30% 올라 1300만원이 되면 투자자는 300만원을 번다. 400만원으로 300만원을 벌었으니 꽤 성공적인 투자다.

문제는 마이너스로 떨어졌을 때다. 주가가 30% 하락해 700만원이 되면 보증금 400만원 중 100만원만 남는다. 다시 보증금을 채워넣지 않으면 모든 주식은 실시간으로 반대매매가 된다. 주가가 절반(500만원)으로 떨어지면 투자자에게 "740만원을 입금하세요"라는 연락이 간다. 투자금이 4억원이었다면 7억4000만원을 마련해야 하는 셈이다.

3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CFD가 촉발시킨 무더기 하한가 사태로 투자자들이 수십억원에 달하는 청구서를 받아들고 있다. 고객이 차액 정산을 감당하지 못하면 결국 증권사가 손해를 떠안게 된다.

지난 24일부터 시작된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의 대량 매물로 8개(대성홀딩스(016710), 선광(003100), 삼천리(004690), 서울도시가스(017390), 세방(004360), 다우데이타(032190), 하림지주(003380), 다올투자증권(030210)) 종목이 일제히 하한가를 기록한 가운데 CFD 계좌로 투자한 고객들의 손실은 감당할 수 없이 불어나고 있다.

CFD는 투자자가 기초자산의 직접 보유 없이 진입 시점과 청산 시점의 차액을 결제하는 장외파생계약의 일종이다. 투자자는 증거금을 납부하고 손익만 정산하기 때문에 최대 2.5배 레버리지 투자가 가능하다.

증권사마다 다르지만, 유지증거금은 통상 60% 정도다. 증거금으로 400만원을 냈다면, 유지증거금은 240만원이다. 유지증거금(240만원) 아래로 떨어지면 추가증거금을 내거나 그러지 못하면 시장가에 청산당하는 식이다.

연이은 하한가로 시장가에 제대로 청산하지 못했을 때는 순식간에 마이너스 계좌가 된다. 한 번의 하한가로도 CFD 계좌는 깡통이 될 수 있다.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한 온라인커뮤니티에 공개된 게시글에 따르면 DB금융투자는 고객에게 "CFD 증거금 비율이 마이너스 927.4%로 입금해야 하는 금액은 43억원"이라고 공지했고, 키움증권(039490) 역시 고객에게 "12억원의 추가증거금이 발생했다"고 문자를 보냈다. 증거금을 발생하지 않을 땐 실시간으로 반대매매를 진행할 수 있다고 알렸다.

이번 무더기 하한가 사태의 주범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라덕연 대표 역시 주식 계좌에 마이너스 45억원이 찍혔다. 임창정씨 역시 손실이 60억원에 달한다고 알려진다.

증권업계에서 우려하는 건 CFD 투자자가 손실 정산을 못하고 개인 파산 절차를 밟는 상황이다. 결국 최종 손실은 증권사가 떠안게 되는 것이다.

증권사들은 일단 잔여 주식을 매도하는 데 주력하면서 위험한 CFD 잔량을 분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가 추심할 수 있는 수준은 한계가 있어 모든 돈을 돌려받긴 힘들 것"이라면서 "이번 CFD 손실은 미수채권으로 쌓아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