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정치 보복 그만"···'동성애 갈등' 끝에 美 대선주자에 소송 제기 [Weekly 월드]
1년 전 ‘성 정체성 교육 금지법’을 둘러싸고 불붙은 디즈니와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의 갈등이 법정 다툼에 이르렀다. 플로리다주가 디즈니의 법안 반대 행보를 비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주에 위치한 ‘월트 디즈니 월드’ 부지 관리 권한을 박탈하자 디즈니가 ‘정치 보복’이라며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디샌티스 주지사가 지지층 결집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디즈니 때리기’를 해온 만큼 그에게 불리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디즈니는 26일(현지시간) 디샌티스 주지사와 디즈니월드 특별행정지구 감독위원회 위원 5명, 주 정부 담당 관료들을 상대로 플로리다 북부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디샌티스 주지사가 디즈니를 상대로 정치 보복 성격의 불법 행위를 하고 있으니 이를 막아달라는 요구다.
디즈니는 73쪽 분량의 소장에서 “(디샌티스 주지사가) 정치적인 견해를 표명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주 정부의 권력을 무기화하려는 끈질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캠페인이 이제 디즈니의 사업 운영을 위협하고, 이 지역의 미래 경제를 위태롭게 하며, 헌법상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디즈니가 플로리다주에 지난해 납부한 지방세는 11억 달러(약 1조 4700억 원)에 달하며 고용하고 있는 직원도 7만 5000명이나 된다.
양측 갈등의 시작은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플로리다주는 지난해 3월 공립학교에서 저학년 학생들에게 동성애와 같은 성 정체성에 대해 교육하는 것을 제안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른바 ‘돈 세이 게이(Don't say gay) 법’이다. 밥 체이펙 당시 디즈니 최고경영자(CEO)는 법안 논의 과정에서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다가 직원들이 항의하자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주정부에 대한 정치자금 기부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디즈니가 플로리다주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점을 이용해 압박에 나선 것이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지지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디즈니는 잘못된 싸움 상대를 골랐다”고 말했다. 이후 디즈니에 1967년 부여했던 디즈니월드 부지 개발·관리 권한 및 세금 혜택을 철폐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하지만 이 조치가 시민들의 증세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나오자, 부지 특별행정지구를 유지하는 대신 감독위원회 5명을 모두 주지사가 지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플로리다주는 1967년부터 디즈니월드를 특별행정지구로 지정하고 실질적인 개발·허가권을 디즈니에 줬는데 이 권한을 사실상 없앤 것이다.
디즈니도 물러서지 않았다. 디즈니는 주의회가 감독위원회 지명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기 직전인 올해 2월 초, 특별지구 일대의 통제권을 디즈니에 영구적으로 부여하는 내용의 협정을 기존 위원회와 체결했다. 이 협정에 따르면 특별지구 감독위원회는 디즈니의 승인 없이 디즈니의 사명과 캐릭터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이 사실이 지난달 말 뒤늦게 알려지자 디샌티스 주지사는 “일각에선 (디즈니 부지 근처에) 주립 교도소를 세우자고도 한다”며 위협했다. 나아가 26일 새 감독위원회가 해당 협정을 무효화하기에 이르자, 디즈니가 곧장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디즈니는 소장에서 “(우리가) 국가의 보복에 대항할 수 있는 자원을 갖고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중소기업과 개인이 (우리 같은) 입장을 취하기는 어렵다”며 “미국에서는 당신의 생각을 말했다는 이유로 정부가 당신을 처벌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플로리다주는 그동안 디즈니에 부여해온 특혜를 정상화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디샌티스 주지자실 부대변인 제레미 레드펀은 "우리는 특정 기업이 플로리다주 의 다른 사업체가 갖고 있지 않은 특권을 유지하도록 하는 어떤 법적 권리도 알지 못한다"며 "이 소송은 플로리다 유권자의 뜻을 훼손한 채 법의 테두리 밖에서 (기업을) 운영하려는 디즈니의 희망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디즈니를 겨냥한 디샌티스 주지사의 지난 1년간 언행이 표현의 자유 위반이라고 판단될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디즈니의 돈 세이 게이 법안 반대 표명 이후 디샌티스 주지사가 자신의 지지자들을 향해 여러 차례 '깨어 있는 디즈니'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디즈니를 비난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이 같은 발언과 특별행정지구 부지 관리 권한 박탈 사이의 연관성이 인정될 경우, 판결이 디즈니에 유리한 방향으로 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들테네시 주립대의 켄 폴슨 자유연설센터장은 로이터통신에 "그가 디즈니에게 손해배상을 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고, 레슬리 켄드릭 버지니아대 법학대학원 교수도 "(디즈니가 행사한) 표현의 자유 때문에 플로리다주가 여러 조치를 취한 것이라면 이는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수정헌법 1조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김태영 기자 youngkim@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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