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성공했구나” 이맛에 산다…그랜저·벤츠E, 중고차도 ‘넘사벽’ [세상만車]
‘성공’ 이미지, 중고차에도 영향
같은 값이면 그랜저·벤츠E 선택
후광·파노플리효과, 시너지창출
27일 국토교통부 통계를 사용하는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를 통해 지난해와 올해 1분기(1~3월) 신차 및 중고차 거래현황을 분석한 결과다.
올 1분기 판매대수는 2만9864대로 전년동기보다 130.4% 폭증했다. 지난해 그랜저에 일격은 가한 쏘렌토는 1만6246대로 6위에 그쳤다.
그랜저는 중고차 시장에서도 ‘넘사벽’(넘기 어려운 사차원의 벽) 존재감을 보여줬다.
지난해 중고차 거래대수는 그랜저(HG)가 7만1178대로 승용차 중 가장 많았다. 기아 모닝(TA)은 7만62대로 2위를 기록했다. 3위는 그랜저(IG)로 6만3937대 판매됐다.
지난해 실거래된 중고차를 차령별로 분류한 결과에서도 3년 미만 중고차 판매 1위는 더뉴 그랜저(IG)로 나왔다. 판매대수는 5911대다.
2위는 4142대 판매된 현대차 팰리세이드다. 3위는 현대차 아반떼로 3594대 팔렸다.
5년~7년 중고차 1위 자리도 그랜저(IG) 차지였다. 판매대수는 1만6812대다. 8805대 팔리면서 2위를 기록한 카니발(YP)보다 2배 가까이 많이 판매됐다. 3위는 아반떼로 8494대 팔렸다.
그랜저는 7년~10년 중고차, 10년~15년 중고차에서는 기아 모닝, 쉐보레 스파크 등 경차와 쏘나타에 밀려 톱5에 들지 못했다.
대신 15년 이상 중고차 1위 자리도 그랜저(TG) 몫이었다. 판매대수는 4954대다. 쏘나타(NF)는 6787대로 2위를 기록했다.
생애 첫차 구매자와 세컨드카 구매자가 많아진 올 1분기에는 모닝에 밀렸다.
다만 중고차 거래 톱10에 1개 차종만 포함된 모닝과 달리 2개 차종이 2~3위를 기록해 자존심을 지켰다. 모닝(TA)는 1만2463대, 그랜저(HG)는 1만1767대, 그랜저(IG)는 1만991대로 1~3위를 기록했다.
올들어서는 BMW 5시리즈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올 상반기 완전변경 11세대 모델 공개가 예정되면서 관망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진 상황에서 BMW의 거센 프로모션 공격에 타격을 입었다.
벤츠 E클래스는 올 1분기 4574대 팔리며 2위로 밀렸다. 전년동기보다 38.8% 감소했다. BMW 5시리즈는 전년동기보다 11.5% 늘어난 6054대 판매됐다.
3년 미만에서는 5세대 벤츠 E클래스가 1897대 판매되면서 1위에 올랐다. 2위는 1364대 팔린 7세대 BMW 5시리즈다.
3~5년에서도 역시 5세대 벤츠 E클래스가 1위 자리를 차지했다. 판매대수는 5098대다. 7세대 BMW 5시리즈는 4097대 팔렸다.
5~7년 1위 자리도 5세대 벤츠 E클래스 차지였다. 판매대수는 6238대다. 7세대 BMW 5시리즈는 4471대 팔렸다.
7~10년에서는 4세대 벤츠 E클래스가 6세대 BMW 5시리즈에 졌다. 판매대수는 각각 1856대와 1952대로 100여대 차이에 불과했다.
10~15년에서도 4세대 벤츠 E클래스가 6세대 BMW 5시리즈에 밀려났다. 판매대수는 1186대와 1816대다.
올 1분기에도 5세대 벤츠 E클래스는 1위 자리를 유지했다. 판매대수는 6232대다. 3555대로 2위를 기록한 7세대 BMW 5시리즈를 큰 차이로 제쳤다.
사장차로 출발한 그랜저는 제네시스 G80과 함께 임원차로 인기를 끌면서 ‘성공하면 타는 차’로 여겨졌다. 신차는 물론 중고차로도 그랜저를 선호하는 이유다.
성공 이미지는 그랜저가 세단을 대표하는 ‘아빠차’로 자리잡는 데도 한몫했다.
신차보다 가격부담이 적은 중고차 시장에서는 경쟁차종인 기아 K7이나 K8보다 그랜저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동생인 쏘나타와의 중고차 가격 차이도 적은 편이어서 ‘이왕이면 그랜저’를 구입하는 경향도 있다.
벤츠 E클래스는 경쟁이 가장 치열한 E세그먼트(Executive cars)에서 넘버1 자리를 차지했다. 이그제큐티브(Executive)는 경영진, 중역, 고급이라는 뜻이다.
E세그먼트는 성공한 직장인이 오너 드리븐카(차주가 직접 운전하는 차)로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마지노선처럼 여겨진다. ‘성공의 아이콘’이다.
벤츠코리아가 몇 년 전 다음소프트에 의뢰한 ‘벤츠 E클래스 소셜 빅데이터 분석 리포트’에서도 성취 연관 모델로 벤츠 E클래스가 가장 많이 언급됐다. 벤츠 E클래스는 국내에서 ‘성공을 상징하는 차’로 인식된다는 뜻이다.
6000만원이 넘는 신차 가격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도 중고차 시장으로 눈을 돌려 ‘이왕이면 벤츠 E클래스’를 선택한다.
신차 시장에서 잘 팔리는 이유는 차가 좋아서라고 판단, 중고차로 살 때도 선호하는 ‘후광효과’가 발생한다. 중고차로 잘 팔리면 중고차 시세가 좋게 형성돼 다시 신차 판매 증가에 기여한다.
신형 그랜저의 잦은 품질논란도 성공 이미지와 후광효과가 상쇄시켰다. “그래도 그랜저지”라고 판단하게 만들었다.
벤츠 E클래스 경우 성공 이미지와 시니지 효과를 창출하는 파노플리 효과 덕도 봤다. 파노플리는 특정 계층이 소비하는 상품을 구입해 해당 계층에 자신도 속한다고 여기는 현상을 뜻한다.
“너 돈 벌었구나” “성공했구나” 라는 이미지를 위해 무리해서라도 벤츠 E클래스를 구입한다. 신차 구입이 부담스럽다면 중고차로 눈을 돌린다.
업계 관계자는 “알뜰 소비자들이 찾는 경차는 예외이지만 대부분 신차 인기도는 중고차 판매와 직결된다”며 “그랜저와 벤츠 E클래스가 ‘성공하면 타는 차’라는 이미지까지 갖춘 것도 판매 1위 비결”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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