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집 거실서 '3대3 소개팅' 대박"…MZ세대 몰린다 [방준식의 N잡 시대]

방준식 2023. 4. 30. 07: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공간 공유 플랫폼 '남의집'에서
호스트로 활동중인 가영원석
신혼집서 시작한 3대3 책소개팅 인기
"6개월간 500명 소개…책방도 열었죠"
저는 남편을 '책 소개팅'에서 만났어요. 서로가 가져 온 책을 보고 커플을 고르는 방식이었죠. 결혼 후에 그때 그 미팅 장소가 생각나서 독립서점을 찾아갔더니 문을 닫았더군요. 아쉬운 마음이 컸었죠. 한편으로는 '이걸로 돈을 벌 수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처음에는 재미삼아 신혼집 거실에서 3대3 미팅을 열었어요. 과연 사람들이 찾아올까 걱정했었죠. 하지만 입소문을 타더니 소개팅을 하러 서울은 물론 수원 대전 대구 부산에서도 올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죠. 그렇게 6개월간 500명을 이어줬습니다. 평범한 직장인에서 이제는 작은 책방 주인까지 됐죠. 
책 소개팅을 하고 있는 모습.

책은 한 사람의 기록이다. 페이지를 한장한장 읽다보면 어느새 그 사람의 일부분을 들여다 보는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해준다. 책 소개팅을 통해 만난 부부는 어느날 생각했다. 자신들처럼 고리타분한 미팅이 아닌 색다른 만남을 원하는 이들이 많지 않을까? 그렇게 신혼집에서 작은 미팅을 열었더니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소개팅 어플보다 좀 더 진지한 만남을 원하는 이들이 몰려들었다. 코로나 기간동안 예전처럼 소개팅이나 모임이 쉽지 않아졌기 때문이다. 어느새 모임의 규모가 커지자 평일에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주말에는 작은 책방 사장님으로 변신한다. 공간 공유 플랫폼 '남의집'에서 활동 중인 부부 호스트(가영·28, 원석·32)의 이야기다. 
부부 호스트 (가영·28, 원석·32)


Q. 자기 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책소개팅'을 주선하고 있는 부부 호스트 (가영·28, 원석·32)입니다. 저희는 모두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평일에는 남편은 건축일, 저는 마케터로 일하고 있죠. 주말에는 책방 주인으로 일하고 있는 N잡러죠. 작년 9월말부터 지금까지 약 6개월간 열심히 활동중입니다.(웃음)"

Q. 어떻게 처음 호스트를 하시게 됐나요.
"저와 남편은 처음에 책 소개팅으로 만났어요. 작은 독립 서점에서 소지품이 아닌 책을 챙겨와 서로 고르면 짝이 되는 소개팅이었죠. 자기 자신을 가장 잘 나타내는 책을 골라서 커플이 된다는 시스템이 매우 흥미로웠죠. 결혼 후 저희를 이어준 그 독립서점을 다시 찾았지만 문을 닫았더군요. 매력적인 공간이 사라졌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컸어요. 그 공간을 다시 열 수 없을까 생각에 직접 호스트로 도전하게 됐습니다."

Q. 책소개팅이라니 흥미롭네요.
"남녀를 5대5로 맞춰서 진행하고 있어요. 준비물은 자기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인생책 한권을 가지고 오면 됩니다. 서로 자신이 가지고 온 책의 표지를 파우치에 넣어 가립니다. 이후 자기 소개를 하면서 책에 대한 소개와 느낌만으로 이성의 책 한권을 고르면 됩니다. 10명의 선택이 끝나고 나면 책의 주인을 밝히고, 질문카드나 게임 등을 통해 서로를 더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게 됩니다. 모임이 끝나면 자신이 고른 책을 집으로 가져가셔야 해요. 2~3주 내로 책을 읽고 상대방에게 돌려주면서 1대1 소개팅을 하는 방식입니다." 

작은 책방 모습.


Q. 호스트 일과를 소개해주세요.
"주중에 앱을 통해 모임을 열고 게스트를 받으면서 성비를 조절하고 있습니다. 책 소개팅은 주 3회(금 토 일) 열고 있어요. 처음에는 저희 집에서 진행을 했습니다. 이제는 당산에 작은 독립서점을 얻어 그곳에서 진행하고 있죠."

Q. 초기에 애로 사항이 있었나요.
"후기가 많지 않았던 초반에는 당일 잠수로 연락이 안되거나 노쇼를 하는 분들이 많아 모임 진행이 어려웠던 적이 있어요. 책 소개팅이라는 것에 대해 생소해서 그랬던 것 같아요. 지금은 후기가 많아 게스트 분들이 미리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참석률이 매우 높습니다." 

Q. 독립서점으로 확장 하셨다고요.
"처음에는 저희 집 거실에서 3대3 소개팅을 열었어요. 신혼집이 워낙 거리가 있었는 데도 전국에서 찾아주셨어요. 서울과 수원, 대전, 부산, 대구에서도 기차를 타고 오셨었죠. 반응이 좋아 보다 전문적으로 모임을 열고 싶었어요. 그렇게 겁도 없이 서울 한복판에 책방을 열었습니다. 소개팅 규모도 3대3에서 5대5로 인원도 더욱 늘렸죠. 모임의 목표는 돈도 있겠지만 '더 많은 분들과 더 재밌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였습니다." 

Q. 월 매출은 어느정도 발생하시나요.
"일 한 만큼 돈을 벌 수 있어요. 반드시 호스트가 참석을 해야만 모임이 굴러갈 수 있거든요. 아직까지는 한번씩 해외여행을 떠나거나 값비싼 건강검진을 받는 정도의 금액을 벌고 있죠."

Q. 초기 비용은 어느 정도 들었나요.
"처음 6개월은 집에서 진행하느라 돈이 거의 들지 않았어요. 한잔 씩 제공하는 커피, 맥주값, 소품 정도였습니다. 최근 책방을 오픈하면서 꽤 많은 돈이 들었어요. 제 취향으로 인테리어를 하느라 제가 결혼전에 모아둔 돈을 전부 썼죠. 처음에는 300만원으로 끝내려고 했지만 지금은 3배 정도 더 들었네요.(웃음)" 

Q. 책방은 어떻게 고르셨나요.
"신혼집이 9호선 라인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이동을 위해서 꼭 9호선 라인이었으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당산이 2호선과 겹쳐있어 제격이다 싶었죠. 어느날 문득 남편에게 '우리 책방 해볼까?' 물었어요. 곧바로 그날밤 자정까지 함께 침대에 누워서 부동산 2~3곳을 연락했죠. 가장 먼저 연락이 온 부동산 상가 건물을 바로 계약까지 끝냈어요. 모든 조건이 딱 맞았거든요.(웃음)"

Q. 계약 형태는 어떤가요.
"상가 건물을 1년간 월세로 사용하는 형식으로 계약했습니다.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75만원으로 계약했죠. 단순히 책소개팅 모임만 쓰려고 한 것은 아니었어요. 평일에도 커피를 드시러 오거나 책을 보러 올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 보려고 하고 있어요. 주차도 안되고 엘리베이터도 없는 낡은 건물이라 보증금과 월세는 크게 부담되지 않았습니다. 한달에 월세만 벌면 전부 순수익이죠. 앞으로 이곳을 어떻게 재미있는 아지트 공간으로 활용하게 될지 설렙니다."

책 소개팅 후 게임을 즐기면서 서로를 알아가는 게스트들.


Q. 기억에 남는 게스트나 에피소드가 있나요. 
"6개월간 500명의 사람들을 만나서 서로 이어줬어요. 정말 다양한 직업군과 인생 스토리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재활 치료를 하면서 읽고 있던 요가책을 가져오셨던 남성 △직업군인이 가져왔던 전쟁 대피 메뉴얼 △본인이 직접 쓴 책을 가져오시기도 했죠." 

Q. 주변인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저 답다고 이야기를 하더군요. 워낙 사람들을 만나 웃고 떠드는 것을 좋아해 잘 어울리는 부업이라고 해줬어요. 처음 보는 사람들을 집으로 초대하는 것에 대해 걱정도 많이 하셨지만, 6개월간 별탈 없었죠. 저도 타인을 공간에 초대한다는 것에 거부감이 없었죠." 

Q. 개인의 삶에 영향을 끼친 것도 있을까요.
"완전히 제 인생이 바뀌었어요. 그저 '평범한 직장인 1' 이었는데, 지금은 주말마다 책방 사장님으로 변신하니까요. 매주 20~30명의 새로운 사람을 만나며 모임을 진행하고 있어요. 게스트들이 모임 후기를 읽을 때면 정말 뿌듯해요. 제가 만든 콘텐츠를 시간과 돈을 써준다는 것은 선물과도 같죠. 매번 모임때마다 남편을 만나게 해준 '책 소개팅'에 대한 자랑을 하면서 영화처럼 사랑에 빠지게 된 이야기를 들려드리다 보면 부부 사이도 더 좋아지게 됐죠.(웃음)"

Q. 마지막으로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6개월간 책 소개팅을 찾아주신 500여명의 게스트분들의 힘으로 책방 주인에 도전하게 됐습니다.(웃음) 책 소개팅 뿐만 아니라 저와 웃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모임들도 늘려갈 생각입니다. 저를 믿고 따라와준 남편과 함께 앞으로도 재미있고 무해한 콘텐츠로 인생을 더 즐겁게 살아갈 생각입니다."
평생 직장이 사라진 시대, 여러 직업을 가지는 'N잡'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습니다. N잡 뿐만 아니라 NEW잡을 만들어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방준식의 N잡 시대>는 매주 일요일 연재됩니다. 기자페이지를 구독하면 기사를 놓치지 않고 받아볼 수 있습니다. 좋아요는 큰 힘이 됩니다.
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

해외투자 '한경 글로벌마켓'과 함께하세요
한국경제신문과 WSJ, 모바일한경으로 보세요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