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마약전쟁②] "호기심이 일상을 망가뜨렸다"…꿈에서도 떠나지 않는 마약

노경민 기자 2023. 4. 30. 07: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전국이 마약으로 조용할 날이 없다.

마약사범에 대한 소식은 하루도 빠짐 없이 들려오지만, 이들의 일상을 돌려놓기 위한 노력은 부족하다.

"처음에는 마약 하는 게 멋있어 보였어요. 호기심으로 시작한 마약이 어느 순간 제 일상을 망가뜨리고 있더라고요."

마약 치료를 받고 있는 A씨(20대·여)는 마약으로 망가진 일상을 다시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해 힘겨운 사투를 하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투약자들 "신을 만난 듯"…처음 그 느낌에 멈추지 못해
외로움 느낀 사람들, 마약 권유에 '내가 살아있구나' 착각

[편집자주] 전국이 마약으로 조용할 날이 없다. 과거와 달리 요즘에는 10·20대가 마약범죄의 중심에 있다. 부산도 마찬가지다. 마약사범에 대한 소식은 하루도 빠짐 없이 들려오지만, 이들의 일상을 돌려놓기 위한 노력은 부족하다. 부산지역 마약 실태와 치료자들의 이야기, 치료 시설 부족 등 문제점을 살펴본다.

부산에서 압수된 필로폰 주사기.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부산경찰청 제공)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처음에는 마약 하는 게 멋있어 보였어요. 호기심으로 시작한 마약이 어느 순간 제 일상을 망가뜨리고 있더라고요."

마약 치료를 받고 있는 A씨(20대·여)는 마약으로 망가진 일상을 다시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해 힘겨운 사투를 하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A씨는 대학 입시 스트레스로 고등학생 때부터 술을 자주 마셨다고 한다. 대학교에 진학하고 나선 '주당파'가 될 정도로 매일 술과 함께하는 일상을 보냈다.

그러다가 우연히 클럽MD 일을 시작하게 됐다. 일을 하면서 돈도 벌고 자신이 좋아하는 술도 마음껏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A씨에게 이보다 더 좋은 직장은 없었다. 심지어 손을 떨면서까지 술을 마셨다고 한다.

A씨는 어느날 손님으로부터 가루약 한 봉지를 건네받았다. 알고 보니 환각제 '케타민'이었다. 술에 취한 탓이었는지 A씨는 빨대를 들고 거리낌 없이 약을 흡입했다.

이후 A씨는 자신이 알고 있던 DJ가 필로폰을 투약하는 것을 보고 호기심이 생겨 평소 투약하던 케타민에서 필로폰으로 갈아탔다. 필로폰에 흠뻑 취한 그는 몸에 바늘을 대기 시작했다.

망가질 대로 망가진 A씨는 더이상 마약을 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최근 가족과 함께 마약 치료 센터를 찾았다.

B씨(24)도 한동안 마약을 끊었다가 최근 들어 금단 현상이 일어났다고 한다. 필로폰을 했을 땐 식욕이 사라지고 3일 동안 수면을 하지 않고 버틸 수 있어 살이 금방 빠졌다.

마약을 끊은 후 6개월 동안은 일자리도 구하고 나름 잘 버텼다. 하지만 일을 그만둔 이후로는 폐인처럼 지냈다고 한다. 마약에 다시 손댈 수는 없어 음식에 집착 증세를 보였다고 한다.

B씨는 "요새 계속 꿈에서 마약이 나와 갈망이 최고조에 달했다"며 "이러다간 큰일 나겠다 싶어 1년간 찾지 않았던 치료센터에 다시 전화를 걸었다"고 말했다.

임은재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영남권중독재활센터장은 마약 중독의 근본적인 원인은 어릴적 가정의 무관심과 보호의 부재로 인한 외로움이라고 말했다. 중독자들은 누구도 자신을 알아주지 않았지만, 마약을 권한 사람으로부터 처음으로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임 센터장은 "투약자들이 처음에는 '호기심에 했다' '유혹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약물을 권유한 사람이 내 존재감을 처음으로 인정해 준 유일한 사람이라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마약으로 드는 몽롱한 기분이 마치 어릴 적 채우지 못한 부모의 애착으로 착각하니 계속 갈망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필로폰, 코카인 등 불법 경로로 구할 수 있는 마약은 위험하다는 인식이 있지만, 병원에서 처방받을 수 있는 프로포폴이나 다이어트약도 문제다. 처방 기간이 지나면 가족 이름을 도용해서라도 처방받는 투약자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임 센터장은 "흔히 투약자들이 '마치 신을 만난 듯한 환상이 든다'고 말한다"며 "마약을 할수록 도파민 분비가 줄어들기 때문에 처음 마약을 할 때 느낀 쾌락을 충족하기 위해선 약물을 더 늘릴 수밖에 없어 정말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가 더 문제다. 점점 더 강한 마약을 투약하려 하는 중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미국처럼 국내에도 펜타닐 알약이 유입되면 정말 큰일이다. 펜타닐은 코카인보다 100배 강한 약효를 보이는데 언제 국내에 뚫릴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blackstamp@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