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홈스틸 성공’ KIA 김규성 “홈런보다 더 짜릿했다” [MK인터뷰]

“홈런보다 더 짜릿한데요.”

진귀한 장면을 보여준 KIA 타이거즈 내야수 김규성이 소감을 전했다.

KIA는 2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원정경기에서 투, 타의 집중력에 힘입어 6-3으로 이겼다. 이로써 파죽의 4연승을 달린 KIA는 11승 11패로 5할 승률을 달성하게 됐다.

김규성이 29일 원정 LG전에서 결정적인 홈스틸을 성공시키고 있다. 사진(잠실 서울)=김영구 기자

김규성의 활약이 빛난 경기였다. 그는 오롯이 자신의 빠른 발을 이용해 KIA에 소중한 득점을 안겼다.

1회초와 2회초 상대 투수의 보크와 내야진의 실책으로 먼저 2득점에 성공한 KIA는 3회초 황대인의 좌월 투런 아치로 승부의 추를 더욱 기울였다. 4회초에는 류지혁도 1타점 적시타를 작렬시켰다.

그러나 7회말 들어 KIA에 위기가 찾아왔다. 호투하던 선발투수 숀 앤더슨의 뒤를 이어 등판한 김대유가 김민성(사구), 박해민(안타), 홍창기(사구)를 모두 출루시키며 무사 만루에 몰린 것. 뒤이어 등판한 최지민이 승계 주자 3명에게 득점을 내준 뒤 이닝을 끝내며 급하게 불을 끄긴 했지만, LG 타선의 화력을 감안하면 두 점의 격차는 너무나 좁아 보였다.

이런 중요한 상황에서 김규성이 나섰다. 그는 9회초 선두타자 김선빈이 안타를 치고 나가자 대주자로 경기에 투입됐다.

최형우의 우전 안타와 황대인의 중견수 플라이로 3루에 안착한 그는 소크라테스 브리토의 볼넷과 이창진의 삼진으로 이어진 2사 만루에서 재빨리 홈을 파고들었다.

김규성의 이러한 기습적인 플레이에 놀란 LG 투수 함덕주는 황급히 볼을 포수 박동원에게 건넸지만, 이미 때는 늦어 있었다. KIA의 6번째 득점을 책임진 김규성은 주먹을 불끈 쥐며 크게 환호했다.

김규성의 이 득점으로 분위기를 완벽히 가져온 KIA는 9회말 LG의 공격을 봉쇄하며 결국 짜릿한 승리와 마주할 수 있었다.

경기 후 만난 김규성은 “홈스틸 하기 전에 조재영 코치님이 정보를 주셨다. ‘상대 투수가 좌완이고 야구장 함성소리카 크니 LG 선수들의 콜플레이가 잘 안 될 수 있다. 리드를 많이 하라’고 지시하셨다. 그래서 저도 홈스틸을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마침 코치님이 사인을 주셨다. 그래서 그대로 홈으로 내달렸다”고 홈스틸 상황을 돌아봤다.

이는 김규성이 마운드에 있던 함덕주의 특징을 잘 파악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작전이었다. 그는 “코치님이 상대 투수의 습관을 이야기해줬다. 그래서 유심히 살펴보다가 함덕주 선수가 포수랑 사인을 교환하고 1루를 쳐다보는 타이밍에 맞춰서 뛰었다. 아무 생각없이 그저 살아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달렸다. 홈에 슬라이딩을 했는데, 아직 공이 안 오더라 그때 살았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2016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7라운드로 KIA의 지명을 받은 김규성은 지난해까지 프로 1군 통산 227경기에서 타율 0.173 4홈런 17타점 2도루를 올렸다. 빠른 발과 수비력은 일찌감치 인정을 받았으나 타격에서만큼은 약점을 드러냈다. 그러나 그는 올 시즌에는 타석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지난 26일 홈 NC 다이노스전에서는 승기를 가져오는 우월 3점포를 작렬시키며 KIA의 6-0 승리를 이끌기도 했다.

김규성은 홈런이 좋냐, 홈스틸이 좋냐는 질문에 “홈스틸은 야구 인생 중 처음이다.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짜릿했다”며 “홈런보다 더 짜릿한 기분이 들었다. 또 우리 팀이 1점을 더 내야 여유롭게 갈 수 있는 상황이라 기분이 더 좋았던 것 같다”고 밝혔다.

김규성의 홈스틸 때 1루 주자와 2루 주자 모두 한 베이스씩 진루하며 이는 KIA 구단 최초의 삼중도루로 기록되게 됐다. KBO 역대로 범위를 넓히면 7번째 기록이다. 아울러 경기 초반에도 잦은 도루로 공격 물꼬를 텄던 KIA는 이로써 한 경기 팀 6도루를 기록하게 됐는데, 이는 2013년 7월 24일 잠실 LG전 이후 처음이다. KIA가 이러한 여러 기록들을 작성하는데 앞장선 김규성은 더그아웃에서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김규성이 29일 원정 LG전에서 홈스틸을 성공한 후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잠실 서울)=김영구 기자

그는 “다들 기뻐해 주셨다. 진짜 아무도 모르게 뛰었다고, 더그아웃에 있는 선수들도 몰랐다고 해서 내가 뭔가 대단한 것을 한 느낌이었다. (김)선빈이 형이 ‘진짜 LG 쪽도 모르고, 우리 쪽도 아무도 모르게 뛰었다’고 했다”고 전했다.

올 시즌 들어 공·수·주 모두에서 일취월장한 기량을 선보이고 있는 김규성. 그럼에도 그는 만족을 몰랐다. “아직은 부족한 부분이 많다. 그래서 경기에 나갈 때마다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그런 것이 최근 좋은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나에게는 지금도 더 나은 선수가 되기 위해 공부하는 과정이다. 많은 것을 배우면서 더 발전하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김규성의 말이었다.

[잠실(서울)=이한주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