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리퍼블릭 인수 은행 곧 나온다…JP모건·PNC 물망

김정남 2023. 4. 30. 06:5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당국, 대형 은행들에 일요일까지 인수안 제출 요청"
인수전 '속도'…월요일 개장 전 새 인수 은행 발표할듯
JP모건 다이먼 또 전면 나서나…PNC·BoA 등도 물망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당국 주도의 중소 지역은행 퍼스트리퍼블릭에 대한 인수전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관리 하에 JP모건체이스와 PNC파이낸셜서비스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퍼스트리퍼블릭은 실리콘밸리은행(SVB), 시그니처은행에 이어 세 번째로 문을 닫을 가능성이 커졌다.

(사진=AFP 제공)

퍼스트리퍼블릭 인수전 ‘윤곽’

경제전문매체 CNBC는 29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규제당국은 대형 은행들과 접촉해 오는 30일(일요일) 오후까지 퍼스트리퍼블릭에 대한 최종 인수안을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며 “JP모건과 PNC가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보도했다. BoA 역시 인수를 저울질하고 있는 여러 금융기관 중 한 곳이라고 CNBC는 전했다. 다만 웰스파고, 골드만삭스, 씨티그룹은 나서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이들 은행이 인수 의사를 밝히면 FDIC가 퍼스트리퍼블릭의 모든 예금과 자산을 맡은 후 매각 과정을 주도한다는 의미다. 퍼스트리퍼블릭을 둘러싼 여러 구제 대책 가운데 SVB와 비슷한 방식으로 가는 것이다. 앞서 당국은 SVB 폐쇄 조치를 내리면서 FDIC를 파산관재인으로 임명했고, FDIC는 ‘샌타클래라 예금보험국립은행’(Deposit Insurance National Bank of Santa Clara)을 새로 설립하며 SVB의 모든 자산과 예금을 이전시켰다. FDIC는 이번 주말 중으로 퍼스트리퍼블릭의 파산관재인(receiver)을 맡을 수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CNBC는 “FDIC가 일요일까지 수용 가능한 인수 제안을 받는다면 새로운 인수 은행을 (개장 직전인) 다음주 월요일 새벽에 발표할 수 있다”며 “이는 퍼스트리퍼블릭 고객들이 겪을 혼란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당국이 금융시장 불안감을 줄일 수 있는 조치이기도 하다. 은행 영업과 증시 개장 전 새로운 소유주가 나타날 경우 위기설을 가라앉힐 수 있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실제 퍼스트리퍼블릭의 주가는 전거래일인 지난 28일 하루에만 43.30% 폭락한 3.5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2.98달러까지 떨어졌다. 역대 최저다. 변동성이 극에 달하면서 거래가 수차례 정지되기도 했다. 이 은행의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97% 이상 폭락했다. 사실상 ‘휴지조각’으로 전락했다는 평가다.

이에 퍼스트리퍼블릭은 SVB와 시그니처은행에 이어 이번 사태 이후 세 번째로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게 유력해졌다. 폐쇄 조치되면 SVB처럼 은행 영업은 중단되고 주식은 상장 폐지된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 (사진=AFP 제공)

JP모건 다이먼 또 전면 나서나

다만 이번 인수전은 SVB보다는 활기를 띠고 있다는 관측이 많다. 퍼스트리퍼블릭은 최근 대형 은행들을 상대로 자산을 시장가보다 높게 사달라고 설득하는 등 사실상 ‘강매’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대형 은행들 사이에서는 또 손실을 떠안으면서까지 인수하겠다는 의지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FDIC 관리 체제 시나리오가 나오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퍼스트리퍼블릭의 당초 요구보다 낮은 가격에 사들일 수 있어서다. 워싱턴포스트(WP)는 “퍼스트리퍼블릭은 1985년 설립 이래 매년 수익을 냈다”며 “수익성 높은 자산관리 사업을 유지해 왔다”고 전했다.

‘월가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이 계속 전면에 나서고 있다는 점 역시 주목 받는다. 다이먼 회장은 퍼스트리퍼블릭이 유동성 위기를 겪자 은행 수장들에게 직접 전화를 건 후 돈을 걷어 300억달러를 긴급 지원했다. 그럼에도 또 위기에 빠지자 이번에는 직접 인수자로 나설 채비를 마쳤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다이먼 회장은 인수를 원하고 있다”며 “그는 최근 몇 주간 퍼스트리퍼블릭을 구제하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펼쳐 왔다”고 전했다.

다이먼 회장이 이끄는 JP모건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3월 파산한 베어스턴스를 사들인 적이 있다. 다이먼 회장은 금융위기 이후 월가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최고경영자(CEO)다.

퍼스트리퍼블릭 위기설은 지난 24일 1분기 실적 발표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퍼스트리퍼블릭은 올해 1분기 말 현재 총예금이 1044억74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는데, 11개 대형 은행들이 긴급 구제용으로 예치한 300억달러를 빼면(744억7400만달러) 지난해 12월 말(1764억3700달러) 대비 예금이 57.79% 급감했기 때문이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