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알림도 예술로 만든 거장 "오르간, 모든 것 할 수 있는 악기"

조재현 기자 2023. 4. 3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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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오르가니스트 라트리, 6년 만에 내한
5월16일 롯데콘서트홀서 바그너·리스트·생상스 등 연주
오르가니스트 올리비에 라트리. (Deyan Parouchev / 롯데콘서트홀 제공)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2017년 8월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 장엄한 카카오톡 알림 소리가 공연장에 울려 퍼졌다. 객석에서 흘러나온 아찔한 소리가 아니라 프랑스 출신의 오르가니스트 올리비에 라트리(61)의 파이프오르간 연주였다.

공연 시작 전 관객들이 적은 좋아하는 멜로디를 무대에서 뽑아 흥미진진한 변주를 선보인 것이었다. 이 중에는 애국가와 카카오톡 알림이 있었는데 라트리의 연주에 맞춰 관객들이 함께 애국가를 부르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6년 만에 내한하는 라트리가 5월16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독일과 프랑스의 다채로운 오르간 음악을 들려준다.

라트리는 최근 뉴스1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오르간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며 악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실제 오르간은 교회와 리사이틀, 오케스트라 공연, 합창, 앙상블 외에도 록, 힙합, 댄스 등 크로스오버 공연에도 사용할 수 있는 복합적인 악기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오르간은 소리가 너무 넓고 다채로워서 들을 때 항상 압도돼요. 현대 작곡가들이 오르간을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하면서 오르간의 미래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죠. 저는 오르간의 미래를 정말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2017년 내한 공연 당시 즉흥연주곡을 선정하는 라트리. (롯데콘서트홀 제공)

라트리는 프로그램 레퍼토리 확장에도 신경 쓴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 바그너의 오페라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중 1막 서곡, 리스트의 '두 개의 전설' 중 '새에게 설교하는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 발췌곡, 프랑크의 '오르간을 위한 영웅적 소품', 비도르의 오르간 교향곡 5번 f단조 등을 들려준다.

특히 '동물의 사육제' 발췌곡은 라트리의 부인인 오르가니스트 이신영이 편곡했다. 라트리는 "편곡이 상당히 훌륭해서 직접 연주해 보고 싶었다"며 애정을 표했다.

라트리는 "프로그램을 구상할 때 청중과 오르간, 그리고 스스로에게 어울리는 것을 찾으려 노력한다"며 "이번에 연주되는 곡을 쓴 작곡가는 마치 '음악 대가족'처럼 연관돼 있다"고 말했다.

"음악의 세계는 정말 넓어서 한 가지 레퍼토리만 계속 연주하는 건 상상할 수 없어요. 평생을 바쳐도 모든 것을 연주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하지 않았던 것을 탐구하려 최선을 다할 수는 있어요."

오르간이 여느 악기와 구별되는 큰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즉흥연주'다. 오르가니스트들은 준비된 레퍼토리 외에도 특정 주제와 선율을 기본으로 삼아 다양한 스탑(특정 계열의 소리를 내도록 하는 기구)을 결합해 다양한 음색을 빚어낸다.

라트리 또한 세계 최고의 오르가니스트라는 명성에 걸맞게 빼어난 즉흥연주로 정평이 나 있다.

"즉흥연주는 매번 매우 큰 도전이라고 할 만큼 어렵지만, 청중의 기억 속에만 남게 되는 음악이죠. '그 자리에서' 작곡돼 마지막 음악이 끝나면 즉시 사라지기에 참 근사하다고 생각해요."

이번에도 기대해도 되느냐는 물음에 라트리는 "즉흥연주는 공연장의 분위기, 청중, 악기, 연주 주제 등에서 비롯된다"며 "어떻게 연주할지는 두고 봐달라"라고 했다.

"연주회에 오는 사람들의 마음이 자신의 영혼에 닿을 수 있도록 연주하려고 해요. 와서 들어보세요. 분명히 실망하지 않으실 겁니다."

오르가니스트 올리비에 라트리. (Deyan Parouchev / 롯데콘서트홀 제공)

그는 2019년 화재가 난 노트르담 대성당의 파이프오르간 복구 경과도 전했다. 그는 1985년 스물셋의 나이로 이 성당의 최연소 오르가니스트로 발탁된 뒤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불이 났을 때 파이프오르간은 다행히 피해를 입지 않았으나 건물을 복구하며 재설치 작업이 진행 중이다. 그는 내년 12월 성당이 다시 문을 여는 첫 미사 때 오르간 연주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노트르담 성당은 제 마음뿐만 아니라 모든 프랑스인, 어쩌면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것 같아요. 여행이나 일과로 지쳐 피곤한 몸으로 도착했지만, 성당에 가면 완전히 활력이 넘치곤 했죠. 건물이 가진 힘은 정말 감동적이에요. 복원 이후에도 그런 힘을 다시 찾기를 바라고 있어요."

cho8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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