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이 가진 美국채 확 줄었는데…위안화 '제2 달러' 만들기 속도? [차이나는 중국]

김재현 전문위원 2023. 4. 30.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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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14일(현지시간) 베이징 인민 대회당에서 열린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의 환영식에 참석해 악수를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2018년 미중 무역전쟁 발발 이후 중국이 보유한 미국채는 항상 관심의 대상이다. 만약 중국이 미국채를 한꺼번에 던져버리면 미국채 가격이 급락해서 미국 금융시장을 혼돈에 빠뜨릴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최근 중국이 보유한 미국채 규모가 2009년 이후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중국의 의도는 뭘까?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도 중요하다.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 등 서방국가들은 러시아를 국제결제시스템인 '스위프트(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에서 축출했다.이후 중국과 러시아간 무역규모가 급증하고 양국간 위안화 무역결제가 증가했다.

중국은 러시아로부터 원유 등 에너지를 수입해야 하고 러시아는 다국적기업 철수로 내구재 등 공산품 공급처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차, 폭스바겐 등 외국 자동차업체가 러시아 공장 가동을 중단한 후 생긴 빈 자리도 중국 자동차 업체가 메웠다.

중국과 러시아의 무역결제에서 주로 사용되는 건 위안화다. 아무래도 루블화보다는 위안화의 안정성이 높고 통화지위도 높기 때문이다. 중국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위안화 국제화를 장기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의 스위프트 퇴출과 사우디와 미국 간 불협화음 등 글로벌 지정학적 갈등이 모두 위안화 국제화를 자극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2009년 5월 이후 최저치를 경신한 중국 보유 미국채
지난 1월말 기준 중국이 보유한 미국채 규모는 8594억 달러로 전월(8671억달러) 대비 77억달러 감소하며 2009년 5월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2013년 11월 기록한 최고치 1조3167억달러와 비교하면 약 3분의 1이 쪼그라든 규모다.

중국이 보유한 미국채 규모는 2010년 6월 1조달러를 돌파한 이후 10년 넘게 1조달러선을 상회했으나 작년 4월 1조달러선을 깨뜨린 이후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1월말 기준, 미국채 최대 보유국은 일본(1조1044억달러), 중국(8594억달러), 영국(6683억달러), 벨기에(3311억달러) 및 룩셈부르크(3182억달러) 순이다. 중국의 지난 1월말 외환보유액은 3조1845억달러로 이중 약 4분의 1을 미국채로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이 보유한 미국채는 1732억달러 감소했다. 왜 중국은 미국채를 줄였을까? 사실 중국의 미국채 보유 규모 감소는 미국 국채금리 상승에 따른 시가평가액 감소 영향이 크다. 하지만 지난 1년간 영국, 벨기에, 룩셈부르크가 신규 매수를 통해 미국채 규모를 늘린 것과 대조된다. 중국이 미국채 보유 규모를 당장 줄일 생각도 없지만 적극적으로 늘리려는 의지도 없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중국에게는 러시아 사례가 반면교사가 됐을 수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지난 1년간 미국 주도의 다국적 제재기관은 러시아인 자산 570억달러를 동결했다. 중국 역시 미국의 기술제재가 만에 하나 금융제재로 확대될 가능성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물론 미국의 대중 금융제재는 뚜렷한 명분이 있어야 하며 미국이 받는 타격도 크기 때문에 섣불리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아니다.
'전랑' 외교를 넘어서는 중국의 외교력과 위안화 국제화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3월 10일(현지시간) 베이징에서 무사드 빈 무함마드 알아이반 사우디 국가안보보좌관, 알리 샴카니 이란 최고 국가안보위원회 위원장과 양국의 관계 정상화 합의문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위안화 국제화와 뗄 수 없는 게 중국 외교다. 최근 중국 외교는 단순히 공격적인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로 규정할 수 없을 만큼 접점을 늘리면서 실제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3월 중국의 중재로 사우디와 이란이 7년 만에 관계 정상화에 합의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은 원유를 위안화로 결제하기 위해 중동지역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추진 중인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인 미국의 우방인 사우디가 당장 달러로만 원유를 결제하는 '페트로 달러(Petrodollar)' 시스템을 폐기하진 못하겠지만 중국은 달러패권에 균열을 내기 위한 시도를 계속할 것이다.

지난 14일 중국을 방문한 룰라 브라질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양국간 무역과 금융거래에서 달러대신 헤알화와 위안화를 쓰기로 합의했다. 실질적인 의미보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지만 탈달러 정책 추진을 선언한 것이다.

러시아는 지난해 국제결제시스템인 스위프트에서 퇴출당한 이후 위안화 거래 및 결제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 중국과 러시아의 무역규모도 1902억7100만달러로 전년 대비 29.3% 급증했다.

중국 관영 신화사에 따르면 지난 2월 모스크바 외환거래소의 위안화 거래량은 1조4800억루블(약 24조2400억원)을 기록하며 달러(약 23조2600억원)를 제치고 사상 처음 월간 거래량 1위를 차지했다.

2월 위안화 거래량은 전월 대비 30% 이상 증가하며 러시아 외환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육박했으며 달러는 약 38%, 유로화는 21.2%를 기록했다. 지난해 2월 러시아 외환 거래에서 달러 비중이 87.6%, 유로화는 11.9%를 차지한 반면, 위안화가 0.32%에 불과했던 것과는 상당한 차이다.

작년 미국 등 서방국가의 금융제재가 시작된 이후 불과 1년 만에 러시아 외환시장에서 위안화가 1위로 부상한 것이다. 러시아는 위안화 자산 투자도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 말 러시아 재정부가 제정한 자산배분 방안에 따르면 러시아 국부펀드(National Wealth Fund)는 달러 표시 자산에 투자하는 대신 위안화 자산 투자한도를 종전 30%에서 60%로 늘렸다.
6년 만에 22배 급증한 위안화 국제결제
현재 위안화 국제화에서 중국의 최우선 목표는 무역에서의 위안화 결제 확대다. 러시아와의 위안화 결제 확대 등으로 인해 지난해 중국의 상품무역에서 위안화 결제금액은 전년 대비 37% 늘었다. 위안화 결제 비중도 전년 대비 2.2%포인트 오른 19%를 기록했다.

특히 중국이 만든 '위안화 국제결제시스템'(CIPS·Cross-border Interbank Payment System)을 통한 위안화 결제가 급증했다. 스위프트에서 퇴출당한 러시아도 위안화 국제결제를 위해 CIPS를 사용해야 한다. CIPS를 이용한 위안화 국제결제 규모는 2016년 약 4조4000억위안(약 836조원)에서 2022년 96조7000억위안(약 1경8370조원)으로 불과 6년 만에 22배 급증했다. 지난해 날마다 3883억위안(약 73조7800억원)에 달하는 위안화가 국경을 넘나들었다. 어마어마한 규모다.

당장 위안화가 달러패권을 무너뜨리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달러패권에 도전하기 위한 중국의 시도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글로벌 지정학의 변화가 위안화 국제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지켜볼 대목이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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