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풍에 돛단 듯…경기침체에도 거침없는 'K-배터리'

김기훈 2023. 4. 30.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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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성장세에 LG엔솔·삼성SDI 호실적…IRA 세액공제까지
'북미시장 선점하자' 배터리-완성차 업체 간 합종연횡도 가속
LG에너지솔루션-GM 합작법인 '얼티엄셀즈' 미국 오하이오주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 [LG에너지솔루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K-배터리' 실적이 쾌속 질주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에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인한 세액 공제 효과가 더해지면서 순풍에 돛을 단 형국이다.

특히 가파른 성장이 예상되는 북미 시장 선점을 위해 배터리 기업과 완성차 업체 간 합종연횡도 활발해지고 있다.

LG엔솔, 1분기에만 작년 영업익 절반 이상 벌어…삼성SDI도 호실적

30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보다 144.6% 증가한 6천332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1분기 만에 작년 한해 영업이익(1조2천137억원)의 절반 이상을 벌어들인 셈이다.

견조한 북미 전기차 수요,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 1공장의 안정적 가동으로 호실적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또 1분기 영업이익에는 IRA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 관련 금액 1천3억원이 반영됐다.

IRA에 따르면 올해부터 미국 내에서 생산·판매한 배터리 셀·모듈에 일정액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삼성SDI도 견조한 실적을 냈다.

삼성SDI의 1분기 영업이익은 3천754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16.5% 증가했다. 1분기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영업이익이다.

IT 수요 둔화로 전자재료 부문은 부진했으나, 고부가 제품인 P5 배터리를 필두로 에너지 사업부가 호실적을 이끌었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SK온은 1분기에도 적자를 벗어나긴 어려울 전망이다.

삼성증권은 SK온의 1분기 영업손실 규모를 3천560억원으로 추정했다. 한화증권(-3천512억원), 대신증권(-3천994억원)도 SK온의 적자 폭이 전 분기(-3천381억원)보다 확대될 것으로 봤다.

2월 포드 F-150 화재에 따른 미국 공장 가동 중단과 격려금 지급 등 일회성 비용이 반영되면서 실적의 발목을 잡았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삼성SDI·스텔란티스, 미 인디애나에 배터리공장…3조원 투자 (뉴욕=연합뉴스) 삼성SDI와 스텔란티스는 24일(현지시간) 미국 인디애나주 코코모에 25억달러(약 3조1천625억원) 이상을 투자해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을 짓는다고 밝혔다. 사진은 삼성SDI-스텔란티스 합작사 체결식. 왼쪽부터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 마크 스튜어트 스텔란티스 북미 COO. 2022.5.25 [삼성SDI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전기차 시장 성장세에 IRA 수혜까지…북미 투자도 활발

SK온은 주춤하지만, 당분간 배터리 업계 실적은 탄탄대로가 예상된다.

특히 북미 지역에서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는데, IRA가 전기차로의 시장 전환을 앞당기는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IRA 시행으로 전기차 보조금이 확대되고, 배터리 세액 공제가 적용되면서 전기차와 배터리 수요 확대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IRA가 기본적으로 중국 배터리 업체의 미국 시장 진입을 제한하고 있는 점도 한국 기업에 호재다.

이에 따라 북미 시장 선점을 위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업체 간 합종연횡도 활발하다.

삼성SDI는 지난 25일 미국 완성차 업체인 GM과 손잡고 미국에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삼성SDI가 완성차 업체와 합작공장을 짓기로 한 것은 스텔란티스에 이어 두 번째다.

삼성SDI는 그동안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경쟁사와 비교해 투자에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IRA 시행을 계기로 미국 공급망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같은 날 현대차그룹과 SK온도 합작공장 설립계획을 발표했다.

2025년 하반기 가동 목표로 미국 조지아주 바토우 카운티에 연간 35GWh(기가와트시)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셀을 생산할 수 있는 합작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SK온·포드, 배터리 생산공장 구축 (글렌데일[미국 켄터키주]·애틀랜타=연합뉴스) SK온이 미국 완성차 기업 포드와 지난해 5월 총 10조2천억 원을 투자해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세우고, 미국 켄터키주와 테네시주에 연간 129GWh(기가와트시) 규모의 배터리 생산공장 3곳을 구축하기로 했다고 15일 밝혔다. 사진은 블루오벌SK 켄터키 공장. 2023.1.15 [SK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이사회를 열고 미국 애리조나 배터리 공장 건설 계획을 재추진하기로 했다.

한때 인플레이션에 따른 투자비 급등을 이유로 투자를 보류했으나, 이를 재추진하면서 되레 투자비를 4배 수준인 7조2천억원으로 대폭 늘렸다.

투자비 상승이란 부담을 떠안더라도 계획된 공장 규모를 더 확대해 고객 수요에 대응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또 미국에서 생산 및 판매되는 물량이 늘어날수록 IRA에 따른 세액 공제 혜택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와 올해 연간 LG에너지솔루션이 받게 될 AMPC 혜택을 각각 1천742억원, 9천117억원으로 추산했다.

삼성SDI의 AMPC 관련 수혜는 스텔란티스와의 북미 합작공장이 가동되는 2025년부터 반영될 전망이다.

포드와 손잡고 미국 켄터키주와 테네시주에 배터리 생산기지 3곳을 구축·가동 중인 SK온도 AMPC 혜택이 기대된다. 적자가 지속되는 SK온의 실적과 기업가치 개선에 상당 부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진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SK온이 받게 될 AMPC 혜택 규모를 올해 8천100억원, 내년 9천720억원, 2025년 2조7천억원으로 전망했다.

또 SK온의 수율(양품 비율)이 점차 안정화되고 있으며 세액공제 혜택에 힘입어 2분기 흑자 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의 2분기 전망도 밝다.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3개월 내 보고서를 낸 증권사들의 실적 추정치(컨센서스)를 집계한 결과, LG에너지솔루션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7천84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1.9%가량 증가할 전망이다.

삼성SDI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 분기보다 25%가량 증가한 4천693억원으로 추정된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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