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지는 한중 교역구조…'대중 적자' 탈출에 변수될듯

차대운 2023. 4. 3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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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첨단제품 자립화 가속…"중국 산업구조 변화 따른 불확실성"
'한국은 중국에 중간재 수출' 공식도 희석
중국 상하이 모터쇼에 마련된 배터리사 CATL 전시장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세종·서울=연합뉴스) 차대운 이슬기 기자 = 한국의 대중(對中) 수출이 기로에 놓인 모양새다.

중국의 경기 침체는 그동안 한국의 대중 수출 감소, 대중 무역수지 적자로 이어져 왔다. 높은 대중 수출 의존도는 수출 전반의 부진으로 연결되며 한국 경제에 부담이 되는 실정이다.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으로 중국의 경기 회복이 빨라지면서 대중 적자 흐름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지만, 한중 교역의 구조적 환경 변화가 새로운 변수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중국이 강력하게 추진하는 첨단 제품의 '자급'은 한중 교역에 새로운 도전이 되고 있다.

"중국, 자급률 높여…수입 수요 약화로 이어져"

30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대중 수출 증가율은 작년 6월부터 10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대중 무역수지도 작년 10월 이후 6개월 연속 적자다.

정부 통계를 기준으로 올해 1분기 대중 무역적자는 78억달러에 달했다.

중국은 한때 한국의 최대 무역 흑자국이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석유·천연가스 수입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호주를 제치고 한국의 최대 무역 적자국으로 변한 상태다.

한국은행은 '중국 리오프닝의 국내 경제 파급 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중국의 자급률 상승 같은 구조적 요인은 중국 경제 회복의 (타 국가) 파급 영향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며 "중국이 산업 고도화를 위해 지속해 자급률을 높여가면서 수입 수요가 기조적으로 약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이 반도체, 5G, 인공지능(AI) 등 미래 전략 경쟁에 영향이 큰 첨단산업 영역에서 중국을 세계 공급망에서 떼어놓는 탈동조화(디커플링)를 강력히 추진하는 데 맞서 중국은 반도체 등 첨단 제품 자급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 2018년 우한 반도체 공장 방문한 시진핑 주석 [신화=연합뉴스 자료사진]

中,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 70% 목표…수백조 투입

반도체 분야에서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이래 중국은 10∼30%에 불과한 반도체 자급률을 2025년까지 70%까지 높인다는 야심 찬 목표 아래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비효율과 각종 부패 논란 속에서도 60조원대에 달하는 거대한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일명 대기금)를 필두로 각 지방정부, 국유기업, 민간기업이 가세해 수백조원을 쏟아붓는 집요한 노력이 이어졌다.

그 결과 ▲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 SMIC(中芯國際·중신궈지) ▲ 메모리 분야에서 YMTC(長江存儲), 창신메모리(CXMT·長存儲), 시스템온칩(SoC) ▲ 설계 분야에서 UNISOC(紫光展銳·쯔광잔루이) 등이 대표 기업으로 자리 잡으며 반도체 '국산화'에 일정 부분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 반도체업계의 주력 중 하나인 낸드플래시메모리와 관련해 YMTC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작년 2분기 4%대까지 올라온 것으로 추정된다.

아직 기술력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류 업체들에 못미치나, YMTC의 메모리 제품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자국 시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시장에 보급되고 있다.

장기적으로 한국 반도체의 대중 수출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28일 중국 정부의 미국 마이크론에 대한 사이버 안보 심사로 YMTC 등 중국 반도체 업체들이 시장에서 마이크론의 공백을 메울 기회를 얻게 됐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늘어나는 中 배터리 및 배터리 소재 수입

전기차를 중심으로 배터리 산업의 폭발적 성장도 한중 교역구조에 중요한 변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세계 최대 배터리업체인 중국의 CATL은 한국 전기차에도 배터리를 납품한다.

한국무역협회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이 중국에서 수입한 리튬이온 축전지만 22억달러어치에 달한다. 한국이 중국에 수출한 리튬이온 축전지는 5천300만달러에 그쳐 이 품목에서만 한화로 2조원 넘는 적자가 났다.

아울러 최근 수산화리튬, 탄산리튬 등 양극재 원료로 쓰이는 각종 리튬 제품이 중국에서 한국으로 대거 수입되고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중국의 작년 수산화리튬 대외 수출은 39억달러로 전년보다 4배 늘었는데, 이 중 76%가 한국 대상 수출이었다.

올해 1분기 한국의 수산화리튬과 산화리튬 수입액은 21억6천만달러로 작년 동기보다 490% 급증했다.

한국 기업들이 중국으로부터 배터리 관련 주요 소재를 수입한 뒤 이를 재가공해 배터리 완제품이나 배터리 소재 제품으로 만들어 북미 등 세계 시장에 공급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중국의 대한(對韓) 수출은 늘고, 한국의 대중 수입은 늘어나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모습이다. 한국이 중국에 주요 중간재를 수출하고, 중국이 이를 가공해 세계에 팔아왔던 양상과는 정반대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행은 "대중 수출은 당분간 예상보다 약한 흐름을 보이다가 하반기로 갈수록 점차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글로벌 IT 경기의 회복 시점 및 속도와 더불어 중국의 산업 구조 변화 등이 대중 수출의 불확실성 요인으로 상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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