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보지마!'... 스포츠계 '잘나가는 상남자들' 매콤 입담[스한 위클리]

김성수 기자 2023. 4. 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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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저렇게 축구하는 팀에 졌다는 게 분하다."

프로축구 K리그1 광주FC의 이정효 감독이 올 시즌 거침없는 직설 화법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상대를 향해 예의를 지키고 겸손해야 하는 스포츠맨십과 거리가 멀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자신감과 솔직함이 뛰어난 실력을 만났을 때 팬들은 열광하기도 한다. 스포츠계에는 솔직하게 할 말 하면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둔 '상남자'들이 있다.

유럽축구에서 매운맛 입담으로 유명한 AS로마 조제 무리뉴 감독(왼쪽)과 2023시즌 K리그에서 'K-무리뉴'로 떠오르고 있는 광주FC 이정효 감독. ⓒAFPBBNews = News1 ⓒ연합뉴스

▶입담도 '스페셜 원', 직설 화법 대장격의 무리뉴

축구 역사상 최고의 감독을 거론할 때 조제 무리뉴의 이름이 후보에서 빠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무리뉴는 유럽축구 4대리그 중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스페인 라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총 6번의 리그 우승을 차지하고 유럽 대항전 최고의 무대인 챔피언스리그에서도 2차례나 정상에 올랐다.

무리뉴는 경력만큼이나 화려한 입담의 소유자다. 그는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폐부를 찌르는 직설 화법을 쓰는 대표적인 스포츠계 인물이다.

무리뉴의 '사이다 입담' 전성기는 잉글랜드 첼시 감독 1기 시절이다. 2004~2005시즌을 앞두고 첼시 사령탑이 된 무리뉴는 부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자신을 '스페셜 원(특별한 존재)'이라고 칭하며 세계 최고의 리그 중 하나인 EPL에 도전했다.

심지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서만 13번의 EPL 우승을 거둔 알렉스 퍼거슨 감독 앞에서도 기죽지 않은 무리뉴였다. 2004~2005시즌 첼시는 러시아 석유재벌인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를 등에 업고 선수 영입에 막대한 비용을 썼다.

이에 퍼거슨 감독은 "돈으로 감독과 선수는 사도 우승과 역사는 살 수 없다"며 비판했다. 그러자 무리뉴는 "퍼거슨의 생각에 100% 동의한다. 나는 맨유 예산의 10분의 1도 안 쓰는 포르투(포르투갈)를 이끌고 맨유를 제압했다"고 되받아쳤다.

무리뉴의 포르투는 2003~2004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맨유를 꺾고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여기에 해당 발언을 했던 2004~2005시즌 EPL에서 무리뉴는 맨유를 제치고 첼시에 50년 만의 리그 우승을 선물했다. 이후로도 수많은 어록들을 남기며 여전히 유럽축구 '매운맛 입담'의 아이콘으로 군림하고 있다.

직설 화법의 절정을 보여줬던 2004~2005시즌 첼시 감독 첫해의 조제 무리뉴. ⓒAFPBBNews = News1

▶'한국인의 매운맛', 청양고추 화법의 'K-무리뉴'

한국 프로스포츠에도 'K-무리뉴'가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프로축구 K리그1 광주 이정효 감독, 프로농구 고양 캐롯 김승기 감독이다.

적극적인 공격축구를 추구하는 이정효 감독은 지난해 K리그2 역대 최단 기간 우승을 거두며 광주의 2023시즌 K리그1 승격을 확정했다. 광주는 K리그1에 올라와서도 9경기 동안 4승1무4패(승점 13)의 성적으로 12개 팀 중 5위를 달리며 초반 선전하고 있다.

여기에 이정효 감독의 솔직한 발언이 더해지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는 지난달 5일 FC서울 원정에서 0-2 패배를 당한 후 추가 득점보다는 공을 돌리며 실점을 최소화하려했던 서울의 전략에 "저렇게 축구하는 팀에 졌다는 게 분하다"며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그는 또 지난 16일 "울산, 전북, 인천은 이겨야 할 팀이고 우리는 그 아래 팀을 이기면 되는데 잘해야 할 팀들이 못 잡아주니 혼란스럽다. 대전이나 광주가 생태계를 파괴하는 게 아니라 울산과 경쟁해야 할 팀들이 못하면서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고 강한 전력에도 부진한 팀들에 일침을 놓았다.

김승기 감독의 경우 선수단 임금 체불 등 많은 문제가 있던 캐롯을 이끌고 4강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하는 성과를 냈다. 이와 함께 김 감독의 '매운맛 입담' 역시 주목을 받았다. 그는 지난 시즌까지 7년을 이끌며 2번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함께한 친정팀 안양 KGC와의 경기에서 특유의 입담을 과시했다.

김승기 감독은 지난 2월 캐롯 구단의 임금체불 문제가 나오자 "오히려 KGC 감독 시절이 더 힘들었다. 전삼식 단장이 구단 운영비를 엄청 아꼈다. 덕분에 아끼는 것에 대해 많이 배워서 고맙게 생각한다"며 뼈 있는 말을 전했다. 이 발언과 함께 캐롯과 KGC가 정규리그에 이어 4강 PO에서도 만나면서 '김승기 더비'가 더욱 주목 받을 수 있었다.

고양 캐롯 김승기 감독. ⓒKBL

▶'자기애' 즐라탄-'예언가' 맥그리거-'소탈좌' 김병현

유럽축구 이탈리아 세리에A AC밀란에서 뛰고 있는 스웨덴 공격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는 엄청난 자기애와 자신감을 내포한 언행으로 독보적인 캐릭터를 구축했다.

프랑스 리그1 파리 생제르맹을 떠날 때 이브라히모비치는 "나는 왕으로 이곳에 왔고, 전설로 떠난다"며 스스로를 한껏 드높였다. 또 잉글랜드 맨유에서 뛰던 2017년, 1년 이상의 재활이 예상된 무릎 부상에서 7개월 만에 복귀한 후 "사자는 인간처럼 회복하지 않는다"며 자신의 강인함을 과시했다.

세계 최고의 격투기 단체 UFC에서 도발성 예언을 현실로 만든 선수도 있다. 바로 코너 맥그리거. '트래시 토크(수위 높은 발언으로 상대를 흔드는 심리전술의 일종)'를 즐기는 맥그리거답게 많은 사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일화는 2015년 7차 방어까지 성공한 당시 UFC 페더급 챔피언 조제 알도를 상대로 한 말이다.

맥그리거는 알도와의 타이틀전을 앞두고 "1라운드 4분 내에 알도를 KO 시키겠다"며 "속임수로 공격하는 척하면 그는 힘을 잔뜩 주며 과하게 반응할 것이다. 그러면 왼손 펀치로 그를 쓰러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 12월13일 UFC 194에서 열린 페더급 타이틀전에서 맥그리거는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들어오는 알도를 1라운드 시작 13초 만에 '왼손 펀치'로 KO시키고 페더급 왕좌에 올랐다.

한국 선수로는 미국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에서 2차례나 우승한 '핵잠수함 투수' 김병현이 화려한 경력에 비해 소탈한 언행으로 주목을 받았다.

200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회 대회를 앞두고 일본 대표팀 스즈키 이치로의 "30년 동안 어떤 팀에게도 지지 않을 만큼 강한 일본이 됐으면 좋겠다"는 말이 '한국이 일본을 못 이기게 하겠다'는 의미로 와전됐을 때(물론 오해이긴 했지만) 김병현은 "(이치로가)만화를 많이 본 모양"이라며 유쾌하게 받아쳤다.

김병현은 본인을 평가할 때도 남달랐다. 그는 2011년 일본프로야구 라쿠텐 골든이글스에서 뛰던 당시 자신이 마무리 투수로서 감독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다며 "제가 감독이면 저 안 써요"라고 대답한 바 있다.

김병현. ⓒMBC 캡처

-스한 위클리 : 스포츠한국은 매주 주말 '스한 위클리'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스포츠 관련 주요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기사는 종합시사주간지 주간한국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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