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신림·상도·봉천·대방 200여채 보증금 미반환 위기…살던 집은 경매로

김도엽 기자 서상혁 기자 박기현 기자 2023. 4. 30. 06: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보증금 수백억원 달할듯…임의경매 개시된 건물도
임차인 "보증금 회수 방법 없어" 좌절
사진은 21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빌라 밀집지역. 2023.4.21/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서상혁 박기현 기자 = 전국에서 전세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했다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 원룸 수백세대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임대인들이 단독·공동 보유 중인 건물만 13채로 확인됐는데, 일부 건물은 이미 임의경매로 넘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임대인 건물 최소 13채 확인…일부 건물 임의경매로

30일 뉴스1이 임대인 강모씨, 김모씨, 오모씨, 장모씨 등이 서울 동작구 상도·대방·사당동, 관악구 봉천·신림동 일대에서 단독·공동 보유 중인 주택을 직접 확인한 결과, 이들은 최소 건물 13채(244가구)를 가지고 있다. 김모씨 중심으로 다른 사람들과 지분을 나눠 공동 소유하는 방식이다.

대부분 단독주택이었으며, 한 건물에 많게는 35채까지 적게는 11채까지 원룸 등으로 쪼개 임대 중이었다.

김씨 등은 지난 2016년~2019년 사이 해당 건물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대학가나 직장인들이 선호하는 지역이 대부분이다. 임차인들도 대부분 20대, 30대일 것으로 추정된다.

전세 계약은 1채당 1억2000만~1억3000만원부터,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42만원 등 다양했다. 정확한 총계약금액을 확인할 수는 없으나, 244채인 점을 고려할 때 수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추후 계약 갱신이나,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면 연쇄적으로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건물은 이미 임의경매로 넘어간 상태였다. 김씨와 오씨가 공동 소유 중인 상도동 한 단독주택의 경우 지난 1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임의경매 개시가 결정됐다. 채권최고액이 16억8490만원에 달하는데, 통상 대출의 120% 수준에서 채권최고액이 설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김씨와 오씨는 이 건물을 담보로 약 14억원의 대출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해당 건물의 한 임차인은 이미 임차권등기명령까지 신청한 상태였다. 설정 금액은 전세 계약금인 1억3000만원이다.

임차권등기명령은 임대차 종료 후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임차인에게 단독으로 임차권등기를 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으려면 실거주와 확정일자가 필요한데, 임차인이 이사하게 되면 확정일자가 있더라도 실거주가 아니어서 우선변제권이 사라지게 된다. 다만 임차권 등기명령을 받아 등기가 이뤄지면 임차인이 개인 사정으로 먼저 이사를 하더라도 대항력 및 우선변제권을 상실하지 않는다.

이 건물에 거주 중인 임차인 A씨는 "계약 만료로 퇴거하는 사람이 집을 떠나지 못하고 서성이던 것을 보는 순간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후 확인해 보니 집이 경매로 넘어간 상태였다. A씨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반환보증도 전세계약을 갱신할 때 집주인이 들지 못하게 해서, 보증금을 돌려받을 길이 없다"고 말했다.

A씨는 뒤늦게 공인중개사 등에 전화해봤지만, 계약한 공인중개사는 폐업한 상태로 확인됐다.

◇보증금 미반환 이미 시작돼…회수 쉽지 않을 듯

김씨 소유 건물 인근 공인중개사들은 지난달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고 비슷한 사례가 있냐는 임차인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상도동 한 공인중개사는 "어제만 해도 보증금을 못 받는다고 2명이 찾아와 묻고 갔다"며 "(임대인이) 세금 문제는 아직 없어 보이는데, 새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니까 도미노처럼 무너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씨와 강씨가 소유 중인 대방동의 또 다른 건물은 지난 1월 이미 임의경매 절차가 개시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보증보험(SGI)은 해당 건물 중 한채에 대해 1억1900만원의 가압류를 걸은 상태였다.

보증금 미반환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 고금리 여파로 부동산시장 침체 속 전세가격이 하락세고, 새 임차인을 구하지 못할 경우 임대인이 보유 중인 현금으로 우선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데 이미 임의경매 절차가 시작된 건물도 있는 만큼 만기가 돌아올 임차인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매로 넘어가더라도 선순위 근저당권자인 금융기관에 먼저 배당이 이뤄지고 나면 역전세의 세입자들이 회수할 수 있는 보증금은 현저히 적을 것으로 보인다. HUG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등도 가입돼 있지 않은 임차인들도 있는데, 이들은 사실상 보증금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추후 임차인들이 고소하더라도 '전세사기 고의성'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임대인들이 부동산 침체 등에 따른 단순 '사고'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회원들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정부여당의 전세사기 특별법안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2023.4.28/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전세 사기' 증명 쉽지 않아…경매 유예 요청도 어려워

정부는 전세 사기 피해자의 주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은행 등 금융권에 경매를 6개월 이상 유예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그 대상은 인천 미추홀구 전세 사기 관련 주택으로 한정된 상황이다. 그 외 지역에 대해선 '전세 사기'가 증명되지 않은 만큼, 유예를 요청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른바 '전세사기 특별법'이 통과돼, '전세 사기 피해자'로 인정받더라도 오롯이 지원을 받긴 어렵다.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을 통해 임차 주택을 낙찰받을 수 있도록 우선매수권을 부여하고 대출 규제 완화 특례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나, 이미 경매가 진행돼 퇴거한 피해자에게 '우선매수권'을 주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 외 긴급복지나 신용대출은 지원받을 수 있으나, 피해자로 인정받기까지 약 3개월가량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즉각적인 지원은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dyeop@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